[백승철의 에피포도엽서] 길 The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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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The Way
바늘구멍으로 들어가
느리게 걸어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좁은 길에 흩어진
조각난 시간을 천천히 아주 꼼꼼히
바느질하다 보면
벌써 여기가
세월 잇는,
한 걸음
눈에 띈 적 없었던 너로 인해
온 세상이 눈물로 젖는다
누군가의 호흡을 먹고 자라며
긴 세월 기다린 인연을 위해
고개 숙인 채로 너의 키만큼
안으로 안으로
세월 묻은 얼굴이다
한 번 긴 숨소리에
놀란 하늘이 누더기 옷을 벗고
시원한 강바람 걸려 있다
새 깃 바람타고 흘러내려
두 손을 접었다 폈다
헤엄치는 노래에 수놓은 그림이다
천 번을 세고
느리게 걸어야
끝이 보이는 시작이다
그 길에서,
백승철 목사는 고려신학대학원, ORU에서 박사학위, 캘리포니아 브레아(Brea)에 위치한 <사모하는교회 Epipodo Christian Church>의 담임목회자이며 교수, 시인, 문학평론가, 칼럼니스트, 에피포도예술과문학(Epipodo Art & Literature)의 대표이다. 다양한 장르의 출판된 저서로 25권 외, 다수가 있다. 에피포도(Epipodo)는 헬라어로 “사랑하다. 사모하다. 그리워하다”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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