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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종기 목사의 성경과 정치신학] 제2부 4장 II. 가나안 정복 전쟁은 거룩한 전쟁인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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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CMUSA| 작성일2026-07-07 | 조회조회수 : 2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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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여호수아 시대의 거룩한 전쟁, 여리고성 전투 


이스라엘-아말렉 전쟁이나 이스라엘-아모리 전쟁이 ‘거룩한 전쟁’이라고 성경이 명백하게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구약학자 게르하르트 폰 라드(Gerhard von Rad)의 거룩한 전쟁에 관한 고전적 저술, 『고대 이스라엘의 거룩한 전쟁』(Holy War In Ancient Israel)에 따르면, 모세의 시대에 있었던 전쟁도 분명히 거룩한 전쟁의 요소를 가진 전쟁이다. 폰 라드는 ‘거룩한 전쟁’이 이스라엘의 가장 오래된 신학적 전통의 중 하나라고 간주한다. 이것은 제도의 형식으로 존재해 왔으며, 단순한 군사행동을 넘어선 신학적 의미가 담긴 일종의 ‘예전’(liturgy)이라고 해석했다. [Gerhard von Rad, Der Heilige Krieg im Alten Israel (Göttingen: Vandenhoeck & Ruprecht, 1958), trans and ed. by Marva J. Dawn and John H. Yoder, Holy War In Ancient Israel (Grand Rapids: Eerdmans, 1991), 39-40.] 고대의 신정 사회(theocratic society)에서 군사적인 일은 종교와 밀접하게 연결되었고, 단순한 군사작전이 아니라, 용사이신 여호와께서 참전하시는 하나님의 전쟁이었다. 거룩한 전쟁에서 주도적인 하나님은 인간을 ‘여호와의 군대’로 사용하시는 전쟁이며, 일정한 종교적 예식이라는 함의를 가지는 행위였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스라엘-아말렉 전투나 이스라엘-아모리 전투는 여호와의 전쟁이며, 여호와의 군대가 동원된 전쟁이자, 여호와의 승전 의지가 깃들어 있는 전쟁이다. 다만 거룩한 전쟁의 예전적 차원에서 충분한 제도적 절차가 갖추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거룩한 전쟁의 기원에 관한 많은 논쟁 속에서 밀라드 린드(Millard Lind), 루돌프 스멘드(Rudolf Smend)와 엘머 마튼즈(Elmer Martens)에 의하면, 거룩한 전쟁의 출발은 구원의 원형적 사건인 홍해를 건넌 기적에서 찾는다(출 14-15장). [거룩한 전쟁의 기원을 출애굽 사건으로 보는 입장이 Millard Lind, Rudolf Smend와 Elmer Martens에 의하여 제시되었다. Lind와 Martens는 보수적 신학자이고 Smend는 자유주의 신학자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출애굽 사건을 거룩한 전쟁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특히 홍해를 건너면서 하나님이 이루신 구원은 이후 거룩한 전쟁이 가지는 특성을 제시하는데, 첫째의 요소는 오직 여호와의 승리가 드러나면서 인간의 역할은 부수적이라는 점이다. 둘째, 선지자와 같은 카리스마적 지도자를 일으켜 이스라엘을 인도하신다는 점이다. 셋째로 거룩한 전쟁의 중요한 용어들, 떨림, 두려움, 공포와 절망 등의 용어가 홍해 사건에서 제시된다는 점이다. 다음을 참조하라. R. Shin Asami, “The Origin of Holy War in the Book of Judge” (Th.M. Dissertation of Western Conservative Baptist Seminary, Feb., 1985), 11-15.] 이러한 기적을 경험하는 중에 여호와께서는 민족의 하나님이 되시고 그의 백성들과 함께 출애굽의 언약(출 19-24장)을 맺으신 사건은 여호와의 왕이심과 자신의 주권을 계시한 것이다. 홍해의 기적 이후에 벌어진 전쟁은 언약 백성을 보호하시고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왕이자 군대 사령관 되심을 드러내시는 사건이다. 거룩한 전쟁은 그러므로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언약을 그 배경으로 가진다. 하나님과 맺은 종주권 언약은 하나님의 보호하심이 백성에게 미치며, 하나님의 신실함에 의해 전쟁의 승리를 보장받도록 백성을 도우시는 사건이다. 

