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종기 목사의 성경과 정치신학] II. 에덴동산에서 일어난 정치적 반역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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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에덴동산에서 일어난 정치적 반역
신ㆍ구약 성경을 관통하는 중요한 사상 중의 하나는 “여호와 하나님은 왕이시다”라는 명제이다. 창세기 12장 이후 여호와 하나님께서 외견상 히브리인의 종족 신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동안, 하나님은 한 종족, 한 민족의 아버지이자 왕으로 보였다. 왕국의 시대에는 한 국가의 수호신으로 나타나면서 하나님은 전능의 왕으로 나타나시며, 지상의 군주를 부왕(副王)으로 삼으시는 높으신 전능의 왕이었다. 바벨론 유수 이후, 여호와 하나님은 국제정치를 주도하시는 역사의 운행자로 나타나는데, 그는 제국의 왕들을 다스리시는 만왕의 왕이시다. 이에 대한 상세한 논의는 다음의 책을 참고하라. [Martin Buber, Königtum Gottes trans. by Richard Scheimann, 3rd ed., Kingship of God (New Jersey: Humanities Press International, Inc., 1990).]
유대민족의 역사적 이해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호와 하나님은 성경 전체를 통하여 왕으로 좌정하신다. 특히 창세기 1-11장의 일반역사에서도 여호와 하나님은 창조주이시며, 절대적 주권자이신 왕이셨다. 여호와 하나님께서 왕으로 통치하신다는 사상은 홍수 이전의 세상에서도 큰 변함이 없었다. 그는 인간의 역사를 운행하시되 반역한 천군, 천사에게 심판자가 되시는 두려운 왕이시며, 범죄한 인간을 회복시키시는 자비하신 왕이시다. 하나님에 대적하는 사탄과 인간이 야합한 정치적 반역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탄을 다스리고 인간을 구원하신다.
1. 하나님의 주권을 거부한 사탄의 반역
여호와 하나님은 최초의 인류인 아담과 이브를 창조하기 전, 많은 천군과 천사의 무리를 먼저 창조하셨다. 천사의 창조 시점에 대하여 어거스틴은 합리적 추측에 입각하여 창조의 6일 가운데서 빛이 창조된 첫날, 혹은 별들이 창조된 넷째 날의 가능성을 제기한다. [Augustine, The City of God, 조호연ㆍ김종흡 역, 『신국론』 (일산: 현대지성사, 2002), 제11권, 9항, 544-546.]
전지하신 주권자이신 하나님께서 자유의지를 가진 사탄의 타락할 가능성을 아시면서도, 그를 창조하시는 깊은 섭리를 우리는 잘 알 수 없다. 이해하기 어려운 하나님의 섭리를 마주하며, 종종 우리는 악을 수수께끼라고 말한다. 사탄은 흠 없이 창조되어 하나님의 보좌를 “지키는 그룹”(guardian cherub)이었다. 영적 존재의 위계질서에서 고위급 천상적 존재로 창조된 그는 영광스러웠고, 하나님을 따르거나 거역할 가능성인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였다(겔 28:14-15). 사탄이 창조주인 하나님을 대적한 시간이 언제였는지는 성경이 확실하게 말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성경에 적힌 하나님의 계시를 통하여 부분적으로 그 시점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는 대체로 영적인 존재들, 즉 하늘의 천사들이 물질세계가 지어지기 전에 하나님에 의하여 창조되었음을 알 수 있다. 영적 존재들은 모두 예외 없이 하나님의 피조물이다. 그들은 지구와 인간의 창조를 보며 기뻐하였고, 하나님께서는 6일의 창조가 마쳐진 이후 제7일에 안식하셨다. 따라서 천사의 타락은 하나님이 태초에 천지창조를 마치시고 안식하신 이후이자, 동시에 인간이 타락하기 전 어느 시점에 일어났을 것이다. 이 두 시점의 중간 어디에서 사탄의 타락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는 이유는 욥기의 기록을 통해서 살필 수 있다. 욥기는 하나님께서 지구를 창조하던 때에 “새벽 별들이 기뻐 노래하며 하나님의 아들들이 다 기뻐 소리를 질렀느니라”(욥 38:7)고 묘사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청교도 신학자 조나단 에드워드에 의하면, 하나님이 창조하신 땅을 이미 천군이 목격하였고 그것을 찬송의 제목으로 삼았다면, 천군 천사의 창조는 그들의 영역인 “하늘과 빛”이 창조되던 때로 볼 수도 있다. [Michael McClymond et al. The Theology of Jonathan Edward (Oxford Univ. Press, 2012), 임요한 역. 『한 권으로 읽는 요나단 에드워즈의 신학』 (서울: 부흥과 개혁사, 2015), 364-365.]
