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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종기 목사의 『성경과 정치』에 관한 논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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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웅길| 작성일2024-10-25 | 조회조회수 : 42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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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10월 24일(목) 오후 5시 30분 LA 비전교회에서 열린 민종기. 박문규 북콘서트에서 민종기 목사의 번역서 『성경과 정치』에 관해 논찬한 신웅길 교수의 논찬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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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행전 학자들의 오래된 논의 중 하나는 누가-행전이 로마제국에 대하여 반대하는 입장인가 아니면 찬성하는 입장인가에 관한 것입니다. 어떤 학자는 누가-행전은 로마제국의 독자들이 기독교에 대하여 반감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학자는 누가-행전은 (반대로) 교회의 성도들이 로마제국에 대하여 반감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최근에는 누가-행전이 교회와 로마제국 사이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사실은 심오한 차원에서 로마제국에 대한 깊은 비판을 담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 예를 들어드린 이유는 성경이 담고 있는 정치적 의미를 읽어내는 것이 언제나 무자르듯이 손쉽게 이뤄지기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정지적 성향이 사람마다 매우 다른 것만큼이나 성경에서 정치적 의미를 발견하는 것도 각양각색으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입장들의 배후에는 다른 해석학적 접근들과 전제들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성경에서 정치적 의미를 발견하는 데 있어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문제가 바로 어떤 해석학적 입장을 가지고 성경을 읽고 있는가를 인지하는 것일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리차드 바컴의 책 “성경과 정치”는 성경에서 정치적 의미를 읽어낼 때 가장 중요한 문제, 즉 어떤 해석학적 원칙들에 의거해야 하는가를 심도있게 다룬 중요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초 영미 신약학계에서 가장 중요한 학자 중 한 명이, 최대한 균형잡힌 입장에서 정치적 관점으로 성경읽기를 위한 해석학적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는데에 더욱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초판은 1989년에 나왔고 그 후 20년의 검증기간을 거쳐 2011년에 2판이 나왔다는 것은 이 책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14년이 지난 후에 이 유용한 책이 이제 한글로도 소개되어 저희 앞에 있는 것입니다.


이 책의 개략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이미 민종기 박사님께서 안내를 해주셨고, 민박사님께서 책의 “옮긴이 글” 부분에서도 잘 정리를 해주셨기 때문에 저는 이에 대하여 별도의 요약을 하지는 않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이 책이 가진 주목할 특징들과 이에 대한 비평적 논의에 중심을 두도록 하겠습니다. 


리차드 바컴이 제시하는 정치적 성경해석의 첫번째 특징은 정경적 해석(canonical interpretation)에 있습니다. 바컴은 그의 다른 책인 Bible and Mission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기독교가 이스라엘의 정경을 자신의 정경으로 합하고, 현재 우리에게 전해진 문서의 모습에 이르게 되었는데, 그는 이 최종적 정경의 상태에 매우 중요한 해석학적 지위를 부여합니다. 이는 정치학적 관점의 성경읽기에서 몇가지 중요한 토대를 제시합니다. 첫번째는 피조물과 인간 사회에 대한 하나님의 성품과 목적이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대한 정경 전체의 거시적 그림에서 해석 작업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일종의 방향성을 찾아내는 것을 해석작업에서 중요한 기준으로 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찾아낸 방향성에 따르면 정경의 문서적 완성 시점에서 발견할 수 있는 내용보다 그 방향으로 더 진전하는 내용을 상정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노예제도가 가장 대표적인 예이죠. 신약 자체에서는 그 사회의 상황 안에서 잠정적인 용인이 되었으나, 방향성의 차원에서 보면 노예제도 폐지를 지지하는 해석이 적절하다는 것입니다. 정경적 접근이 제공하는 두번째 토대는 성경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때로 서로 상충하는 것 같은 목소리들을 정경이라는 큰 틀 안에서 같이 들을 수 있게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바컴의 예는 아니지만 행위의 의미에 대하여 로마서의 소리와 야고보서의 소리가 함께 존재하는 것을 들어야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바컴의 정경적 접근에서는 정경 안에 다양한 목소리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어떤 편향된 주장에 대하여는 자체적인 밸런싱을 요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상정됩니다. 이를 통해  바컴은 정경적 접근이 정적인 것이 아니라 변증적이고 역동적인 것이 되도록 합니다. 이는 정경적 접근을 명제적 접근으로 동일시하는 오류를 현저하게 줄여줍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정치적 관점으로 성경을 읽을 때 정경적 접근이 받을 수 있는 비판에 대해 바컴이 잘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컴이 인정하고 있는 성경전체의 거시적 규정은 리오타르를 비롯한 포스트모더니즘에서 메타내러티브가 가지는 억압성 (특히 근대 계몽주의와 과학적 이성의 억압성)으로 인해 자주 문제로 제기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바컴은 성경을 정경으로 읽을 때에는 메타내러티브를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성경이 보려주는 거시적 방향성은 억압적이 아니라 오히려 억압받는자, 소외된자들에 대해 해방적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에 더하여 그의 거시적 규정은 성경 안의 여러 목소리를 소거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소리들을 듣게 하는 장이 된다는 것을 실증해줍니다. 이런 다양한 소리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억압받는 자들의 울음소리입니다. 그의 책 4장 “눌린자의 노래”에서 들려주는 것처럼, 바컴은 나치정권 치하의 감옥 안에서 사형집행을 앞에 둔 울음소리, 나미비아의 백인 주인 아래에서 하나님께 탄원하는 소리를 시편기자의 울음소리와 예수의 탄원의 소리와 공명되게 합니다. 그래서 신자유주의 체제 상층부의 방음장치 안에서 이런 울음소리를 듣지 못했던 서구의 교인들이 왜 제삼세계 해방신학의 소리를 들어야하는지 채근합니다. 바컴의 정경적 접근이 정경적 접근은 정적이고, 해방신학의 소리와 같은 것과는 먼 것이라고 가정했던 암묵적인 제한을 풀어주고 있습니다.  


