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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용환의 예술묵상] 카라바조의 “이 사람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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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을 보라(Ecce Home), c.1606, 카라바조

하얀 궁전 박물관(제노아, 이탈리아)


빛을 다루는데 둘째 가라면 서러울 카라바조의 작품입니다. 그의 작품에서 빛은 유독 경건함을 자아냅니다. 그의 삶이 복잡하고 처절했고 피비린내 났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의 작품을 통해 느끼는 경건은 사뭇 복잡한 결을 가지고 있습니다. 빛의 원천은 사실 어두움의 강조입니다. 깊은 밤 지나 여명이 동터오는 시공간을 2차원의 작품에 담아낸 능력이 그의 명성의 비결입니다. 


빌라도의 표독스러운 시선은 지배자의 고충을 한편 담아내고 있습니다. 다루기 쉽지 않은 현지 종교지도자들과 그들에게 선동된 군중들에게 선물을 건네는 손짓입니다. "이 사람을 보라". 이 말은 곧 "이제 만족하느냐?"는 반문입니다. "내가 너희들 뜻에 맞게 사형에 처하노라"는 손짓입니다. 자신은 나쁜 사람은 아닌데, 악한 당신들에 뜻대로 해 줬다는 제스처입니다. 


시선을 옮겨 예수에게 자색 옷을 입히고 있는 병사의 표정을 보십시오. 너무 고요하고 경건해서 헛웃음이 날 지경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충실한 이런 상태를 일컬어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이라고 했습니다. '내가 뭐라고 저항하며, 내가 뭐라고 용서할까'... 그저 주어진 일에 충실하게 하루 하루 살아가는 것을 표방하는 우리 대부분의 사유없는 생활을 그리고 있습니다. 


빌라도의 오만한 표정, 병사의 경건한 표정이 작품에서 어둠과 추함을 차지합니다. 그 한 켠에 빛나는 예수 그리스도를 보십시오. 카라바조는 추함을 부각시킴으로 우리 눈엔 상투적으로 보였던 본연의 아름다움을 반짝이게 합니다. 예수께서는 연약하고 취약한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묶이신 채, 가시면류관을 쓰고, 축 쳐진 전형적인 죄수의 모습이지만, 우리를 이토록 사랑하사, 십자가 사랑으로 우리 죄를 용서하기 위해 오신 그리스도이십니다. 


누가 공동체는 너희를 미워하는 사람들에게 잘 해주고, 너희를 저주하는 사람들을 축복해 주며, 너희를 학대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 주라는 예수의 용서를 가르칩니다. 이렇게 원수를 사랑하는 것은 크고 강건하고 부유한 조건이 갖추어졌을 때가 아니라, 예수님처럼 취약할 때, 아무것도 내 힘으로 감당할 수 없을 때, 하나님의 전능하신 사랑으로 가능한 일입니다.


침묵 속에서 우리 죄를 감당하신 그 사랑을 깊이 묵상합시다. 세상의 조롱과 무지함 가운데 끝까지 원수를 사랑하시고 십자가로 걸으신 주님을 따르게 하옵소서. 취약함 가운데 흘리신 보혈을 기억하며 겸손과 순종의 삶을 살게 하옵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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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묵상 필자 소개:

노용환 목사는 한신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학(학부)과 실천신학(신대원)을 공부했다. 예배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정교회 이콘과 상징 해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뉴욕신학교에서 종교교육학을, 블렌튼필 인스티튜트에서 상담학을 공부했고, 센트럴신학교 목회학박사과정을 통해 선교적 교회를 연구중이다.


2006년에 목사 안수를 받았고 2017년부터 한국기독교장로회와 미국그리스도연합교회(UCC) 이중 소속으로 로드아일랜드 제일한인교회를 섬기고 있다. 생명문화연구소에서 연구실장으로 일했고, JOYFUL COOP(신나는 협동조합) 발기인 대표로 서류미비 싱글맘 렌트 지원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미주 뉴스앤조이 기자로 활동하며, 선배기자들로부터 글쓰기를 배웠고, 실용적이지 않은 디자인의 가구나 오래된 그림처럼 무용(無用)하고 예쁜 것을 좋아한다. 또한 자전거와 캠핑 그리고 비치 라이프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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