여기서 “새벽 별들”이나 “하나님의 아들들”은 천상의 존재들을 묘사하는 언어이다. ‘하나님의 아들들’이 모두 기뻐하며 소리 질렀다면, 적어도 하나님의 천지창조를 천군들이 모두 경이로움과 기쁨으로 수용했을 것이다. 여기서 하나님의 아들들은 첫째로 사람이 아닌 신성한 존재이다. 그들은 하나님에 의하여 창조된 지적이며 감성적이며, 의지를 가진 인격적 존재이다. 둘째로 그들을 아들들이라고 표현한 것은 하나님의 가까운 거리에서 하나님을 보좌하고 명령에 따르는 보이지 않는 가족을 하나님이 창조한 것임에 틀림 없다. 이들은 하나님의 놀라운 창조의 역사를 체험하면서 즐거워한 것이다. 이에 대한 상세한 논의는 다음을 참조하라. [Michael Heiser, The Unseen Realm: Recovering the Supernatural Worldview of the Bible (Bellingham: Lexham Press, 2015), 손현선 역, 『보이지 않는 세계: 성경의 초자연적 세계관 회복하기』(서울: 좋은 씨앗, 2019), 41-45, 50-53. 이후에는 영문 서적 이름과 한글 번역본 이름을 함께 사용함.]
그러므로 제7일 이전의 천사 타락을 상정하기는 힘들 것 같을 뿐 아니라, 창조의 6일 이후 하나님의 제7일 안식이 이어지는 것은 창조 이후의 우주적 질서에 평화가 깨어지지 않았음을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 보좌의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흠 없이 존재하던 영광스러운 그룹인 빛난 별, 사탄은 하나님의 영광과 같아지려는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혔다. 조나단 에드워즈를 비롯한 전통적인 견해에 의하면, 사탄의 타락은 사탄 홀로 그의 의지적 결단으로 창조주 하나님을 대항하여 거역한 개별적 반역이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그것은 천사의 무리를 동반하여 하나님 영광의 자리에 도전한 집단적 사건이었다. 하나님과 같아지려는 저항을 통해 하나님의 자리에 도전하는 정치적 반역으로 하늘의 천사들 3분의 1일이 동조하여 같이 타락하였음을 주장하는 성경의 근거로는 계시록 12장의 서술을 든다. “하늘에 또 다른 이적이 보이니 보라 한 큰 붉은 용이 있어 머리가 일곱이요 뿔이 열이라 그 여러 머리에 일곱 왕관이 있는데 그 꼬리가 하늘의 별 삼분의 일을 끌어다가 땅에 던지니라”(계 12:3-4). 조나단 에드워즈도 사탄과 다른 천사의 타락을 종말론적 마지막 투쟁이 아니라, “태고적 투쟁”(primeval struggle)으로 해석한다. [Michael McClymond et al. The Theology of Jonathan Edward, 임요한 역. 『한 권으로 읽는 요나단 에드워즈의 신학』, 368.] 사도 요한의 기록은 그러므로 아담과 이브의 타락 이전에 사탄과 그의 사자들의 집단적 타락이 있었음을, 곧 그들의 정치적 반역이 발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계 12:7 하늘에 전쟁이 있으니 미가엘과 그의 사자들이 용과 더불어 싸울새 용과 그의 사자들도 싸우나 8 이기지 못하여 다시 하늘에서 그들이 있을 곳을 얻지 못한지라 9 큰 용이 내쫓기니 옛 뱀 곧 마귀라고도 하고 사탄이라고도 하며 온 천하를 꾀는 자라 그가 땅으로 내쫓기니 그의 사자들도 그와 함께 내쫓기니라
