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종기 목사의 성경과 정치신학] 제2부 구약교회의 신정정치 – 2. 시내산 언약의 구조와 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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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내산 언약의 구조와 의의
시내산 언약의 체결이 극명하게 드러난 부분은 출애굽기 19장에서 24장까지에 등장하는 “언약서”(the Book of the Covenant)이다. 언약서란 모세가 여호와의 모든 말씀과 율례를 기록한 문서이다(출 24:3, 4, 7). 출애굽기 전반인 1-18장에서는 이스라엘을 위하여 여호와께서 이루신 초자연적인 구원 사건을 기술한다. 이에 이어진 19장 이후에는 시내산에 도착한 히브리 백성과 함께 탈출한 종족들이 하나님과 맺은 시내산 언약이 소개된다. 그중 19-24장은 출애굽기 24장 7절에 의하면 “언약서”로 불려진다. 모세가 기록하여 전한 언약서는 다음과 같은 문학적 구조를 가진다. 그리고 25장 이후의 예배 의식을 위한 규례, 성막을 제조하는 방법과 과정이 출애굽기의 나머지 부분을 구성한다. [Peter Gentry and Steven Wellum, Kingdom through Covenant: A Biblical-Theological Understanding fo the Covenant (Wheaton: Crossway, 2012), 김귀탁 역, 『언약과 하나님 나라』 (서울: 새물결플러스, 2017), 435-440.]
출애굽기 19-40장의 개요[Peter Gentry and Steven Wellum, Kingdom through Covenant, 『언약과 하나님 나라』, 442-444.]
1. 배경 19장
2. 열 가지 말씀(십계명) 20장
3. 판결들(법규 혹은 율법) 21-23장
4. 언약 비준 의식 24장
5. 예배-신적 왕권의 인정 25-40장
이 중에서 마지막 항목 5를 제외한 19-24장의 형태와 구조는 위와 같이 세분할 수 있다. 19장은 언약의 배경과 상황을 제공하고, 마지막 24장은 언약 비준 의식에 대하여 기록하고 있다. 그 안에 있는 가장 현저한 십계명으로 일컬어지는 기본규정이 20:1-17에 제시되는데, 이를 자세히 분류하면, 출 20:1의 전문, 20:2의 역사적 서언, 20:3-17까지의 십계명이라고 불리는 핵심적 기본규정 10가지, 그리고 20:18-23:33에 나오는 세부 규정으로서 구체적 적용 사례인 판례법으로 구성된다.
피터 젠트리(Peter Gentry)와 스티븐 웰럼(Steven Wellum)의 견해에 의하면, 이러한 구조는 기원전 15-13세기의 고대 근동 문화의 국제 조약의 형태와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출애굽기는 물론이고 신명기에는 히타이트 조약과의 유사한 평행관계가 더욱 드러나는데, 이는 종주권자와 봉신 사이에 체결된 조약(suzerain-vassal treaty)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내용에 있어서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언약은 당시 중근동의 언약과 대조적이다. 그 이유는 왕이며 아버지이신 하나님이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설정하는데,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로 혹은 남편과 아내의 관계로 친밀하게 맺어지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신왕(神王 Divine King)이신 하나님과 신국(神國, Divine Kingdom)의 구성원 백성의 관계는 따라서 특별한 관계였다. 이 특별한 관계 속에서 여호와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모든 민족 중에서 내 소유”(my treasured possession), “제사장 나라”(a kingdom of priest)와 “거룩한 백성”(a holy nation)이라고 단언한다. 이스라엘은 그러므로 하나님의 존귀한 보물과 같은 소유요, 열방을 위한 제사장적 공동체이며 하나님께 거룩하게 구별된 시민임을 확인할 수 있다. [Gentry & Wellum, Kingdom through Covenant, 『언약과 하나님 나라』, 455-472.]
출 19:3 모세가 하나님 앞에 올라가니 여호와께서 산에서 그를 불러 말씀하시되 너는 이같이 야곱의 집에 말하고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말하라 4 내가 애굽 사람에게 어떻게 행하였음과 내가 어떻게 독수리 날개로 너희를 업어 내게로 인도하였음을 너희가 보았느니라 5 세계가 다 내게 속하였나니 너희가 내 말을 잘 듣고 내 언약을 지키면 너희는 모든 민족 중에서 내 소유가 되겠고 6 너희가 내게 대하여 제사장 나라가 되며 거룩한 백성이 되리라 너는 이 말을 이스라엘 자손에게 전할지니라
시내산 언약으로 세워진 유대 국가는 세계 민족 가운데서 “하나님의 소유”로서 선택된 존재이며, “제사장 나라”로서 사명을 부여받은 공동체이자 “거룩한 백성”으로 다른 국가와 대조적 특징을 가진 나라이다. 언약 관계로 특징지어지는 유대 왕국에는 하나님 안에서 거룩한 문화를 건설함에 그 핵심적 사명이 있다. 하나님은 자기의 백성을 위하여 유월절에 임하셨으며, 구름 기둥과 불기둥으로 백성들과 광야의 삶에서 함께하셨다. 이제는 시내산에 강림하시고, 백성들의 장로를 불러 함께 교제를 나눈다. 율법을 통해서 교제하시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은 12지파의 중앙에 거하시면서 백성의 이동 중에서도 함께하시고 앞장서 인도하신다. 이러한 면에서 여호와 하나님은 중근동의 신들과 대조적이다.
율법은 당시 중근동의 다른 법전, 즉 기원전 21세기의 우르-남무법, 19세기의 리피트-이쉬타르 법, 18세기의 에슈눈나와 함무라비 법, 17세기 고대 힛타이트 법과 중기 앗시리아법을 가진 나라와 비교하여 어떤 대조적인 특성을 가질까? 시내산 언약과 중근동 왕들의 법전의 공통점은 대량의 “판례법”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젠트리와 웰럼이 발견한 법전이 가진 내용의 차이는 시내산 언약서가 하나님의 “자기 계시”로서 언약에 참여하는 자들의 “성화를 추구”하는데, 왕들의 법전은 본질상 왕의 “자기 영광”을 드러냄과 “정의의 구현”에 미칠 뿐이라는 점이다. [Gentry & Wellum, Kingdom through Covenant, 『언약과 하나님 나라』, 498-501.] 시내산의 언약이 기존의 법전과 대조적인 차원을 정치신학적 의미에서 찾아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