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용환의 예술묵상] 루벤스의 “최후의 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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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만찬, 1630-1631, 페테르 파울 루벤스
피나코테카 디 브레라 미술관 (밀란, 이탈리아)
요한 6장 53 “정말 잘 들어두어라. 만일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지 않으면 너희 안에 생명을 간직하지 못할 것이다. 54 그러나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누릴 것이며 내가 마지막 날에 그를 살릴 것이다. 55 내 살은 참된 양식이며 내 피는 참된 음료이기 때문이다. 56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서 살고 나도 그 안에서 산다. 58 이 빵은 너희의 조상들이 먹고도 결국 죽어간 그런 빵이 아니다.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 것이다”|
1. 루벤스는 다초점렌즈처럼 그림의 중심을 두 개 두었습니다. 그림을 무심코 감상하면 모든 이들의 시선이 모인 붉은 옷을 입은 예수님께 초점이 맞게 됩니다. 좌우의 제자들의 시선과 정중앙을 세로로 가르는 하늘에서 내리는 빛의 교차점은 마치 십자가의 구도를 연상케 하면서 예수 그리스도께 맞춰집니다.
2. 그런데 세상을 초월한 이 순간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또 다른 초점이 있습니다. 여전히 초월의 세계에 발을 내딛지 못하고 현세를 살고 있는 갸롯 유다입니다. 바로크 시대 거짓과 사기를 상징하는 컬러인 노란색 옷을 입고 뒤를 돌아보는 그 시선에 감상자들은 빨려들어가는 듯합니다. 생명의 빵으로 오신 예수께서 하늘의 빛을 받는 순간 그 경이로움을 외면한 채, 마치 그 모임이 컬트 그룹이나 되는 것처럼 한심한 표정으로, 그리고 상식과 확신으로 가득찬 눈빛으로 배신을 도모합니다. 유다의 발 밑에는 충성의 상징인 개가 그려져 있지만, 유다처럼 충성의 대상이 다른 이들과 확연히 다릅니다. 세상에 충성하는 개와 같은 지혜를 상징합니다.
3. 아이러니하게도 진리 앞에 선 제자들의 얼굴에는 확신이 없습니다. 스승의 살을 먹으면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된다는 희한한 소리에 무턱대고 확신을 가진다면 더 이상한 일입니다. 세상의 지혜와 상식을 뛰어넘은 진리 앞에서 우리는 내 지혜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마치 얼 빠진 사람처럼 묵묵히 가만히 있어, 주가 하느님이심을 바라보고 아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 진리의 순간, 모두를 하나되게 하는 조력자를 보혜사 성령이라고 합니다. 성령 충만은 마치 사랑에 빠진 것처럼 시공을 초월하여 홀리는 기분입니다. 이 시간,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오직 생명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만 보이는 순간을 경험하길 소망하며 조용히 묵상합시다.
그림 출처
https://pinacotecabrera.org/en/collezione-online/opere/last-sup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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