여기 계시록의 문맥에서, 하늘의 큰 붉은 용이 옛 뱀 곧 사탄이라는 말에는 예외 없이 동의한다. 메시야를 참칭하는 지도력과 권세를 가진 모습으로 나타난 기괴한 용 사탄은 왕권을 상징하는 면류관을 쓴 존재로 등장한다. 유대인 랍비들도 사탄의 반란에 3분의 1에 이르는 상당수의 천사가 함께 참여하여 타락하였다고 생각한다. 별은 천사를 의미하며, 다수의 유대교 문헌도 사탄의 타락과 함께 천사의 타락이 동시에 이루어졌다는 해석을 지지한다. 하나님의 통치에 대항하는 우주적인 반란이 영적인 세계에서 이루어졌음을 반영하는 강력한 논증은 근자에 이르기 전까지 일반적인 견해였다고 한다. 많은 전통적 학자들은 계시록 9장의 본문을 천사들의 타락으로 해석한다. [Craig Keener, The NIV Application Commentary: Revelation, 배용덕 역, 『NIV 적용주석: 요한계시록』 (서울: 솔로몬, 2015), 400-401. Ed Murphy, The Handbook for Spiritual Warfare, 노향규 역, 『영적 전쟁 핸드북』 (서울: 두란노, 1999), 57-58.] 그러나 최근에 이르러 하늘의 별에 대한 해석을 다니엘 8:10을 참조하여 성도를 타락시켜 배교에 이르게 하는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다니엘과 연결시켜 해석하는 신학자로는 요한계시록 주석가인 비일(G.K. Beale)과 천사론에 대한 중요한 저작을 남긴 성경신학자 마이클 하이저(Michael Heiser)가 있다.
그러나 그 수가 3분의 1이라는 말과 미가엘과 그의 사자에 의하여 사탄과 그의 사자들이 하늘에서 쫓겨난 때가 인간의 타락 이전인지, 아니면 그리스도의 십자가 이후에 이루어진 사건을 의미하는지 그 문맥에서는 확실하지 않다는 이전과 다른 이론도 근자에 들어서는 적지 않다. 많은 현대의 주석가들은 하늘의 별 3분의 1이 천사가 아닌 환란 가운데서 순교한 성도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궁창의 빛”이나 “별”은 종종 성도에 비유되기 때문이다(단 12:3). 그러므로 공중에서 떨어진 사탄과 그의 사자들은 유사 시대 이전에 발생한 천사의 타락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건을 통한 사탄 진영이 패퇴한 것으로 해석한다. 다시 말하면,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통한 그리스도의 승리와 신자들에 대한 구속은 사탄의 결정적 패배가 되어 하늘로부터 떨어져 활동의 범주와 입지가 축소된 것으로 이해한다. [Meridith Kline, Kingdom Proplgue, 김구원 역, 『하나님 나라의 서막』 (서울: 개혁주의 신학사 P&R, 2007), 198-199.]
그렇다면 이 하늘의 영적 전쟁은 미가엘과 그의 천사가 동원된 천상의 싸움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전쟁으로 서술되어야 하지 않을까? 십자가를 통한 그리스도의 구속은 이 세상의 사람들도 천사도 알지 못한 신비한 것이라고 성경은 말한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구속이 천사들에게도 감추어진 하나님의 신비라면, 그 싸움을 미가엘과 그의 사자가 알고 대신 싸운다는 관점을 그대로 용납할 수 있을까? 다만 이러한 논의에서 제거하기 어려운 부분은 떨어진 별들이 사탄의 동역자들일 가능성이 높고, 사탄은 에덴동산에 등장하기 전에 이미 타락하였다는 점, 그리고 에덴으로 그 타락한 천사가 인간을 미혹하기 위하여 침투하였다는 점이다. <계속>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 목사, KCMUSA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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