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목회 포럼이 다루어 갈 주제들에 관한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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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의 본질적 목회를 고민하기 위해 신학자와 목회자들이 모여 시작한 영성목회 포럼의 준비 모임에서 발표한 글들을 게재하고자 한다. 글을 게재하는 순서는 1. 유해룡 교수, 2. 김수천 교수, 3. 권진구 교수, 4. 오방식 교수, 5. 민경보 목사 순으로 하여 매주 게재할 예정이다.]

오방식 교수(장신대)
본 발제는 영성 목회 포럼에서 다루어야 할 핵심 주제들을 제안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먼저 한국교회의 목회 현실과 영성 목회의 현황을 살펴보고, 한국교회의 미래를 준비하는 영성 목회 포럼이 천착할 주제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영성 목회의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그리스도교 영성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필립 쉘드레이크는 그리스도교 영성을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 곧 제자도로 정의한다. 그렇다면 오늘 한국교회에서 '영성'이라는 단어가 환기하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영성과 목회는 어떤 관계에 있으며, 이를 어떻게 규정할 수 있는가? 영성 목회란 무엇을 지향하며 어떻게 실천되는 목회인가? 이러한 근본적 물음들이 우리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1. 한국교회와 영성 목회
가. 1980년대: 영성 담론의 시작
1980년대는 한국교회 현장뿐만 아니라 신학교에서도 '영성'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시기였다. 이 시기 한국교회는 교회 부흥을 위한 성령의 활동과 더불어 교회와 성도의 영적 쇄신 및 내면의 성숙을 위한 영성훈련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개인 경건 훈련과 함께 통성기도, 새벽기도, 철야기도, 금식기도 등 다양한 기도운동을 전개했으며, 개인 말씀 묵상과 귀납적 소그룹 성경공부를 통해 받은 은총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교회 중심의 영성 생활을 추구했다.
나. 사회적 영성의 대두
1980년대 한국 신학과 영성의 또 다른 중요한 흐름은 사회적 영성, 즉 예언자적 영성이었다. 한국교회는 선교 초기부터 민족의 등불로서 중대한 사회적 역할을 담당해왔다. 특히 1970-80년대 군부 독재 시대에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예언자적 소명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었다. 이러한 시대적 맥락에서 영성(훈련)은 단순한 내면 성숙을 넘어 그리스도를 따르는 공적 삶을 위한 필수적 훈련이자 실천으로 인식되었다. 그리스도교 영성이 본질적으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도'이며 각 시대마다 고유한 양식으로 구현된다는 점에서, 당시의 사회,정치적 상황은 예언자적 역할을 요구했다. 따라서 이 시기의 그리스도교 영성은 개인 경건과 사회 영성, 교회와 사회, 제사장적 영성과 예언자적 영성의 통합, 즉 예수 그리스도를 통전적으로 따르는 길로 이해되었다.
다. 영성 전통의 학문적 도입
장로회신학대학교는 1980년대 초반부터 그리스도교의 고전적 영성전통에 뿌리를 둔 영성 생활과 훈련을 소개하고, 체계적으로 도입했다. 오성춘 교수는 목회자 후보생들에게 기도와 묵상의 생활화를 강조하며, 특히 말씀 묵상훈련을 신학생(M.Div) 필수 정규 훈련으로 제도화했다.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유해룡 교수를 통해 그리스도교의 오랜 영성 전통에 뿌리를 둔 고전적 영성훈련이 신학교뿐만 아니라 한국 개신교 전반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고 체계적으로 훈련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영성 전공자들이 증가하고, 그리스도교 영성전통에 기반한 다양한 영성훈련들이 한국교회에 도입되면서, 영성을 목회의 핵심 가치로 삼는 교회와 목회자들이 확산되었다. 이러한 영성적 삶과 실천은 목회자 개인의 차원을 넘어 목회 전반에 스며들었고, 나아가 영성 목회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라. 영성 목회에 대한 오해와 편견
이러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영성 목회에 대한 편견과 비판이 함께 존재하는데, 대부분의 부정적 인식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영성 목회를 가톨릭적이거나 수도원적인 것, 정적주의적이거나 심리 치유 중심의 목회로 왜곡하는 경향이 있다.