   

거룩한 전쟁이 일종의 예식이라는 형태를 가진 제도적 관점에서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은 여호수아의 정복 전쟁이다. 여호수아서의 서술은 상당 부분 폰 라드가 말한 문학적ㆍ의전적 정형성을 보여준다. 폰 라드는 대략 다음과 같은 양식이 거룩한 전쟁의 요소라고 주장한다. 첫째 전쟁 이전에 하나님의 신탁(oracle)으로 전쟁이 결정되며 이것은 선지자에게 통보된다. 하나님은 지도자에게 상대 군대를 “네 손에 넘겨주리라”고 약속한다. [Gerhard von Rad, Holy War In Ancient Israel, 42-44.] 둘째는 전쟁을 위한 나팔을 불어 군대를 공적으로 소집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 [Gerhard von Rad, Holy War In Ancient Israel, 41.] 셋째는 군대를 정결하게 하는 회개와 씻음의 성별 의식을 가진다. [Gerhard von Rad, Holy War In Ancient Israel, 42.] 넷째로 전쟁의 출정에서 언약궤가 동행하면서 하나님이 전쟁 중에 행진하여 나간다. 다섯째로, 전투 중에 나타나는 하나님의 기적적인 개입을 통하여 승리를 거두게 된다. 하나님의 개입에 대한 믿음은 높은 사기와 함께 적의 깊은 두려움으로 특징지어진다. [Gerhard von Rad, Holy War In Ancient Israel, 45-48] 여섯째로 적군에 대한 진멸 즉 헤렘(hérem)과 전리품이 거두어지는 봉헌이 따른다. [Gerhard von Rad, Holy War In Ancient Israel, 49-51.] 그리고 일곱째 승리에 대한 찬양과 감사로 하나님께 영광이 돌려지며, 이스라엘은 이제 “장막으로 돌아가라”는 명령을 받고 민병대가 해산된다. [Gerhard von Rad, Holy War In Ancient Israel, 50-51]


여호수아의 여리고 전쟁은 이전의 전쟁과 비교할 때 거룩한 전쟁의 더욱 완결된 제의적 요소를 보여준다. 폰 라드의 거룩한 전쟁의 제도를 참조할 때, 여호수아는 전쟁 이전에 여호와의 뜻을 신탁으로 제공받는다. 여호와께서는 이스라엘의 영토를 규정한다. 여호와는 “광야와 레바논에서부터 큰 강 곧 유브라데 강까지 헷 족속의 온 땅과 또 해지는 쪽 대해까지 너희의 영토가 되리라”(수 1:4) 다짐한다. 하나님께서는 백성들이 강하고 담대하게 되어 자신이 조상에게 약속한 땅을 차지하도록 하겠다고 확인하신다. 여호수아가 언약의 율법책을 떠나지 아니하고 순종하면 형통하리라고 약속하시며, 하나님은 전쟁을 앞두고 여호수아에게 신탁을 주시면서 지도자를 강화시킨다. 이는 폰 라드가 말한 거룩한 전쟁의 첫째 제도적 조건이다. 

   

하나님의 분명한 신탁을 받은 여호수아는 두 명의 정탐을 보내어 탐지하고 언약궤를 앞장세워 요단강을 건너간다. 요단강은 제사장의 발걸음이 물에 닿는 동시에 갈라져서 상류로 물이 쌓이고 하류로는 물이 끊겨 마른 땅을 건너는 놀라운 기적을 체험한다. 하나님의 백성들은 이러한 기적 속에서 도하를 마치고 길갈에 이른다. 여호와의 궤는 백성이 모두 건너기까지 요단강의 마른 땅 가운데 섰으며, 시내의 돌을 각 지파의 대표들이 주워다가 길갈의 숙영지에 기념비를 만든다(수 4-5장). 이는 폰 라드가 거룩한 전쟁의 요건으로 말한 넷째 조건이다. 여호와의 궤는 여호와의 임재를 표한다. 

