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용환의 예술묵상] 티치아노의 “성령 강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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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 강림, 1570, 베첼리오 티치아노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베니스, 이탈리아)
회화의 군주로 불리는 베네치아의 티치아노의 작품입니다. 흑사병이 휩쓸고 간 베네치아에 4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고, 남은 이들이 오직 희망을 걸 수 있는 것은 종교였습니다. 간절히 기도한 대로 구원의 성모 성당을 봉헌하고, 베네치아파의 대가였던 티치아노의 작품이 유화로 그려졌습니다.
당대의 거장이자 라이벌이었던 미켈란젤로도 티치아노의 색채만큼은 인정했습니다. 베네치아파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캔바스를 개발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직접 현장에 나가서 보고 그리지 않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걸맞는 그림 재료가 바로 플랑드르에서 개발된 유화였습니다. 당연히 계란으로 색감을 내던 프레스코화의 안료와는 선명도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원근감에 색감까지 얹은 이 작품은 후기 르네상스의 “조화”에서 바로크의 “극적 표현”으로 향하는 그 변곡점을 장식했습니다.
사도행전 2장에 기록된 오순절 사건을 표현한 이 작품을 함께 살펴봅시다. 화면 중앙 상단의 성령은 흰 비둘기로 상징됐습니다. 이전까지 하나님의 얼굴이라든지, 손으로 표현했던 하늘의 능력은 비둘기로 서서히 대체되었습니다. 눈부신 황금빛 광채는 각 사람 위에서 불의 혀와 같은 불꽃으로 질적 변화를 이루어 자연의 법칙으로 형용할 수 없는 신성함을 드러냈습니다. 또한 빛은 그대로 각 사람의 얼굴과 손에 반사되어 전체적으로 신비롭고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그리스도의 승천 이후 두려움에 떨던 이들에게 성령이 임하심으로, 능력을 얻고 경이와 기쁨에 사로잡힌 순간입니다. 바로 이 순간 교회는 탄생하였습니다.
성령을 가장 중앙에서 받고 있는 이들은 어머니 마리아를 비롯하여 두 마리아들입니다. 그 밖에 근육질의 베드로부터 해서 각 사도들이 각자의 경이를 표정과 자세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기도하는 자세로, 어떤 사람은 경배하는 자세로, 어떤 사람은 겸손의 모습으로, 어떤 사람은 좌우의 벗들을 살피고 있는 모습을 통해 특정인을 통해 위계적으로 성령이 내려온 것이 아닌, 각 사람에게 동일하게 임재했음을 드러냅니다. ‘대각선의 티치아노’라는 또 다른 별명의 의미대로 좌우의 굵은 대각선 손짓이 성령과의 연결성과 깊이감을 만들어냈습니다.
말씀과 이미지를 상상하며 함께 묵상합시다.
● 성령의 강림: 나에게 성령님이 임하신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그 체험이 나를 어떻게 변화시켰습니까?
● 성령의 열매: 성령님이 주시는 능력을 통해 나는 어떤 열매로 교회와 이웃들을 섬기고 있습니까?
손 모아 기도합시다.
주님, 오순절 그 날처럼 오늘도 저희에게 임하셔서 두려움을 담대함으로, 연약함을 능력으로 변화시켜 주소서. 저희에게 주신 성령의 은사를 통해 서로 사랑하게 하소서. 더 나아가 서로 섬기며,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어 가는 참된 공동체 되게 하소서. 아멘.
예술 묵상 필자 소개:
노용환 목사는 한신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학(학부)과 실천신학(신대원)을 공부했다. 예배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정교회 이콘과 상징 해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뉴욕신학교에서 종교교육학을, 블렌튼필 인스티튜트에서 상담학을 공부했고, 센트럴신학교 목회학박사과정을 통해 선교적 교회를 연구중이다.
2006년에 목사 안수를 받았고 2017년부터 한국기독교장로회와 미국그리스도연합교회(UCC) 이중 소속으로 로드아일랜드 제일한인교회를 섬기고 있다. 생명문화연구소에서 연구실장으로 일했고, JOYFUL COOP(신나는 협동조합) 발기인 대표로 서류미비 싱글맘 렌트 지원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미주 뉴스앤조이 기자로 활동하며, 선배기자들로부터 글쓰기를 배웠고, 실용적이지 않은 디자인의 가구나 오래된 그림처럼 무용(無用)하고 예쁜 것을 좋아한다. 또한 자전거와 캠핑 그리고 비치 라이프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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