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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종기 목사의 성경과 정치신학] 제2부 4장 III. 가나안에 기획된 거룩한 나라의 구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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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CMUSA| 작성일2026-07-09 | 조회조회수 : 2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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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가나안에 기획된 거룩한 나라의 구조 


거룩한 전쟁의 목적은 가나안의 주민들을 퇴치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전쟁을 통하여 가나안 땅의 이민족을 축출한 후, 언약을 시행하는 민족 공동체를 이루려는 것은 여호수아와 사사시대에 나타난 중심 의도였다. 새로운 체제는 주변 국가와 같은 억압적 왕정이 아니라, 토지를 중심으로 한 열두 “지파 연맹”(tribal confederation), 곧 지파들의 평등한 공동체 혹은 공영체(commonwealth)를 이루려는 것이 그 목표였다. 가나안 진입의 위대한 목표는 주민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소유가 되는 “제사장 나라”(a kingdom of priests)가 되며 “거룩한 백성”(a holy nation)을 이루려는 신정적 이상 국가의 소망이다(출 19:6). 이 나라의 특성은 무정부 상태도 아니며, 그렇다고 하여 중앙집권적 왕정을 이루려는 것도 아니었다. 새로운 이상적 나라는 모세의 언약이 구체화 되어 하나님이 직접 왕이 되셔서 다스리시는 신정 공동체이다. 그 특성은 하나님의 주신 영토 안에서 하나님이 왕이 되시고 평화를 누리는 백성들이 자유 안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나라이다. 


1. 왕이신 하나님과 하나님의 종 


전쟁에 개입하시고 명령하시고 인도하시던 하나님은 군사령관으로 전쟁하시는 하나님이실 뿐 아니라, 지혜와 능력으로 왕이 되셔서 한 체제를 다스리시고 유지하시는 하나님이다. 하나님은 왕이 되시고 이스라엘을 다스리기 위하여, 이스라엘에 이미 신법인 율법을 주셨고 율법을 통해 종주 언약을 맺으신 바 있다. 입법자이신 하나님은 동시에 언약의 하나님이시다. 여호수아 시대에 하나님은 거룩한 전쟁을 통해 이스라엘에 영토를 주셨을 뿐 아니라, 가나안에 정착하도록 각 지파에 땅을 분배하셨다. 사사시대를 통해서도 하나님은 가나안의 이스라엘 백성에게 자신이 친히 다스리시는 이상적 정치형태를 부여하시길 원하였다. 그 나라는 예언자나 제사장이 최고 통치자가 아니며, 대제사장 역시도 정치적 역할은 있지만 최고의 정치지도자는 아니었다. 여호수아나 사사도 왕이신 하나님의 위치를 대신할 수 없으며, 그들은 오직 “여호와의 종”(Eved Adonai)이 되어서 정치의 영역에서 하나님의 통치를 보좌하며 백성을 다스릴 뿐이다. [Elazar, Covenant and Polity, 227.]

 

왕이신 하나님의 통치를 구현하는 인간 지도자, 여호와의 종은 이미 모세와 같은 선지자라고 할 수 없었다. 카리스마적 선지자로서 하나님을 대리하는 정치형태는 광야 시대를 지나면서 종결되었다. 정치와 종교가 분화된 사회 속에서 이전의 종교 지도자인 선지자와 제사장은 정치적 역할은 있으나 “하나님의 총리”(God’s prime minister)라고 할 수 없었다. 전쟁이나 정치를 담당하는 지도자 여호와의 종은 누구보다도 “하나님의 총리”로서 백성을 위한 전쟁의 사역을 감당하는 여호수아와 같은 군인 지도자였다. 군인 지도자는 종교적 차원의 지도자인 대제사장이나 제사장의 직분과 이미 구별되기 시작했다. 하나님의 총리가 된 장군이 전쟁의 직분을 맡아 감당했으며, 전국적인 지도자로서의 여호수아는 이스라엘의 온 회중에게 하나님 앞에 언약을 맺도록 주도하는 군사적 지도자였다. 


여호수아의 정치신학적 역할은 하나님이 다스리는 나라의 시민적 언약의 체결을 매개하는 자인데, 그 언약은 먼저 세겜에 위치한 두 산 그리심과 에발 산 사이에서 맺어졌다(수 8장). 군사 지도자이자 정치지도자인 여호수아는 모든 영토를 배분한 후에 다시 같은 장소에서 언약을 갱신한다(수 24장). 시민적 정치지도자인 여호수아는 제사장이나 예언자와 같은 종교 지도자와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구체적인 상황에서 정치적 역할을 가진 자로 분화되어 나타난다. [Elazar, Covenant and Polity, 227-228.]


광야의 삶 속에서 모세도 선지자로서 정치적 역할을 감당하던 “여호와의 종”이자 “하나님의 총리”였다. 아론의 자손인 대제사장과 레위인 제사장의 존재는 이미 광야와 사막에서 40년 동안 이동하면서 공동체가 정치적으로 발전될 때부터 있었던 직분이다. 군대 조직으로 구성된 각 지파에서 십부장, 오십부장, 백부장, 천부장과 지파의 대표로서 족장 또한 이미 존재했다. 


