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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종기 목사의 성경과 정치신학] 제2부 구약교회의 신정정치 - 1. 신법과 하나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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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CMUSA| 작성일2026-01-21 | 조회조회수 : 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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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시내산 언약과 하나님의 나라   


거룩한 달력의 첫 달 니산월에 속한 유월절(14일)과 무교절(15-21일)은 출애굽 사건을 기념하는 절기이다. 히브리인은 경이로운 기적 속에서 이집트로부터 탈출했다. 유월절 밤에 벌어진 장자를 치는 재앙으로 이집트에 있는 파라오의 아들부터 종의 아들과 짐승의 초태생에 이르기까지 생명을 잃게 되었다. 열 번의 재앙은 이집트의 모든 신을 심판하는 결정적 전쟁이었다(출 12:12). 이는 여호와와 우상 사이에서 참된 능력자를 결정하는 영적, 우주적 전쟁이었고, 그 신의 권위에 기초한 권력과 제도를 시험하는 정치신학적 대결이었으며, 결국 거룩한 달력의 시작과 그 첫 기념일을 결정하는 절기를 낳는 세계관 재구성을 위한 문화적 싸움이었다. 

   

유월절 사건은 이집트 사람에게는 파멸적 재앙이었으나, 유대인에게는 유월절 어린양의 피로 말미암는 구원을 체험하고 가나안으로 향해 행진을 시작하는 해방의 시작이었다. 430년간 노예로 살던 민족의 자유와 해방은 40년 동안의 광야의 과정을 통해 성취된다. 그 과정 중에 하나님은 이스라엘과 신법(神法, the divine law)을 매개로 하는 “시내산 언약”을 맺는다. 그리고 광야의 훈련이 마쳐지는 40년 후, 다시 태어나 공동체에 합류한 신세대를 대상으로 언약을 갱신하여 신명기로 매개된 “모압 언약”을 맺는다. 


1. 신법과 하나님 나라


세계의 정치사 속에서 “작고, 잘 관리되지 못했으며, 분열되었고, 장구하지 못했던 나라인 유대 왕국”의 특성을 논의하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인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영국의 정치학자인 사무엘 파이너(S.E. Finer)도 그의 같은 의문을 제기하며 유대 왕국(1025-587 BC.)의 역사를 조망한다. 파이너는 유대 왕국이 선지자 모세로부터 바벨론의 멸망에 이르기까지 1,000년을 넘기지 못했고, 왕조로도 500년이 지속되지 않은 나라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그 나라가 가진 정치사적 의미는 고대국가가 시작되던 기원전 3200년 이후 약 2,000년 동안의 국가의 역사 속에서 그 이전과는 “전적으로 독창적이고 완전히 다른 정부 역사의 혁명적 약진”(breakthrough)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한다. 그 나라는 서기 132-135년 사이의 바르 코크바 혁명으로 사라졌으나, 그 나라의 법전을 통해서 후대에 알려졌고 정치사에 심대한 영향을 주었다. [S.E. Finer, The History of Government from the Earliest Times: Vol. 1 Ancient Monarchies and Empires (Oxford: Oxford Univ. Press, 1997), 238-241.] 파이너는 외견상의 이 유약한 국가가 가진 경이로운 특징은 유대 왕국 그 자체보다는 하나님의 법, 신법(神法)과 그 법을 통한 언약에 있었음을 인정한다. 파이너는 다음과 같이 유대 왕국을 평가한다. 

 

유대 왕국은 신성하지도 반쯤 신성하지도 않았다. 하나님은 하나님일 뿐이었으니, 그는 만물의 창조자, 전능자이며, 감히 입에 올릴 수 없는 분(Ineffable), 유일하신 하나님 그리고 우주의 주권자이다. 그리고 유대 왕국은 하나님과 공동체 사이의 중재적 위치에 있지 못했다. 전체 공동체는 시내산에서 하나님과 언약을 통해서 맺어졌다. 이것이 유대 역사의 핵심 사건이다. 모든 것은 이 사건의 설명이자 주석이다. 시내산에서 하나님은 율법을 주었다. 그것은 기록되었으며, 백성은 그것에 순종하기로 약속했다. 결과적으로 각 개인과 함께 공동체 전체가 하나님과 직접적인 교제에 들어갔다. [S.E. Finer, The History of Government from the Earliest Times: Vol 1, 238.]

