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종기 목사의 성경과 정치신학] II. 에덴동산에서 일어난 정치적 반역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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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에덴동산, 신정정치의 최초 환경
에덴동산은 하나님이 창설하고 조성한 특정한 장소이며, 하나님께서 이곳에 아담을 이끌어 일하고 거주하게 하신 동산이다. 이곳은 그 이름의 의미처럼 “기쁨과 환희의 동산”이었고, 아담과 이브의 결혼생활이 시작된 장소이기도 하다. 성경은 이 장소로부터 네 강 곧 기혼, 비손, 힛데겔과 유프라테스강이 흘러나왔다고 말한다. 이곳은 네 강의 발원지이므로 다른 곳보다 지대가 높은 산지였다.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으로 창조된 태초의 인간에게 주어진 이 산은 왕이신 하나님이 임재하시고 거니시던 거룩한 산이다. 이곳은 하나님의 임재의 영광이 있었고, 하나님의 산 에덴은 땅 위에서 하나님이 택하신 “구별된 장소”[(Michael Heiser, The Unseen Realm, 손현선 역, 『보이지 않는 세계』, 88-91.]로 하나님이 지상에 마련한 하나님의 영광스러운 보좌이자 하나님의 발등상이었다.
구약신학 교수인 메리디스 클라인(Meredith Kline)에 의하면, 에덴동산은 목가적이며, 감미로운 휴식 공간으로서의 의미보다는 하나님의 임재의 영광과 능력이 임한 성전이라는 신학적 공간이다. 그리고 하나님의 인간을 향한 언약과 명령이 있는 정치적인 공간으로 그려지고 있다. “신적 정치”(theopolitics)의 출발은 그러므로 인간의 수효와 활동이 충분한 공동체가 이루어지기 전부터 이미 에덴에서부터 시작하였다고 볼 수 있다. 클라인 교수는 그의 저술 『하나님 나라의 서막』에서 에덴동산을 거룩한 신정적 왕국의 출발점으로 주장한다.
에덴동산의 첫 번째 정치적 의미는 그러므로 아담과 이브가 하나님의 왕적 권위를 담지한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는 면에 있다.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용어가 가진 다양하고 풍성한 의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 중 하나는 최초의 인간 조상이 왕 같은 권위를 가진 존재로서 창조되었다는 점이다. 당시의 중근동에서 마르둑의 형상, 벨의 형상과 태양신 레의 형상과 같이 신의 형상으로 불리는 존재는 거의 배타적으로 살아있는 군주 곧 왕이었다. 그러므로 아담과 이브의 위상은 하나님의 통치권을 위임받은 존재로서 하나님의 대리통치자가 되어 온 땅을 다스리는 사명자로 세움을 받은 영광스러운 존재이다. [Meredith Kline, Kingdom Prologue: Genesis Foundations for a Covenantal worldview (Overland Park: Two Age Press, 2000), 김구원 역, 『하나님 나라의 서막』(서울: P&R, 2007), 75-77.]
에덴동산에 발견되는 신정정치의 두 번째 의미는 하나님과 인간 부부 사이의 언약적 질서를 가지게 되었다는 면이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통치를 위임하여 왕국의 질서를 아담과 이브에게 내려주시는 가운데, 하나님은 언약의 매개를 통해서 권위를 부여하시고 임무를 규정하신다. 하나님은 제국의 황제 모델이 아닌, 왕국의 종주권자와 봉신(suzerain-vassal) 사이의 언약적 유비를 통하여 인간과의 관계를 맺는다. 여기서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는 단지 정치적인 관계일뿐 아니라 가족적인 관계이다. 하나님의 형상으로서의 인간은 하나님이 세운 땅에서 하나님의 자녀로 존재할 뿐 아니라 하나님의 언약 당사자인 부왕(副王, viceroy)으로 사명을 가진다. 그는 하나님이 세운 왕으로서 낙원을 다스린다. 인간은 자신의 첫 번째 환경으로 주어진 물이 많고 비옥한 파라다이스를 다스려야 하는 이상적 통치자로 표현된다. 에덴에서 인간의 사명은 동물 왕국과 식물 왕국과 또한 풍부한 보물이 되는 광물계를 관리하는 존재가 되어야 했다. [Kline, Kingdom Prologue, 김구원 역, 『하나님 나라의 서막』, 85-86.]
세 번째로 에덴동산에서 하나님이 이루시려는 것은 신정적 왕국이다. 왕국에서는 발견되는 두 가지 종류의 현저한 영역은 종교적 제의의 영역과 일을 통한 제2차적 환경의 창조 다시 말해서 문화의 형성이라는 측면이다. 제의적 차원과 문화적 차원의 이중적 요청은 에덴동산을 정치-종교적 특성을 가진 신정적 왕국(theocratic kingdom)의 비전을 제시한다. 이러한 차원은 인간에게 두 가지 사명, 곧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제의적 기능을 하는 제사장 사명과 문화를 창달하는 왕의 기능을 감당하는 것이다. 인간은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종교적인 뿐만 아니라,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문화적이다. 이는 인간성에 내재하는 영역이므로 제사장-왕 혹은 왕-제사장의 임무로 집약된다. 그리고 문화적 사명과 종교적-제의적 임무는 나누어질 수 없는 것이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Kline, Kingdom Prologue, 김구원 역, 『하나님 나라의 서막』, 102-105.]
그러므로 인류의 시원적 문명에 있어서 정치와 종교, 종교와 정치적 영역의 밀접한 조합은 본래적인 것이며, 그것은 인간의 정신적 유전자에 내재하는 것이다. 근대 이후의 무신론과 계몽주의적 합리성이 존재하기 전, 모든 문명에 있어서 종교성은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깊숙하게 사회 속에 내재하고 있었다. 홍수 이전이든 이후이든 정치-종교적 전통은 공존하였으며, 홍수 이후에도 바벨론 전통이든지, 그리스적 전통이든, 유대적 전통이든지, 아니면 동서양의 모든 문화권에서 가장 기초적인 정신세계의 두 가지 속성은 정치와 종교였고, 이는 생활 속에서 정치와 종교로 용해, 혹은 분리로 나타났고, 그 분리도 상하관계로 혹은 동등관계로 다양하게 표현되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에덴은 단순한 낙원의 휴식처라기보다는 하나님의 임재의 영광 곧 “쉐키나”(shekinah)가 있는 곳, 하나님의 보좌가 있는 장소, 성전과 하나님의 재판과 심판이 선포되는 “총회의 산” 즉 히브리어의 “하르 모에드”(har môḕd)요, 혹은 “집회의 산” 곧 헬라어의 “하르 마겟돈”(har magedon)이다. [Meridith Kline, God Heaven and Har Magedon: A Covenental Tale of Cosmos and Telos (Eugene, Oregon: Wipf & Stock Publishers, 2006), 이수영 역, 『하나님 나라의 도래』(서울: R&R Korea, 2010), 67-75.] 에덴동산은 따라서 거룩한 산이요, 신정적 질서의 본산이요, 천상과 지상의 만남과 상응이 있는 최초의 장소이며, 시내산, 시온산, 새 예루살렘으로 이어지는 하나님과 인간이 함께하는 신정적 질서의 기원적 장소이다. <계속>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 목사, KCMUSA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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