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철의 에피포도엽서] 나를 찾아가는 여행 by 이선순 Su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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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가는 여행 by 이선순 Sunny (효사랑시니어칼리지)
‘행복?’ 제목을 써 놓고 가만히 앉아 생각해 본다. 그러자 문득 어느 가수가 부른 노래 한 구절이 떠오른다.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잖아요.”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나는 행복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다. 그저 하루하루 주어진 삶을 살아왔을 뿐이다.
행복한가, 행복하지 않은가를 굳이 따져 묻지도 않았다.
그런데 <성경과 문학> 강의 시간에 목사님께서 “행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하고 물으셨을 때 나는 잠시 당황했다. 행복이라니… 나는 그동안 행복을 생각하며 살아온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일 자체에 바빴던 것 같다. 이 질문은 그래서 내게 작은 멈춤이 되었다.
칠십을 넘긴 지금, 나는 처음으로 뒤를 돌아본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살았다. 청소년기가 되어서는 남들이 겪는 사춘기를 나도 그렇게 지나왔다. 결혼을 하고 미국에 와서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에 바빴고, 아이 둘을 낳고 나서는 아이들을 키우느라 정신 없이 세월을 보냈다. 그때는 몰랐다. 그 평범한 날들이 얼마나 소중한 행복이었는지를. 이제 와서 기억의 문을 하나씩 열어 본다. 어린 시절의 풍경, 학창 시절의 친구들, 결혼하고 아이들을 키우던 날들…….
힘든 순간도 분명 있었다. 눈물 나는 날도 있었고 마음이 무거운 때도 있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니 내 삶에는 참 많은 행복이 있었다. 특별히 대단한 일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저 가족과 함께 밥을 먹고,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고, 아무 일 없이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 어쩌면 그것이 행복이었는지도 모른다. 삶의 굴곡이 너무 심하게 요동치지 않았다는 것. 큰 파도 없이 물 흐르듯 지나온 날들. 나는 오히려 그 평범함 때문에 행복의 가치를 모르고 살았던 것은 아닐까.
우리는 행복을 특별한 순간에서 찾으려 한다. 무언가를 이루었을 때, 원하던 것을 얻었을 때, 기쁜 일이 생겼을 때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행복은 그런 특별한 순간보다 평범한 날들의 사이사이에 더 많이 숨어 있었던 것 같다.
요즘 나는 나이가 들어 오히려 더 활발하게 움직인다. 새로운 것을 배우기도 하고,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일에 참여하면서 많은 즐거움을 느낀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이것이 행복인가?’ 물론 행복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역동적인 지금의 삶보다 아무것도 특별하지 않았던 지난날의 잔잔한 순간들이 오히려 더 깊은 행복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목사님의 질문을 오래 생각하다가 내 마음에 한 단어가 떠올랐다. 평화. 행복을 생각하다가 왜 ‘평화’라는 단어가 떠올랐을까. 아마도 나는 내 마음속에 고요가 있기를 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무언가를 더 얻는 것보다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 더 많이 가지는 것보다 지금 가진 것을 감사하는 것. 더 멀리 가는 것보다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마음의 평화를 느끼는 것. 행복이라는 주제를 생각하는 동안 나는 오히려 마음이 고요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지금 이 마음이 행복이 아닐까.
행복은 어쩌면 밖에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발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행복을 억지로 찾으려고 애쓰기보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스스로에게 조용히 질문해 보는 것. 그 질문을 따라 내 삶을 돌아보고, 지나온 시간을 이해하고, 지금의 나를 발견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도 ‘행복?’이라는 두 글자를 바라본다.
아직도 행복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행복은 대단한 기쁨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며 “참 감사했다”고 말할 수 있는 마음,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 그리고 마음 깊은 곳에 조용한 평화가 머무는 것. 어쩌면 행복은 행복을 찾는 순간이 아니라 나 자신을 찾아가는 순간에 이미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 나는 그 질문 앞에 오래 앉아 있다. ‘행복?’ 그리고 처음보다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대답해 본다. 그래, 지금 이 순간 나는 행복하다.

백승철 목사는 고려신학대학원, <Oral Roberts University>에서 박사학위, 캘리포니아 부에나 파크 (Buena Park)에 위치한 <사모하는교회 Epipodo Christian Church>의 담임목회자이며 교수, 시인, 문학평론가, 칼럼니스트이다. 199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에피포도예술과문학(Epipodo Art & Literature)의 설립자이며 대표이다. 다양한 장르의 출판(영어, 한국어)된 저서로 31권 외, 다수가 있다. 에피포도(Epipodo)는 헬라어로 “사랑하다. 사모하다. 그리워하다”의 뜻이다. usae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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