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기도] 바다를 품은 억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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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에서 태평양 해안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가다 보면 그림엽서 같은 절경이 즐비하다. 그중 하나가 포인트 레예스 해상공원이다. 큰마음 먹고 출발한 날, 바람이 얼마나 세게 불었는지 등대로 내려가는 문이 잠겨 있었다. 산언덕 위로 몰아치는 바람의 기세는 도저히 저항할 수 없는 위력이었다.
억새풀이 무리를 이루고 있는 언덕은 순식간에 야외 음악당이 되었다. 서걱서걱, 저마다 독창적으로 계명을 바꾸며 노래한다. 어느 오케스트라가 이 같은 소리를 연주할 수 있을까. 이들은 태평양 소속 뮤지컬 팀이다. 지휘자도 없는 합창단이 악기 대신 바닷바람에 장단을 맞추어 가락을 펼치고 있다. 막간에는 등을 구부려 정중히 인사도 올린다. 서로 어깨를 내주기도 하고, 함께 어우러져 노래를 부른다.
가냘픈 억새 줄기가 휘몰아치는 바람을 맞으면서도 꺾이지 않는 것을 보니 참으로 대견하다. 잠시 지나가는 풍파에도 하늘을 원망하며 엄살을 부리는 우리네 모습이 민망해진다.
억새 품에 안긴 바다를 내려다보며 마음에 스쳐 간 단어는 인내와 순응이었다.
글·사진= 독고 윤옥 (시인·라카냐다한인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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