이들 중에서 대제사장과 제사장들의 위치는 하나님의 의사를 전달하고 성전을 중심으로 한 하나님의 통치를 주도적으로 실천하는 역할을 했다. 그들은 우림과 둠밈을 통하여 하나님의 뜻을 묻는 통로가 되었으며, 제사를 지내고 율법의 해석을 담당했다. 아울러 그들은 모든 회중을 대신하여 하나님 앞에 제사를 드리고 공동체가 종교적 정체성을 유지하도록 기능하였다. 그들은 왕이 없던 시절에 왕을 대신하여 하나님의 뜻을 받아 결정하고 백성들에게 이를 전달하는 신적 권위의 근원이 되었다. 


롤랑 드 보(Roland de Vaux)에 의하면, 제사장은 단순한 종교인이 아니라 장로 및 이후의 왕과 더불어 공동체의 사법적 절차를 관장하는 존재였다. 제사장은 “사법적 정의를 관장”하는 지도자였으며, “율법적 판단을 결정하는 기능”을 제공하는 재판관이었다. [Roland de Vaux,  Les Institutions de I’Ancien Testament, trans. by John McHugh, Ancient Israel: Its Life and Institutions (Grand Rapids: Eerdmans, 1997), 152-155.] 율법에 나타난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 백성을 이끄는 존재로서 제사장은 교사의 기능을 하는 사람이었을 뿐 아니라 중보자의 역할을 감당하였다. [Roland de Vaux, Ancient Israel: Its Life and Institutions, 353-355.] 

 

게르하르트 폰 라드도 이스라엘의 정치 질서는 “제의 중심 질서”를 가졌음을 주장하므로, 제사장의 역할과 기능이 단순히 종교적 기능으로만 그치지 않는 정치신학적 함의를 가졌음을 말한다. 제사장의 직분은 왕의 제도가 자리 잡기 전 공동체의 신성한 정책 결정에서 현저한 역할을 감당하는 특권적 성격을 가졌다. 궁극적인 정책 결정권은 하나님에게 있지만, 제사장은 그 하나님의 뜻을 해석하는 창구가 됨으로 신적 권위의 통로 역할을 했다. 레위인 중에서 특히 제사장의 기능은 율법을 전달하고 우림과 둠밈의 제비뽑기를 통해서 하나님의 뜻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Gerhard von Rad, Die Theologie des Alten Testaments trans. by D.M.G. Stalker Old Testament Theology, vol. 1. (New York: Harper & Brothers, 1962), 244-245.]

    

시민적 지도자인 여호수아의 지도력이 발휘되는 동안, 여호수아와 함께 정치적이고 시민적인 역할을 감당하는 자연스러운 지도력은 각 지파의 성읍에서 활동하던 장로에 의하여 행사되었다. 이들은 여호수아와 같은 전국적인 지도자가 활동할 때부터 이미 존재한 지도자로서 첫째로 지역의 사법과 행정을 맡은 장로로서 활동하고 있었다. 그들은 정착한 성읍에서 성문 근처에서 재판정이 열릴 때 지역 법정의 사법 체계와 행정을 담당한 지도자들이었다. 그들은 지방 행정관이자 판사였으며, 원로회의를 구성한 사람들이었다. 이 원로회의는 사사의 존재와 활동을 인정하거나 요청하기도 하였다. 지방의 장로는 광야에서 군사 조직으로 확정된 이후, 지도력의 형태가 여호수아 장군에서 사사들로 변화되는 순간에도 이들 시민적 지도자와 협조적으로 동행하였다. 

   

제사장과 장로가 여호수아의 시대를 전후하여 신정정치를 위한 인간학적 차원의 대리인으로 자리 잡았다면, 사사시대에는 사사 곧 재판관이 국가적 위기의 순간마다 나타나서 외적의 침입과 점거로부터 구한 카리스마적 지도자로 등장한다. 이 시기에 활동했던 사사(judges, 士師 혹은 재판관 혹 판관)의 수는 학자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많게는 14명으로 보거나 적게는 12명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14명으로 보는 경우, 첫 사사 옷니엘, 에훗, 삼갈, 드보라와 바락, 기드온, 그리고 왕을 자칭하며 3년 동안 소동을 부린 아비멜렉까지 7명이 있다. 이후에 나타난 다른 일곱 사사는 돌라, 야일, 입다, 입산 엘론, 압돈 그리고 삼손까지 7명이다. 사사의 수를 16명으로 계산하는 사람은 사사시대의 말기에 등장한 엘리와 사무엘까지 사사로 더하여 계산한다. [김홍전, 『사사기 소고 I: 교회의 사명』 (전주: 도서출판 성약, 1994), 50-51.]

 

이러한 사사들은 또한 군사적 임무를 감당했는가의 유무를 따라 다르게 분류할 수 있다. 다니엘 엘라자르에 의하면, 군사적인 일과 상관없이 민사적 기능을 담당한 사사는 5명 돌라, 야일, 입산, 엘론과 입단이다. 그러나 순전히 군사적인 일에 관련된 사사는 에훗, 삼갈, 삼손, 아비멜렉 그리고 바락의 5명이다. 아울러 군사적인 일과 민사적 기능을 함께 감당했던 사사는 옷니엘, 기드온, 입다, 드보라, 엘리와 사무엘 6명을 들 수 있다. [Elazar, Covenant and Polity, 288.] 

 

대부분의 사사는 이론적으로라도 해방자 하나님이 왕이 되심을 알았으며, 자신은 왕의 통치를 대행하는 자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하나님이 왕이 되셔서 통치하시는 사사시대는 성경에서 말하는 가장 이상적인 시대였는가 우리는 질문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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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 목사, KCMUSA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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