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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종기 목사의 성경과 정치신학] 제2부 4장 IV. 가나안에 기획된 “거룩한 나라”의 특성(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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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CMUSA| 작성일2026-07-27 | 조회조회수 : 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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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거룩한 시간: 안식년과 희년의 회복적 정의 

  

하나님은 거룩한 나라를 세우도록 자기 백성에게 땅을 주시면서 그 안에서 안식하게 하시는 분이시다. 하나님이 주신 그 땅은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구별된 땅, 즉 거룩한 땅이다. 거룩한 땅은 동시에 거룩한 하나님과 거룩한 시간 안에 있어야 한다. 하나님의 백성들이 지속적 평안을 누리며 살도록, 하나님은 그 장소를 성별하여 임재하실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먼저 시간을 거룩하게 구별하여 안식일이라는 시간적 배경을 제정하셨다. 안식일의 기원은 창조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6일 동안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은 제7일을 안식일로 정하였다. 안식일은 시간의 연속선상에 개입한 ‘거룩한 불연속’이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그날 안식일을 복되게 하사 거룩하게 구별하시고 안식하셨다고 기록한다(창 2:2-3). 아브라함 헤셀(Abraham Heschel)은 이 안식일을 가리켜 “시간 속의 궁전”, “시간 속의 지성소”라고 불렀다. 헤셀이 주장하는 하나님은 공간을 거룩하게 구별하시기 전, 이미 문명과 문화를 초월한 때에 ‘시간의 성소’를 먼저 결정지으신 분이다. 안식일은 하나님을 기억하고 그분과의 궁극적인 만남을 연습하도록 시간 속에 구별된 아름답고 찬란한 성소이다. [Abraham J. Heschel, The Sabbath: Its Meaning for Modern Man, 오만규 역, 『안식일: 시간 속의 지성소』 (서울: 성광출판사, 1981), 21-35, 99-104.]

 

안식일은 예배라는 제의적 의미, 하나님과 우리의 수직적 차원을 가지는 동시에 인간관계의 수평적 의미를 가진다. 안식일은 사람, 동물과 땅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드리워진 휴식과 회복과 재충전의 시간이다. 안식일은 6일의 노동을 그치는 날로서, 6일 동안 공간 속에서 이루려는 소유와 능력의 확장에 드리운 제한과 단절의 표시이다. 안식일은 지배가 아니라 분배에, 정복이 아니라 조화를 위하여 중단을 택함으로 중단없는 시간 속에 거룩한 불연속성을 부여함으로 시간을 예술적 차원으로 승화시킨다. 바로 헤셀이 “노동이 하나의 기술이라면, 완전한 안식은 하나의 예술”이라고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안식일은 가장 기본적인 하나님과의 관계라는 면에서 영적인 시간이면서, 종과 나그네와 같은 사회적 약자를 향한 배려의 시간이라는 차원에서 인도주의적인 날이다. 안식일은 계절과 농사의 절기와 상관없는 무차별적인 시간이지만, 이는 육체와 정신과 상상력의 조화를 도모하는 하나님의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곳이다. 하나님은 은혜와 자비 가운데 우리의 한 주간을 거룩함으로 세례 주시는 분이시다. 창세기에서 거룩함이라는 단어가 최초로 쓰인 것은 바로 안식일의 제정과 관련되어 있다. [성경에서 거룩함은 안식일의 휴식을 주시면서 처음 사용하셨다. 다음을 보라. Abraham Heschel, The Sabbath, 『안식일: 시간 속의 지성소』, 17. A.J. Swoboda, Subversive Sabbath: The Surprising Power of Rest in a Nonstop World (Grand Rapids: Brazos Press, 2018), 9-10.]

 

안식일의 정신은 다른 절기들과 함께 거룩함을 위한 “시간의 건축학”[Heschel, The Sabbath, 『안식일: 시간 속의 지성소』, 16.]을 구성한다. 날들의 성소인 안식일은 달들의 성소인 월삭으로 발전되며, 거룩한 달력으로 일곱 번째 달인 티시리(Tishrei)월 1일은 나팔절로 구별되어 이때 한 달 전체가 성별된다. 거룩한 달력으로 7월 10일 대속죄일(Yom Kippur)는 일 년 중 가장 거룩한 날로, 금식하며 하나님 앞에서 죄를 용서받고 대제사장이 백성들의 죄를 위하여 일 년에 한 번 지성소에 들어감으로 영적으로 정결해지는 날이다. 이어지는 15-21일의 초막절 혹은 장막절(Sukkot)은 수확을 마친 후 초막에서 지내며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감사하는 기쁨의 절기이다. [Heschel, The Sabbath, 『안식일: 시간 속의 지성소』, 15-16, 23.]