   

여호수아는 전쟁을 위한 준비로 군사훈련이나 무기의 정비를 명하는 것이 아니라, 거룩한 전쟁은 하나님이 참전하여 이끌어 주시는 것을 믿는 고로, 이스라엘 백성에게 할례를 받도록 한다. 이들은 40년의 광야 생활에서 할례를 받지 못하였기 때문에, 할례를 받으므로 정결함의 표를 가진 백성이 되게 한다. 하나님은 이에 여호수아에게 말씀하신다. “내가 오늘 애굽의 수치를 너희에게서 떠나가게 하였다”(수 5:9). 그래서 이스라엘은 그 숙영 장소의 이름을 ‘굴러갔다’라는 의미의 “길갈”이라고 하였다. 이와 함께 전쟁의 지도자 여호수아는 여리고를 정찰하는 중에 “여호와의 군대 대장”의 방문을 받고 그 앞에서 신을 벗는다.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 네가 선 곳은 거룩하니라”(수 5:15). 순종하는 여호수아는 여호와의 현현 앞에서 모세처럼 ‘여호와의 종’의 사역을 감당하기로 헌신한 것이다. 이는 거룩한 전쟁을 위한 성결 예식이라는 셋째 조건의 준비이다. 여호와의 군대는 길갈의 할례로 여호수아는 여호와 앞에서 신을 벗으므로 전쟁을 영적으로 준비한다.

   

여호와께서는 여리고 성을 무너뜨리기 위한 독특한 방법을 사용하시는데, 나팔을 불면서 공격하는 특이한 방법이다. 군사적으로 이스라엘은 접전을 위한 백병전을 하거나, 공성퇴, 공성추나 운제(雲梯)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제사장들이 언약궤 앞에서 나팔을 불며 나간다. 그리고 마지막 날에는 양각 나팔을 길게 불어 백성에게 울릴 때, 백성들이 함성을 올림으로 성벽을 무너뜨리라고 명령한다. 제사장들은 나팔을 울리면서 법궤 앞에서 나아가고 백성들도 7일 동안 행진하는데, 7째 날에는 7바퀴를 돈다. 그리고 마지막 나팔에 함성을 올림으로 여리고 성이 무너지게 되었다. 이는 거룩한 전쟁에서 나팔을 부는 둘째 조건을 만족시킨다.  

   

여리고 전쟁에서 가장 놀라운 전쟁의 결과는 이스라엘이 6일 동안의 침묵 후에 나팔 소리와 함께 부르짖은 함성이 여리고 성을 무너뜨렸다는 기적이다. 이스라엘은 무너진 성벽을 돌파하여 들어가 성읍을 점령하고 그곳 거주자를 진멸한 것은 거룩한 전쟁에서 여호와가 개입하신 분명한 기적의 결과를 보여준다. 그때 이스라엘 군대는 성안에 있는 모든 것을 온전히 바치되 남녀노소와 소와 양과 나귀를 칼날로 멸하였다. 무리가 그 성과 그 가운데에 있는 모든 것을 불로 사르고 은금과 동철 기구는 여호와의 집 곳간에 두었다. 이러한 기적적인 승리와 하나님을 향한 봉헌, 즉 “헤렘”(hērem)은 거룩한 전쟁의 다섯째와 여섯째 조건을 만족시킨다. 