가장 심각한 오해는 영성 목회를 특정 스타일이나 방법론에 국한된 특수한 목회 사역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영성 목회를 단순히 특정 영성 수련을 강조하는 형태의 목회로 축소시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리스도교 영성이 ‘삼위일체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전인적이고 통합적인 삶을 추구하는 모든 것’이라 한다면, 모든 목회는 본질적으로 영성적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영성 목회란 어떤 형태를 취하든 교회의 모든 사역이 '그리스도와의 일치'라는 본질에 충실한 목회를 의미한다.
2. 왜 오늘 영성 목회인가?
가. 시대적 변화와 새로운 요구
오늘날 영성 목회를 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의 영성 목회 논의는 1980-90년대의 접근과 어떻게 다른가?
일부에게는 1980-90년대의 영성 이해 틀이 오늘날도 여전히 유효할 수 있다. 즉, 영성을 교회 부흥의 수단으로, 또는 경건한 삶을 위한 개인 훈련으로 이해하는 관점이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교회의 영성 목회에 대한 관심은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에서 제기되고 있다.
나. 2000년대: 근본적 성찰의 시작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국교회는 교회 생활, 신앙생활, 영성 생활에 대한 반성과 근본적 성찰에 직면했다. 교회는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했고 목회자가 되고자 하는 열정적인 그리스도인들도 많았지만, 정작 교회와 성도들의 본질적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교회는 사회의 지탄을 받는 대상이 되었고, 성도들은 삶에서 신앙의 열매를 맺지 못하는 심각한 괴리를 경험했다.
교회가 끊임없이 강조하고 가르치며 훈련했던 다양한 영성 실천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진정한 것을 찾자', '신앙의 본질로 돌아가자'는 열망이 영성 추구의 흐름으로 나타났다. 초기에는 새로운 기도와 묵상 방법론에 대한 관심이 주를 이루었으나, 점차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고 추구하는 차원으로 심화되었다.
다. 본질 회복 운동으로서의 영성
오늘날 영성에 대한 관심의 핵심은 '신앙의 본질로 돌아가자'는 열망이다. 1980년대에도 은성 수도원을 설립한 엄두섭 목사나 『영성신학 서설』의 저자 김경재 교수(한신대)처럼 본질 회복을 강조한 선구자들이 있었지만, 당시 교회 전체의 분위기는 그렇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날 영성 운동의 중심에는 '본질로의 회귀'가 주된 화두로 자리 잡고 있다.
3. 오늘날 영성 목회의 필요성: 본질의 회복
오늘날 한국교회는 신앙의 본질을 상실했다는 깊은 자각에 직면해 있다.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하나님 나라를 구현하기보다 조직 자체의 유지와 성장에 몰두하면서, 신앙의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는 현상이 만연해졌다. 이러한 위기의식 속에서 신앙의 본질로 돌아가려는 열망이 영성 목회 운동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가. 본질 상실의 구체적 양상
말씀의 도구화
개신교 영성의 중심에는 성경이 있다. 그러나 현재의 목회와 영성 생활에서 성경은 살아있는 말씀 사건이 아닌 단순한 지식 전달의 도구로 전락했다. 김경재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말씀이 책에 갇혀버린” 현실이다. 묵상과 체화의 과정 없이 정보로만 소비되는 말씀은 더 이상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다.
기도의 수단화
기도는 본래 하나님과의 만남이자 소통의 핵심 통로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개인의 소원 성취를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었다. 기도는 관계를 경험하고, 깊게 하며, 자라나게 하는 것이다. 관계가 성장하면서 기도도 변화되어야 살아있는 관계를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기도가 일방적 간구에 머물러 무언가를 얻기 위한 도구로만 사용되면서, 기도를 통한 하나님과의 만남과 관계의 발전이라는 진정한 은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나. 헨리 나우웬: 본질 회복의 예언자
현대 영성 목회를 논할 때 신학자와 목회자 모두가 주목하는 인물이 헨리 나우웬이다. 폴 요한슨은 “왜 개신교 복음주의자들이 나우웬을 좋아하는가”라는 글에서 나우웬을 현대 복음주의자들에게 보내진 예언자로 평가한다.
