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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용환의 예술묵상] 카지미로프스키의 “하나님의 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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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ine Mercy 하나님의 자비, 1934, 

에우게니우시 카지미로프스키

하나님의 자비 성지 (빌뉴스, 리투아니아)



이 배경이 어둡습니다. 어둠 속에 빛이 존재합니다. 이 어둠에는 이름이 없습니다. 장소가 아니라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빛 되신 예수께서 찾아오시는 공간에는 제한이 없습니다. 그 어떤 어둠에도 우리와 함께 하시는 빛입니다. 빛이신 예수의 가슴을 통해 두 갈래 빛으로 확장됩니다. 하나는 붉고, 하나는 아침햇살의 하얀 빛깔입니다. 오른 손은 축복을 의미하는 기호로 들려 있고, 왼손은 빛의 근원을 열어 보입니다. 


붉은 빛은 구원의 보혈을 상징합니다. 하얀 빛은 세례의 물을 상징합니다. 동시에 요한복음 19장의 한 장면을 가리킵니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의 옆구리를 로마 병사가 창으로 찔렀을 때, 물과 피가 함께 흘러나왔던 그 순간의 두 가지 색. 이 작품에서 비춰지는 그리스도의 빛은 고통의 자리에서 흘러나옵니다. 


특정되지 않는 어둠은 다시 제자들이 숨었던 곳으로 이동합니다. 예수께서 장사되시고 무덤에 계실 무렵, 제자들은 모여 있었습니다. 그들의 두려움과 고통의 자리에 빛으로 흘러들어오신 예수께서 말씀하십니다.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문은 분명 잠겨 있었습니다. 샐 틈이 없어서 겹겹이 쌓인 압력으로, 두려움은 짙어져만 갑니다. 그들 한 가운데로 들어오신 예수께서 먼저 하신 말은 <평화의 인사>, 그리고 먼저 하신 일은 <상처 공개> 입니다. 부활하신 몸에도 여전히 상처가 남아 있다는 것을 보이십니다. 공중을 부유하거나, 투명하게, 혹은 아무런 상처없이 깨끗한 형체로 부활하신 것이 아니라 상처를 그대로 갖고 계신, 찔리고 찢긴 몸입니다. 그 상처로부터 자비의 빛은 새어 나옵니다. 


뒤늦게 부활의 소식을 들은 도마는 믿을 수가 없습니다. “의심많은 도마”라지만, 차라리 의심이라도 하는 편이 낫습니다. 상투적으로, 혹은 영혼없이 부활을 믿는다 치고 신앙생활 할 바에야는. 의심도 일종의 상처입니다. 자신의 완악함과 불신앙이라는 엉망진창의 상태, 즉 “약함”을 동료들 앞에, 예수 앞에 내어 놓을 수 있는 용기에 자비의 빛은 화답합니다. 영혼은 사실 만신창이면서도 겉으로 빙그레 웃고 있는, 믿지 않는 신앙인에게 저 두 갈래 광선으로 비추시는 신의 자비는 환상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이 작품 앞에 설 수 있는 자격은 완전한 믿음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상처를 숨기지 않을 용기, 그리고 그 상처를 들고 그분 앞에 나아가는 한 걸음입니다. 작가 카지미로프스키가 포착한 것은 승리한 신의 위엄이 아닙니다. 상처 입은 채 서서, 여전히 빛을 내고 계신 분의 모습입니다. 자비는 거기서 흘러나옵니다. 아직 믿지 못하는 이에게도, 이미 지쳐버린 이에게도, 문을 겹겹이 걸어 잠근 이에게도. 그 빛은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묵상을 돕는 질문

 

• 지금 내 안에 이름 붙이기 어려운 어둠들… 두려움, 죄의식, 의심 등을 예수 앞에 그대로 내어놓는다면 어떤 말을 하게 될까요?

• 도마는 자신의 약함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고, 예수께서는 그 약함을 향해 직접 찾아오셨습니다. 나는 지금 어떤 방식으로 문을 잠그고 있으며, 그 문 안으로 들어오시는 분을 어떻게 맞이하고 싶습니까?


손 모아 기도합시다.


빛으로 오신 주님, 저의 의심과 두려움과 지친 믿음을 그대로 부활하신 당신 앞에 내어놓습니다. 잠긴 문 안으로 들어오셔서 평화를 건네신 것처럼, 오늘도 이 자리에 찾아오시고, 저를 보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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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묵상 필자 소개:

노용환 목사는 한신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학(학부)과 실천신학(신대원)을 공부했다. 예배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정교회 이콘과 상징 해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뉴욕신학교에서 종교교육학을, 블렌튼필 인스티튜트에서 상담학을 공부했고, 센트럴신학교 목회학박사과정을 통해 선교적 교회를 연구중이다.


2006년에 목사 안수를 받았고 2017년부터 한국기독교장로회와 미국그리스도연합교회(UCC) 이중 소속으로 로드아일랜드 제일한인교회를 섬기고 있다. 생명문화연구소에서 연구실장으로 일했고, JOYFUL COOP(신나는 협동조합) 발기인 대표로 서류미비 싱글맘 렌트 지원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미주 뉴스앤조이 기자로 활동하며, 선배기자들로부터 글쓰기를 배웠고, 실용적이지 않은 디자인의 가구나 오래된 그림처럼 무용(無用)하고 예쁜 것을 좋아한다. 또한 자전거와 캠핑 그리고 비치 라이프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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