   

폰 라드가 말하는 거룩한 전쟁의 마지막 표지는 승리에 대한 찬양과 감사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이스라엘을 “장막으로 돌아가라” 명령하여 민병대가 해산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리고와 아이 성은 거룩한 전쟁의 초입에 해당하는 사건이므로, 전쟁의 종식을 예고하거나 종전을 위하여 군대를 해산시키기는 않는다. 거룩한 군대를 해산시키는 일은 여리고성 전투와 아이성 전투(6장, 8장)를 훨씬 지나서, 여호수아의 정복과 정착이 마쳐진 후에 24장에 이르러서 하나님을 따르기로 세겜 언약을 맺은 후에 이루어진다. 이 언약의 말씀을 돌에 새기고, 증거의 돌로 기념비를 세워 언약을 갱신한 후에 여호수아는 백성들을 돌려보낸다. “백성을 보내어 각기 기업으로 돌아가게 하였더라”(수 24:28). 그러므로 여호수아서 전체는 하나의 거룩한 전쟁을 구성하는 양식을 제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Daniel Elazar, Covenant & Polity in Biblical Israel, 274.] 

 

거룩한 전쟁의 양식으로 표현된 여호수아서는 정교한 전체적 구조를 통해서 정복 전쟁이 정치신학적 차원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도력을 이양받은 여호수아(1장)는 정탐을 보내고(2장) 기적 속에서 요단을 건너 요단강 하상의 돌을 기념비로 세우고, 땅의 돌을 법궤가 제사장과 함께 머물렀던 곳에 세워 기념을 삼는다(3-4장). 요단강을 건너는 사건과 길갈의 할례는 군사적이며 종교적이다(5장). 여리고 성과 아이 성의 정복(6-8장)은 거룩한 전쟁이며, 이는 세겜 언약(8:30-35)으로 종결된다. 이스라엘 백성은 세겜으로 이동하여 그리심산과 에발산 사이에서 12지파가 6지파로 각각 분리되어 하나님 앞에서 저주와 축복의 언약을 맺는다. 이로써 거룩한 전쟁의 주도적 역할을 하신 분은 사람이 아니라 용사이신 하나님이었음을 드러낸다. 이 전쟁으로 가나안은 중심부가 남북으로 양단된다. 

   

이어서 기브온 주민과 언약(9장)을 맺은 후에 일어난 전쟁은 가나안의 남방 전투(10장)이며, 승리 이후에는 이어서 북방전투를 수행한다(11장). 여호수아는 요단 서편에서 31왕을 정복(12장)하였으나 정복하지 못한 지역이 가나안 지역에 아직도 남아 있었다. 여호수아는 전쟁을 마치면서 정복한 지역을 분배(14-21장)하고, 요단 동편으로 르우벤, 갓, 므낫세 반 지파를 보낸다(22장). 이즈음 여호수아는 세겜으로 이스라엘 백성을 다시 모아 언약을 맺고, 여호와를 따르라고 권면한다(23-24). 정복과 전쟁, 그리고 땅의 분배는 8장과 24장의 제1, 2차 세겜 언약의 의식과 맹세로 마무리된다. 거룩한 전쟁은 이러한 역사적 과정에서 정치신학적인 지평을 보여주는데, 곧 전쟁과 종교적인 예배의 지평이 역사 속에 연결되어 지속되고 있음을 우리에게 확인시킨다. [폰 라드와 유사하게 롱맨과 다니엘은 하나님이 전사가 되셔서 싸운 ‘거룩한 전쟁’을 다음과 같은 특징으로 분류한다. 그들은 전쟁 이전, 전쟁 중, 그리고 전쟁 이후의 거룩한 전쟁의 특성을 표현하는데, 첫째로 전쟁 이전에는 1] 하나님의 뜻을 구함, 2] 영적인 준비, 3] 예식적 정결함의 확보를 든다. 둘째로 전쟁 중에는 4] 숫자와 무기에 대한 언급, 5] 행진에 대한 언급, 6] 법궤의 소지와 7] 하나님의 기적적인 개입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셋째이자 마지막 부분으로는 8] 하나님에 대한 감사와 찬양, 9] 하나님께 속한 전리품의 구별 그리고 10] 봉헌과 헤렘(진멸)이 소개된다. 다음을 참고하라. Tremper Longman III & Daniel Reid, God is a Warrior (Grand Rapids: Zondervan, 1995), 3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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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 목사, KCMUSA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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