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용환의 예술묵상] 브뤼헐의 “장님을 이끄는 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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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님을 이끄는 장님, 1568, 피터 브뤼헐
카포디몬테 미술관 (나폴리, 이탈리아)
마태 15장 14절 “그들은 눈먼 길잡이들이다.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면 둘 다 구렁에 빠진다."
요한 6장 66 ¶ 이 때부터 많은 제자들이 예수를 버리고 물러갔으며 더 이상 따라다니지 않았다. 67 그래서 예수께서는 열두 제자를 보시고 “자, 너희는 어떻게 하겠느냐? 너희도 떠나가겠느냐?” 하고 물으셨다.
1. 잔치는 끝났습니다. 오병이어의 풍성한 잔치 자리에 참석했던 수많은 군중들은 빵을 주제로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 예수님께 뭐 더 나올 게 없을까 하며 기다릴 만큼 기다렸습니다. 그렇지만 아리송하고 알 수 없는 이야기가 나올 뿐입니다. “사람이 빵이라니”, “본인이 빵이라니… “보다 못한 제자 여럿이 떠나면서 들으라는 듯 수군거립니다. “이렇게 어려워서야 누가 알아들을 수 있겠는가?”(요 6:60) 그렇게 떠난 제자들은 줄 지어 어디를 향했을까요? 오늘 그림이 우리에게 영감을 줄 지도 모릅니다.
2. 브뤼헐의 오늘 작품에서는 장님이 장님을 인도하고 있습니다. 이미 인솔하던 장님은 벌써 구덩이에 헛디뎌 넘어져 있는데, 리더 그룹이 부지런한가 봅니다. 그 다음 장님이 열심히 길을 인도합니다. (참고로 장님은 소경의 높임말이라는 풀이도 여럿 있습니다) 한 걸음도 못 가 넘어질 게 분명해 보이는데도 몸은 벌써 기울어져 있습니다. 브뤼헐이 작품을 제작할 당시는 신/구교의 세력다툼으로 민중들만 고초를 당할 때였습니다. 면죄부와 권력 다툼 등으로 이미 썩을 대로 썩어버린 종교가 앞길을 모르면서도 백성들을 호도하는 모습을 풍자한 그림입니다. 그러나 지평선 쪽 교회는 굳건히 서 있습니다. 건물로서의 교회가 아니라, 하느님의 부름받은 백성으로서의 교회, 성령의 전으로서의 교회입니다. 진리는 눈 감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것이 아니라 깨어 있을 때 영접할 수 있는 것입니다.
3. 다시 잔치가 끝난 자리로 돌아와 봅시다. 예수님은 몇 안 되는 남은 제자들을 바라보십니다. 딱 열 둘입니다. 열 두 제자가 중요한 이유는 지금 이 자리에 남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예수께서 물으십니다. “당신들은 어때요?” “혹시 당신들도 떠나고 싶습니까?” 오늘날 교회를 많은 사람들이 떠납니다. 예수님은 진리에 눈 뜬 이들과 계속 동행하고 싶은 마음으로 묻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합니다. 쉼이 필요하다고 이구동성 외칩니다. 그러나 방향이 중요하겠지요. 우리는 무엇을 붙잡고, 어디를 향해 떠나가고 있습니까?
그림 출처
예술 묵상 필자 소개:
노용환 목사는 한신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학(학부)과 실천신학(신대원)을 공부했다. 예배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정교회 이콘과 상징 해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뉴욕신학교에서 종교교육학을, 블렌튼필 인스티튜트에서 상담학을 공부했고, 센트럴신학교 목회학박사과정을 통해 선교적 교회를 연구중이다.
2006년에 목사 안수를 받았고 2017년부터 한국기독교장로회와 미국그리스도연합교회(UCC) 이중 소속으로 로드아일랜드 제일한인교회를 섬기고 있다. 생명문화연구소에서 연구실장으로 일했고, JOYFUL COOP(신나는 협동조합) 발기인 대표로 서류미비 싱글맘 렌트 지원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미주 뉴스앤조이 기자로 활동하며, 선배기자들로부터 글쓰기를 배웠고, 실용적이지 않은 디자인의 가구나 오래된 그림처럼 무용(無用)하고 예쁜 것을 좋아한다. 또한 자전거와 캠핑 그리고 비치 라이프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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