요한슨은 나우웬의 예언자적 역할을 다음과 같이 조명한다. 나우웬은 현대 복음주의자들이 붙들고 있는 신념과 헌신의 문제를 동일하게 씨름하면서, 그들 스스로의 능력으로는 도달하지 못했던 복음의 본질과 깊이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했다. 복음주의자들은 세속주의의 유혹과 영향으로, 예수의 메시지를 현세와 내세의 성공과 승리를 위한 방편으로 축소시키고, 예수를 구원의 보증과 세속적 행복의 제공자로만 강조하면서 인간 실존의 깊은 차원들을 간과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우웬은 예수님의 고난과 깨어짐을 강조함으로써, 좌절과 실패, 무능력과 불완전함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실존을 직시하도록 격려했다. 더 나아가 단순히 그러한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아니라, 고난의 삶의 자리에서 고난받는 메시아를 끌어안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다.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
따라서 오늘날 영성 목회의 핵심은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더 새로운 무언가를 추가하기보다 본질적인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 본질로 돌아갈 수 있는가?’ 이 질문이 영성 목회의 출발점이다.
이 물음에서 출발하여 영성 목회를 어떻게 시작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한다면, 기본적인 신학 훈련과 실천적 사역 훈련의 충실한 기초 위에 목회자의 ‘영성 형성’에 우선적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영성적 존재가 되어야 영성 목회를 할 수 있다. 영성 목회를 위해서는 목회자의 영성 형성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며, 이를 위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목회자가 영성적 존재로서 영성적 삶과 목회를 지향할 때, 성도들도 영성적 존재로 형성되고 그리스도 안에서의 삶으로 초대될 수 있다.
영성 목회 포럼에서 다루어야 할 주제들(제안)
1. 영성적 전통과 영성 형성
영성 목회의 전제는 영성적 존재가 되는 것이다. 영성적 존재가 되어야 영성 목회를 펼칠 수 있다. 이는 관상과 활동의 관계와 같다. 관상적 존재가 되면 관상에서 흘러나오는 삶을 살아갈 수 있듯이, 영성적 존재로의 성장이나 노력 없이 단순한 기술이나 프로그램만으로 영성 목회를 시도하는 것은 근본적 한계를 지닌다. 형성에 초점을 둘 때 영성 목회는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목회자의 영성 형성과 영성 목회를 위해 다음의 주제들을 고려해 볼 수 있다:
a. 목회자의 영성 형성
- 영성적 존재로 성장하기 위한 기본적인 영성과 신학 교육
-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기본 영성훈련 과정
b. 성도의 영성 형성
- 성도들을 영적 존재로 교육하고 훈련하는 방법론
- 현대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영성적 존재로 세상을 살기 위한 이론과 실천(훈련들)
c. 기초 이론과 실제
- 영성의 이론과 실제: 기본적 이론 및 실천
- 영성사: 교회의 다양한 영성전통과 신비가들에 대한 연구
- 영성 형성을 위한 성서적, 심리 및 영성 발달이론 및 인간 성숙에 대한 통합적 이해
- 교회 전통의 다양한 영성 훈련들(의 현대적 적용)
d. 현대 관상 기도의 이론과 실제
e. 구체적 영성 훈련
- 기도, 성찰/영성 일기, 침묵훈련
- 성경 말씀 묵상: 렉시오 디비나, 복음 관상/예수님 생애 묵상, 변화와 성숙을 가져오는 방식으로서의 Q.T, 말씀 묵상 일지
- 신학적 반추(성찰), 식별훈련
- 영성 지도를 받고 영성지도를 실습하는 훈련
- 영성과 치유(변화)
이러한 훈련들은 지적 탐구를 넘어 실제적인 영적 경험과 성장을 가져올 수 있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 또한 개인의 영적 성장을 넘어 실제로 성도들의 영성 생활을 안내할 수 있는 역량까지 계발될 필요가 있다.
