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철의 에피포도엽서] 계속 날고 싶다 by 홍병도 • 효사랑시니어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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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날고 싶다 by 홍병도 • 효사랑시니어대학
55년을 남편과 함께 살았다. 보수적인 남편 곁에서 나는 그저 평범한 아낙네로 살아왔다. 특별히 내세울 것도, 나를 드러낼 이유도 없었다. 가족을 돌보고 주어진 일상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내 삶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3년 8개월 전, 남편이 하늘나라로 떠났다. 처음에는 내 삶의 한쪽 날개가 떨어져 나간 것 같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내 안에서 무엇인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조심스럽게 깨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어느 날 문득 내게도 날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8학년 2반. 이 나이에 내가 다시 날기 시작할 줄은 나도 몰랐다. <효사랑시니어대학>에 입학했다. 성경 파노라마를 배우면서 성경 속에 펼쳐진 하나님의 계획과 섭리를 하나씩 알아가는 기쁨을 맛보았다. 그런데 그것만이 아니었다. 난타를 배우고, 에어로폰을 배우고, 라인댄스를 배우면서 내 안에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또 다른 나를 발견하기 시작했다. '내게도 이런 재능이 있었구나.' 나 자신도 놀라웠다. 그중에서도 에어로폰은 특별했다. 찬양곡을 연주할 때도 행복했고, 아름다운 곡을 하나씩 배워 마침내 내 손으로 연주할 때면 내 자신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어느 날은 2층 창가에 앉아 저녁 하늘의 석양을 바라보며 트럼펫 곡 「석양」을 연주했다. 창밖으로 붉은 해가 천천히 기울고, 내 손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 순간 눈물이 날 만큼 행복했다. ‘내가 지금 이 나이에 이런 행복을 누리고 있구나.’ 그때 알았다. 인생은 나이가 들어간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어떤 날에는 그동안 접어 두었던 날개를 펴고 새로운 하늘을 날기 시작할 수도 있다는 것을.
에어로폰을 배운 지 한두 달 쯤 되었을 때 나는 선교 찬양팀에도 합류하게 되었다. 배우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내가 배운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었다. 양로병원을 찾아가 어르신들 앞에서 공연을 시작했다. 멕시코 선교에도 다녀왔다. 처음에는 조용히 앉아 계시던 어르신들이 우리의 음악을 들으며 조금씩 표정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았다. 졸고 계시던 분이 눈을 뜨고, 무표정하던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어느 순간 손뼉을 치며 음악을 따라 흥겨워하신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 내 마음도 함께 환해진다. ‘내가 배운 작은 재능이 누군가에게 기쁨이 될 수도 있구나.’ 그때 느끼는 보람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그리고 나는 또 하나의 행복을 배웠다. 행복은 내가 혼자 누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줄 때 더 커진다는 것을. 그래서 가끔은 큰소리로 외치고 싶다. “이 나이에 나만큼 행복한 사람 있으면 나와 봐!” 웃음이 난다. 한때 나는 내가 그저 평범한 아낙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내 안에도 오랫동안 접혀 있던 날개가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날개를 펴게 하신 분이 하나님이시라는 것을.
남편이 떠난 자리는 여전히 마음 한편에 남아 있지만, 그 빈자리 때문에 내 삶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빈자리에서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나는 이제 배우고, 연주하고, 춤추고, 노래하며 사람들에게 기쁨을 나누고 있다. 그리고 오늘도 하늘을 바라본다. 내게 날개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마음속으로 조용히 기도한다. “하나님, 허락하시는 날까지 저 계속 날게 해 주세요.” 아직 배울 것이 많고, 가고 싶은 곳도 많고, 연주하고 싶은 곡도 많다. 그리고 만나서 웃게 해 주고 싶은 사람들도 많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날개를 편다. 8학년 2반의 나이에도 하늘은 여전히 넓고, 내 앞에는 아직 날아갈 날들이 남아 있다. 나는 지금도 날고 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날까지 계속 날고 싶다.

백승철 목사는 고려신학대학원, <Oral Roberts University>에서 박사학위, 캘리포니아 부에나 파크 (Buena Park)에 위치한 <사모하는교회 Epipodo Christian Church>의 담임목회자이며 교수, 시인, 문학평론가, 칼럼니스트이다. 199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에피포도예술과문학(Epipodo Art & Literature)의 설립자이며 대표이다. 다양한 장르의 출판(영어, 한국어)된 저서로 31권 외, 다수가 있다. 에피포도(Epipodo)는 헬라어로 “사랑하다. 사모하다. 그리워하다”의 뜻이다. usae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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