 

시내산 언약은 하나님이 선지자 모세에게 주신 율법을 매개로 이루어졌다. 시내산 언약은 왕의 언약도, 귀족의 언약도, 제사장의 언약도 아니었다. 선지자 모세가 있었지만, 그는 하나님에 의하여 사용된 종이었으며, 오직 하나님이 왕이시며 입법자였다. 언약의 특성은 모든 회중이 참여하여 하나님과 계약을 맺는 것에 있었다. 시내산 언약은 그러므로 회중의 언약이었고, 핵심은 모든 백성이 회중으로서만 아니라 각 개인으로서 “참여해야 하는 것”이었다. 구체적인 신법을 가진다는 이것은 종교가 정치에서 분화되었으나 정치의 후원자로 존재하는 고대 종교에서 벗어나 소위 역사 종교로서 최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종교는 예식 중심에서 민중의 일상생활을 규정하는 기록된 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Robert N. Bellah, "Religious Evolution",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vol. 29, no. 3 (Jun., 1964), 358-374 or R. Robertson ed., Sociology of Religion (Penguin, Harmondsworth, 1969, 262-94. 파이너는 로버트 벨라가 주장한 종교 발전의 5단계를 따르고 있다. 최초의 원시 종교(primitive religion)는 의례나 제의를 통해 발전된다. 둘째는 고대 종교(archaic religion)로 종교는 국가와 분리되었으나 국가의 후원으로 존재하는 제사장 역할에 그친다. 셋째로 역사 종교(historical religion)는 경전을 가진 종교로서 유일신 사상이 등장하고 보편적인 윤리 체계와 교리가 확립된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 등이 이 시기에 등장한다. 넷째로는 근대 종교(early modern religion)로서 개인의 신앙과 이성을 중시하며, 종교 개혁이나 분파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다섯 번째는 현대 종교(contemporary religion)로서 종교적 다원주의가 확산되고, 개인의 종교적 선택이 중시된다. 파이너는 종교의 발전 과정 중에서 시내산 언약이 역사 종교의 출발점에 속한다고 본다. S.E. Finer, The History of Government from the Earliest Times: Vol. 1 Ancient Monarchies and Empires, 23-28. 이에 대한 벨라의 최근의 저작은 다음을 참고하라. Bellah, Religion in Human Evolution: From the Paleolithic to the Axial Age (Cambridge: The Belknap Press of Harvard Univ. Press, 2011).] 이 시내산 언약은 양방의 언약 당사자가 윤리적 책임을 가지는 쌍무조약이므로 강압적이나 일방적으로 맺어질 수 없었다. 백성의 자발적인 참여는 이 신성한 언약의 핵심적인 요소이다. 그 언약은 거룩한 문서로 기록되었다. 

   

하나님의 법에 자발적으로 순응하며 기쁨으로 참여하는 과정에는 하나님의 놀라운 기적적인 배려가 있었다. 출애굽기는 구조적인 면에서 신적인 인도하심에 대한 신학적 서술(theological indicative)과 윤리적 명령(ethical imperative)이 함께 실려 있다. 그 내용상 신학적인 서술(출 1장-18장)은 하나님의 기이하신 능력으로 이스라엘을 구원한 역사적 사건을 말한다. 그 구원은 이집트에서의 해방되고, 홍해(Red Sea)를 건너는 기적으로 시작된다. 신실하신 하나님은 광야에서 물을 주시고 하늘의 양식인 만나를 먹게 하신 것과 같은 초자연적 돌보심을 베푸신다. 하나님의 사랑과 배려는 윤리적인 명령을 일방적인 의무감으로 받게 하지 않으며, 하나님의 자비에 대한 마땅한 반응으로 계명을 준수하게 만든다. 윤리적인 명령(출 19-40장)을 시작하면서 하나님은 이전에 일어난 일을 짤막하게 상기시킨다. “나는 너를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낸 네 하나님 여호와니라”(출 20:2). 시내산에 강림하여 언약을 주시는 여호와는 그러므로 자신의 사랑에 대한 히브리 민족의 반응을 원하시는 언약의 하나님이시며, 강력한 권세로 백성을 압박하는 독재적 군주의 모습이 아니다. 이는 예레미야가 시내산 언약을 언급하며 “결혼 언약”(렘 31:32) 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한 의미를 드러내 준다. 

   

고대 사회에서 왕이 입법자가 되는 것이 상례였다. 이와 대조적인 유대 국가에서는 신법의 등장으로 신국(神國), 곧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신법으로 세워진 하나님 나라는 그렇다면 세상의 나라와 어떤 면에서 차별적인가? 세상 군주의 통치가 아니라 하나님의 통치는 어떤 면에서 탁월할 수 있는가? 유대 왕국은 당시 중근동의 군주제도와는 대조적인 하나님의 나라였다. 하나님이 통치자가 되고 유대인이 백성이자 군대가 되는 독특한 통치의 내용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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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 목사, KCMUSA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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