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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용환의 예술묵상] 리비에르의 "가다라 돼지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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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라 돼지의 기적, 1883, 브리튼 리비에르

테이트 미술관 (런던, UK)



검은 돼지 떼와 침묵의 강이 교차하는 순간입니다. 바람결에 일어나는 푸른 구름은 하늘과 땅의 경계를 긋고 있습니다. 리비에르의 붓은 카메라의 셔터가 되어 광란의 순간을 멈춰 세웁니다. 광기에 휩싸인 채 달리는 돼지 떼의 발굽 소리, 그 소란 속에 갇힌 악령의 흐느낌이 허공을 울립니다. 


몸부림치는 내 안의 어둠이 소용돌이 되어 저 검은 육신에 투사됩니다. 일상이 파괴된 초자연에 놀란 목동들은 황급히 도망칩니다. 평범과 비범의 차이에 유난히 민감한 이들은 즉각 신의 개입을 알아차립니다. 이들의 법과 질서는 붕괴되었습니다. 그림 속 어디에도 사건을 일으킨 예수는 보이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는 신성이자 자연법칙을 깨뜨리는 경외 그 자체입니다. 


악마를 쫓아낸 순간은 복됩니다. 마귀의 뿌리가 뽑힌 자리에 은총이 스며듭니다. 그러나 광인이 범인이 된 그 멀쩡함을 발견한 마을 사람들은 겁이 납니다. 자신들이 사슬과 고랑으로 묶어 둘 희생양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입니다. 신의 개입을 대신한 자신들의 통치가 존속돼야 할 이유가 사라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희생양을 상실한 아픔보다 더 큰 폭풍은 낯선 구원입니다. 그들은 예수께 떠나가 달라고 간청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몰아낸다고 그 권위와 이적과 사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시 작품을 천천히 봅니다. 두려움과 서러움, 원망과 한으로 겹겹이 쌓이고 쌓인 악령들은 떼를 지어 달려갑니다. 악령의 군대는 ‘웬수’같은 돼지떼들의 몸을 입고 폭풍처럼 질주합니다. 자신들은 정결례로 먹지도 않을 돼지들을 제국의 군대를 위해 키우고 먹이며 순응하기로, 그렇게 살아가기로 그 마을은 정했습니다. 그 마을의 법과 질서는 그렇게 꾸려져 갑니다. 그렇지만 분출하는 고통과 한을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사슬과 고랑으로도 묶어낼 수 없습니다. 아무것도 빼앗길 게 더 이상 없는 혼들, 순수한 혼들은 광야로 광야로 나가 세례자 요한과 같은 이들과 조우합니다. 그 두려움과 한은 폭풍 같은 질주 속에 강으로, 바다로 삼켜집니다. 폭풍이 지난 자리에, 예수께서 축출당하신 자리에 비로소 남겨진 빛의 발자국을 바라봅니다. 죄라면 죄라고 할 수 있는 그 고통의 상흔에 은혜의 빛이 덮입니다.


말씀과 이미지를 상상하며 함께 묵상합시다. 


● 내 안에 있는 두려움과 어둠은 무엇인가요? 

● 낯선 구원과 예기치 못한 변화 앞에 나는 어떻게 반응하나요? 

● 내 삶의 절벽 끝에서, 나는 무엇을 놓아 보내줘야 할까요?


손 모아 기도합시다. 


주님, 내 안의 두려움과 원망과 모든 상처를 당신 앞에 내려놓게 하소서. 혼돈 속에서도 당신의 평화와 빛을 발견하게 하옵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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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묵상 필자 소개:

노용환 목사는 한신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학(학부)과 실천신학(신대원)을 공부했다. 예배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정교회 이콘과 상징 해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뉴욕신학교에서 종교교육학을, 블렌튼필 인스티튜트에서 상담학을 공부했고, 센트럴신학교 목회학박사과정을 통해 선교적 교회를 연구중이다.


2006년에 목사 안수를 받았고 2017년부터 한국기독교장로회와 미국그리스도연합교회(UCC) 이중 소속으로 로드아일랜드 제일한인교회를 섬기고 있다. 생명문화연구소에서 연구실장으로 일했고, JOYFUL COOP(신나는 협동조합) 발기인 대표로 서류미비 싱글맘 렌트 지원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미주 뉴스앤조이 기자로 활동하며, 선배기자들로부터 글쓰기를 배웠고, 실용적이지 않은 디자인의 가구나 오래된 그림처럼 무용(無用)하고 예쁜 것을 좋아한다. 또한 자전거와 캠핑 그리고 비치 라이프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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