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철의 에피포도엽서] 딸과 숙제하는 엄마 by 이영숙 Nyung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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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권안나 Anna Kwon • https://youtu.be/hMTnCzPk5tY
딸과 숙제하는 엄마 by 이영숙 Nyung Lee (효사랑시니어대학)
요즘 딸과 전화 통화를 하다 보면 꼭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이 있다.
“엄마, <효사랑시니어대학>에서는 뭐 배워? 재밌는 과목은 뭐야?”
나는 기다렸다는 듯 자랑스럽게 대답한다.
“성경 파노라마, 합창, 스마트폰 AI, 난타, 라인댄스, 우쿨렐레, 하모니카, 플러스펜 수채화, 그리고 성경과 문학 시간들이야.”
이것저것 참 많기도 하다. 그 중에서 <성경과 문학> 시간에는 숙제도 있다.
“저번 주에는 행복에 대해서 글을 썼고, 이번 주에는 성령의 열매 아홉 가지 가운데 하나를 골라서 글을 쓰는 거야. 갈라디아서 5장 22절에서 23절에 나오는 성령의 열매 말이야. 그런데 막상 쓰려고 하니 쉽지가 않네.”
그래도 엄마는 학생이다. 딸에게서 잔소리를 듣기도 한다.
“엄마, 학생이니까 숙제 잘하고 수업 시간에도 열심히 해야지.”
꼭 내가 어린 시절 딸에게 하던 말을 거꾸로 듣는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딸에게서 톡이 하나 왔다.
“엄마, 나도 같이 숙제하네 ㅎㅎㅎ.”
딸이 보내온 숙제의 제목은 ‘오래 참음(Patience)’이었다. 딸은 일상에서 자신이 순간적으로 화를 내지 않는 것부터 생각했다. 아이들에게도, 개들에게도 순간적으로 화를 내지 말자고 했다. 잠시만 참으면 될 일을 그 순간을 참지 못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영적인 ‘오래 참음’에 대해서도 썼다.
주님의 때가 올 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것. 내 생각과 내 지식과 내 의지를 앞세우지 않고, 나의 모든 것을 아시고 주관하시는 주님을 믿으며 기다리는 것.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쓸데없는 생각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내 생각과 지식만으로 서둘러 행동하지 않는 것. 그렇게 순간순간을 참고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는 지나온 시간들을 뒤돌아보며 이렇게 고백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엔 주님이 하셨군요.”
딸은 마지막에 이렇게 썼다.
“엄마, 파이팅!!”
그 짧은 말에 한참 마음이 머물렀다. 그래, 나는 딸이 있어 행복한 사람이다. 그리고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면, 결국 모든 순간마다 주님께서 나를 인도하셨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때로는 내 등 뒤에서 말없이 지켜 보시고, 때로는 품에 안아 주시고, 때로는 내가 조급해 할 때에도 오래 참으시며 기다려 주셨다. 내가 잘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오래 참아 주시며 나를 이끌어 오셨던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나도 기다리는 법을 조금씩 배우고 싶다.
내 생각보다 주님의 뜻을 믿고, 내 지식보다 주님의 지혜를 의지하고, 내가 정한 때보다 주님의 때를 기다리면서. 이 땅에서 내 기력이 다하는 그날까지 주님의 손을 꼭 붙잡고, 주님께서 나를 다듬으시고 또 다듬어 가시는 시간을 기다리고 싶다. 그리고 마침내 주님 앞에 서는 날, 내가 걸어온 모든 시간을 돌아보며 조용히 고백하고 싶다.
“주님, 결국엔 주님이 하셨군요.”
그 고백 하나를 마음에 품고, 오늘도 오래 참음의 열매가 내 삶에서 조금씩 익어가기를 기다린다.

백승철 목사는 고려신학대학원, <Oral Roberts University>에서 박사학위, 캘리포니아 부에나 파크 (Buena Park)에 위치한 <사모하는교회 Epipodo Christian Church>의 담임목회자이며 교수, 시인, 문학평론가, 칼럼니스트이다. 199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에피포도예술과문학(Epipodo Art & Literature)의 설립자이며 대표이다. 다양한 장르의 출판(영어, 한국어)된 저서로 31권 외, 다수가 있다. 에피포도(Epipodo)는 헬라어로 “사랑하다. 사모하다. 그리워하다”의 뜻이다. usae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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