 

애런 스워보다(Aaron J. Swoboda)는 매주 지키는 안식일을 경제와 생태계의 영역으로 확장 시켰고, 그러한 관점에서 안식년과 희년을 언급한다. 생태계는 밀접하게 상호 관련되어 있으며, 안식일을 통하여 인간이 쉬는 것은 물론이고, 안식년과 희년을 통하여 사람을 포함한 땅의 안식으로 확장된다. [A.J. Swoboda, Subversive Sabbath, 131-135.] 안식년은 휴경을 통한 땅의 휴식일뿐 아니라, 경제적인 차원에서 거룩한 백성의 빚을 탕감하고, 노예 됨에서 해방시키며, 기업을 회복시킨다. 안식년은 자유로운 삶과 기업의 회복을 의미한다. 안식년의 이러한 생태적, 인권적, 그리고 경제적 확장의 최고 절정은 희년이다. 희년은 7번째 해의 안식년이 7번 반복되는 49년째 안식년 다음 해이다. 50년째 대속죄일에 선포되는 희년은 인간 욕망의 확장을 일시 정지하는 것을 넘어 기업의 회복과 파산한 노예의 인권을 회복시키는 위대한 재설정(the great reset)이다. [A.J. Swoboda, Subversive Sabbath, 107-108] 스워보다가 안식 제도를 전복적이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볼 때, 하나님이 정하신 안식년과 희년은 사회ㆍ경제적 차원의 약자에 대한 배려, 회복적 정의를 보여준다. 안식년과 희년에는 첫째 휴경을 맞이한다. 종은 격무에서 벗어나며, 땅은 휴경을 통해 지력을 회복한다. 둘째로 안식년과 희년에는 모든 빚을 탕감시킨다. 셋째로 안식년과 희년에는 빚에 팔렸던 노예를 해방시킨다. 희년의 특징은 이 공통된 세 가지 이외에 넷째, 잃어버렸던 땅 곧 조상의 기업을 다시 배분하는 것이다. 희년에는 “수양의 뿔”, 곧 “요벨”로 만든 나팔을 불어 백성의 죄를 용서할 뿐 아니라, 빚을 탕감하고 자신 혹은 조상의 잃어버린 기업으로 돌아가는 놀라운 일이 이루어졌다. 이는 하나님의 통치가 가지는 분배정의의 놀라운 회복이며, 다시 노예 생활로 돌아가지 않도록 인간을 배려하려는 하나님의 사회적 안전장치이다. 

   

그러므로 안식년과 희년이라는 거룩함의 회복은 첫째로 개인의 차원뿐 아니라 구조적 특성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전국은 나팔을 불며 희년을 선포하고 즐거워했으며, 모든 땅의 거주민은 큰 즐거움 속에서 희년의 초막절을 지킬 수 있었다. 둘째로, 안식년과 희년의 제도는 영적인 차원의 회심과 함께 대속죄일의 회개에 따른 물질적인 차원의 종속과 경제적인 차원에서 해방을 실현한다는 면에서 총체적이다. 안식년과 희년의 거룩함은 그러므로 영적, 사회ㆍ경제적, 생태적인 면과 공동체적인 면에서 이루어지는 총체적인 사랑과 정의의 실현이다. 셋째로, 안식년과 희년에 이루어진 회복은 정의의 차원에서 회복적이다. 대체로 정의에 대한 일반적인 기준은 응보정의와 분배정의이다. 그리고 가나안 땅의 정복과 분배는 가나안 민족의 죄에 대한 응보와 12지파에 대한 분배정의를 보여준다. 그러나 안식년과 희년의 회복은 회복정의(restorative justice)의 놀라운 고대적 장치를 우리에게 가르친다. [민종기, “요셉의 토지제도와 희년법의 사회 정의”, 고승희, 민종기 백신종, 이상명 외, 『고엘, 교회에 말걸다: 공동체의 치유와 회복을 위한 성서적 모델』 (서울: 홍성사, 2017), 41-47.]

 

사랑과 공의의 하나님에게 응보정의와 분배정의는 마땅히 이루어져야 할 과제이다. 그러나 인적 환경이나 자신의 실수로 인해 토지를 상실했어도 7년, 49년 주기로 기업을 회복시키는 것은 분배정의를 넘어신 회복정의이다. 희년법이 실린 레위기 25장의 조항은 “소유지로 돌아간다”(레 25:10, 13), “가족에게 돌아간다”(25:10), “조상의 기업으로 돌아간다”(25:28, 41), “희년에 이르러 돌아간다”(25:28, 33)라는 말로 반복적인 회귀, 거듭된 기업의 회복을 적시하고 있다. [민종기, “요셉의 토지제도와 희년법의 사회 정의”, 『고엘, 교회에 말걸다』, 47.]

 

하나님은 자신의 영광을 위하여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시는 인간을 위하여, 거룩한 시간과 공간을 창조하신 분이시다. 하나님께서는 신정정치를 위하여 가나안 땅을 거룩하게 구별하시고, 그곳에 안식이 있는 나라, 거룩한 나라의 제도와 문물을 창조하시는 분이시다. 하나님은 시간 가운데 거룩한 지성소인 안식일, 안식월, 안식년과 희년을 창조하셨고, 하나님이 거룩하게 구별하신 땅이 거룩한 장소가 되게 하셨다. 하나님께서 여호수아와 사사시대를 통해서 이루시려고 한 것은 거룩한 나라이며, 거룩한 나라는 이제 거룩한 장소 가나안에서 거룩한 시간을 통해 구별된 문화를 가지게 하려는 것이었다. 안식일과 안식년과 희년은 세속에 대한 문화적 저항이다. 그것은 세속의 탐욕적 문화에 대한 대안적 제도이다. 그리고 그 저항적 문화는 거룩한 인간 공동체의 건설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안식의 정신은 그러므로 이 세상 탐욕적인 문화에 대한 전복적인 특성이 있다. 인식일은 그러므로 “전복적”(subversive)이며 새로운 문명을 일으키는 형성적(formative) 의도와 특징을 가진다. 이로써 이루어지는 문화는 거룩한 문화이며, 거룩한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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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 목사, KCMUSA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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