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용환의 예술묵상] 이바니의 “의심하는 성 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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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하는 성 도마, 벨라 이바니 그륀발트 (1867-1940)
헝가리 국립미술관 (부다페스트, 헝가리)
부활절 다음 날, 거기 모인 사람들은 알았을까요? 오늘날 봄 햇살같은, 화창한 부활절을 상상했을까요? 어두 컴컴한 방에 두려움 가득한 자들이 모여 있습니다. 예수의 부활은 그들에게 두려움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께서 친히 찾아오시고, 평화의 인사를 건네시자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이렇게 제자들은 두려움과 기쁨으로 대표되는, 우직하고 순한 양같은 자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모두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주일 후 예수께서 다시 찾아오십니다. 그 자리에 없었던 도마가 성격을 드러내며 직접 자신의 눈으로 똑똑히 봐야 믿겠다는데, 정말로 예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도마는 예수께서 위험에 처하실 때, “예수와 함께 죽으러 가자”(요 11:16)고 외치던 사람이었습니다. 예수께서 “내가 어디로 가는지 그 길을 너희가 알고 있다”는 알쏭달쏭한 말씀을 하실 때 정적을 깨고 “주님이 어디로 가시는 지도 모르는 데 어떻게 그 길을 알겠”(요 14:5)느냐고 반문합니다. 도마는 예수를 따르기로 했으면 죽기까지 따르기 원하는 확실한 사람입니다. 어중간한 방향과 가치로 만족할 수 없고, 정확한 지도를 달라고 요청하는 확실한 사람입니다. 다른 제자들처럼 순한 양 역할은 태생적으로 무리였습니다.
공교롭게도 요한공동체의 복음은 재미동포 2세 3세처럼 한 두 세대 후에 믿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전해졌습니다. 대개는 순한 양처럼 ‘아멘’ 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믿음의 백성들이었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은 마치 도마처럼 ‘직접 보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믿겠냐’는 입장이었습니다. 이에 예수께서 도마에게 하신 말씀이 바로 기원후 100년 경의 독자들에게 전해집니다. “너는 나를 보고야 믿느냐? 나를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 20:29)
작품을 살펴봅시다.
부활하신 예수께서는 부활의 상징, 흰색 옷을 입으셨습니다. 옆구리를 틀어 제자들에게 보이시려는 제스처가 역동적입니다. 관람자의 시선을 가로막고 있는 사람은 1열에서 관람하고 있는 도마입니다. 마치 “나의 주님, 나의 하나님”하며 고백하는 장면처럼 예수께 매달려 있습니다. 그의 이름 뜻이 쌍둥이인것처럼, 예수를 따르는 도마는 예수의 공생애 상징색으로 채색되었습니다. 푸른 긴 셔츠는 신성과 천국을, 붉은 망토는 인성과 수난을 상징합니다. 관람자에게도 동일한 의상, 동일한 고백을 제안하는 방법입니다.
카라바조의 “의심하는 도마”를 비롯해 같은 장면을 여러 작가가 표현했지만, 헝가리 작가 이바니는 보다 현실 재현에 충실했습니다. 여타의 작품들에서는 예수의 옆구리 환부에 손가락을 집어 넣고 있는 도마의 모습을 그린다든지, 다른 제자들이 도마와 거리를 두고 그의 믿음 없음을 비아냥거리는 표정으로 묘사되지만, 성서의 내용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이바니는 손가락을 넣었는지 안 넣었는지 알 수 없는 요한복음서의 내용을 그대로 비밀스럽게 재현했습니다. 다른 제자들의 행동도 도마의 행위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부활하신 예수님의 말씀에 초점이 맞춰저, 방관하는 이 하나 없이 더불어 역동하며 춤추는듯 그려졌습니다.
말씀과 이미지를 상상하며 함께 묵상합시다.
● 도마처럼 용기내어 물을 수 있는, 질문하는 신앙을 갖고 있습니까?
● 신앙에 의심을 품고 있는 지체들을 향하여 정죄하는 유형입니까? 아니면 예수님처럼 자신의 상처를 보여주며 복음을 전하는 유형입니까?
● 도마가 예수께 “나의 주님” 하고 고백한 것처럼, 주님을 만난 사건이 있습니까?
손 모아 기도합시다.
우리를 온전한 믿음으로 인도하시는 주님, 감사합니다. 손과 발에 못 박히시고, 창으로 옆구리를 찔리시며 흘리신 보혈로 구원하신 그 사랑을 오늘도 기억하며 살아가게 하옵소서. 보지 않고도 믿는 복된 믿음을 허락하시어, 모든 의심을 넘어 ‘나의 주님, 나의 하나님’이라 고백하는 인생 되게 하옵소서. 아멘.
예술 묵상 필자 소개:
노용환 목사는 한신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학(학부)과 실천신학(신대원)을 공부했다. 예배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정교회 이콘과 상징 해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뉴욕신학교에서 종교교육학을, 블렌튼필 인스티튜트에서 상담학을 공부했고, 센트럴신학교 목회학박사과정을 통해 선교적 교회를 연구중이다.
2006년에 목사 안수를 받았고 2017년부터 한국기독교장로회와 미국그리스도연합교회(UCC) 이중 소속으로 로드아일랜드 제일한인교회를 섬기고 있다. 생명문화연구소에서 연구실장으로 일했고, JOYFUL COOP(신나는 협동조합) 발기인 대표로 서류미비 싱글맘 렌트 지원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미주 뉴스앤조이 기자로 활동하며, 선배기자들로부터 글쓰기를 배웠고, 실용적이지 않은 디자인의 가구나 오래된 그림처럼 무용(無用)하고 예쁜 것을 좋아한다. 또한 자전거와 캠핑 그리고 비치 라이프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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