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글] 슬픔의 봄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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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한가운데 있다.
어머니날에 빨간 모란이 배달되었다.
겨우 한 주 남짓 영광스레 피어오르다 툭툭 떨어지는 꽃잎을 보니 사뭇 애처롭다.
작년 이맘 때쯤 위안부 할머니의 추모제 뉴스를 봤다.
몇 분 남지 않았던 생존자 중 한 분이었던 이옥선 할머님.
97세로 그 모진 세월 떨구고 훌훌 떠나셨다.
글렌데일 도서관 뜰에서 열린 추모제에 조용히 참석했었다.
영정 사진 속에 엄지, 검지 손끝에 핀 할머니의 '사랑' 표시가 애틋했다.
누구를, 무엇을 품고 사랑하노라 말씀한 것일까.
이민 3세 학생이 준비한 추도문 낭독 후 조문객 각자 영전 사진 앞에 하얀 국화꽃 한송이 놓고 헤어졌다.
도시 재건축으로 인해 '소녀상'이 한구석으로 옮겨져 있어 더욱 쓸쓸해 보였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한인 인구가 3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는데 겨우 50여 명 남짓한 추모객. 절반 정도는 자원봉사 고교생이었다. 홍보 부족이라 생각해도 한인 인구의 0.00016%. 그 비율의 숫자가 죄송했다.
나라를 빼앗긴 참혹한 시대에 십대 꽃봉오리 시절, 쥐도 새도 모르게 위안부로 끌려간 할머니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나라를 빼앗긴 울분과 슬픔을 안고 떠난 시인의 절규다.
피고 지는 모란을 보며 더이상 우리에게 슬픔의 봄이 없기를.
휴대폰 속에 남아 있는 이옥선 할머니의 사진을 보다 괜히 손으로 화면만 닦았다.
독고 윤옥(라카나다한인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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