2. 심화된 영성 공부와 수련
영성에 깊은 관심을 가진 목회자들을 위한 고전적 영성가들과 영적 변화에 대한 심화 학습:
- 사막 교부와 교모들의 가르침
- 카시아누스와 에바그리우스의 영성 체계
- 아빌라의 테레사와 십자가의 요한
- 이냐시오의 『영신 수련』
- 헨리 나우웬과 토마스 머튼의 현대 영성
- 현대 관상 기도 운동: 토마스 키팅(바실 페닝턴, 신시아 부조)의 향심기도(Centering Prayer)/ 존 메인의 그리스도교 묵상(Christian Meditation)/ 칼리스토스 웨어(마틴 레어드)의 예수 기도 등 : 이들 기도 및 수련에 대한 이해와 탐구
3. 목회 현장과 영성의 융합
현대 목회 상황에서 영성을 구체적으로 적용하는 방안:
- 현대 영성 운동과 공동체 연구
- 현대 관상 기도 운동의 목회적 적용
- 생태, 사회정의, 예언자적 영성 운동
- 예배와 전례 영성의 통합
- 다양한 현대 영성 훈련의 계발과 적용
a. 치유와 회복의 영성
많은 현대인들이 겪는 정서적, 정신적 어려움에 대한 영성적 접근: 영성과 치유
후반기 삶에서의 통합, 치유와 회복, 성숙, 노화와 죽음에 대한 : 영성적 동반.
b. 창조 영성과 실천
생태영성, 환대와 사랑의 실천, 예술과 영성의 통합, 걷기 묵상....
다양한 영성 전통의 창조적 응용.
4. 영적 지도자로서의 목회자
a. 영적 지도자로서의 목회자가 그 사역을 감당하기 위해 필요한 훈련으로서
- 지속적 개인기도 및 묵상
- 영성 지도의 이론과 실제
- 지속적인 영성 지도 실습과 슈퍼비전
- 영성 지도자 양성 과정
b. 영성 목회를 위해서는 목회자의 인간적 성숙도 핵심적이다 : 현대 목회와 영성을 논할 때 모든 학자들이 주목하는 인물이 목회신학자이자 영성가, 목회자였던 헨리 나우웬이다. 특히 인생 후반기의 영성적 여정은 목회자뿐만 아니라 모든 이에게 중요한 주제이다(헨리 나우웬, 파커 팔머, 리처드 로어의 작품들이 이를 심도 있게 다룬다).
5. 영성 목회를 위한 통합적 수련
정원범은 『영성수련과 영성목회』(2009)에서 영성 목회를 위한 수련으로 그리스도교 전통의 다양한 영성과 훈련을 제시한다. 나우웬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도의 삶을 위한 기본 훈련으로 영성(기도), 공동체(용서와 경축훈련), 사역(감사와 긍휼)의 세 차원을 제시한다.
6. 이론과 실천의 통합
영성 목회 포럼은 이론적 탐구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영성훈련을 실천하여 이론과 실제를 병행하는 통합적 접근을 추구해야 한다.
참고 도서
필립 쉘드레이크, 『미래로 열린 영성의 역사』 (서울: 한국장로교출판사, 2020)
패트리샤 오코넬, 존드 비어, 『신학적 성찰의 기술』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2013)
하워드 라이스, 『영성목회와 영적 지도』 (서울: 은성, 2003)
총회목회정책연구소 편, 『목회매뉴얼: 영성목회』 (서울: 한국장로교출판사, 2012)
유해룡, 『영성의 발자취』 (서울: 장로회신학대학교출판부, 2011)
앨리스터 맥그라스, 『기독교 영성 베이직』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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