바컴이 제시하는 정치적 성경해석의 두번째 특징은 역사적 (historical) 해석에 있습니다. 바컴이 정경안에서 다양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원천이 사실 여기에 있습니다. 성경은 철저하게 구체적인 역사 상황을 담는 것이기 때문에, 구체성을 사상시키고 추상적 원칙만 도출하려고 하는 것은 성경의 특성에 거스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한 예로, 이스라엘의 신정정치, 즉 구체적인 역사적 상황에 맞게 구성된 이스라엘 정치체제를 현재의 정치체제에 대한 구체적 방안으로 삼으려는 것은 여러가지 많은 문제와 한계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역사의 모든 시대에 부합하는 정치적 제도와 방법을 규정하는 고정된 규범을 제시하는 것이 정치적 해석의 목적이 아니라 (58), 위에서 말한 큰 방향성—즉, 생명에 대한 존중, 억압된자를 풀어주는 해방과 같은 가치에 따라 현세대에 적합한 정치적 구체화를 위한 창의성을 고취시키는 일을 정치적 해석이 해준다고 봅니다.


이런 역사적 접근은 postcolonial 접근이나 feminist 접근이 역사적 방법을 통해 정치적 해석을 하는 것과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미쉘 푸코가 사회의 지식 형성 과정 자체가 권력 관계와 불가분으로 연결되었음을 담화(discourse)에 대한 분석을 통해 보여준 것처럼, postcolonial 접근이나 feminist 접근에서는 성경의 담화 자체가 불평등한 파워 관계를 매개하는 수단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역사적 방법은 성경문서의 형성과정을 회의적인 관점에서 재구성하는 방식의 역사적 접근입니다. 이에 반해, 바컴이 제시하는 역사적 해석은 성경의 문서적 형성과정에 대한 회의적 재구성보다는 그 문서가 위치한 역사적 정황에 대한 정치적 분석에 더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바컴은 성경문서 자체의 integrity를 인정하는 가운데서도 postcolonial 접근이 가졌던 유사한 문제의식, 즉 권력과 억압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성경을 읽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합니다.


마지막으로 바컴이 제시하는 정치적 성경해석의 세번째 특징은 공공적(public) 해석에 있습니다. 서구의 역사 가운데서 계몽주의의 발전과 그에 상응하는 정치사회적 변화 속에서 신앙은 사적영역에 국한되게 되고, 그에 따라 교회는 공적 공간에서 정치적 실체로서 작용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은 교회와 사회 혹은 교회와 국가와의 관계에 대하여 이분법적인 반작용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이는 현 한국의 교회들 가운데서도 발견할 수 있는 것인데, 한 극단에서는 교회가 하나의 정치실체로 작동하고자 하는 것이고 다른 극단에서는 교회가 정치에 대한 어떤 작용도 하지 않는 초월적 실체로 있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바컴이 제시하는 교회의 “정치성”에 대한 정의는 매우 도움이 됩니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속성을 세상 가운데 증거함을 통해 정치와 사회의 근간이 되는 가치들에 대한 변혁을 가져올 미션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교회는 그 자체가 정치실체화되지 않지만 공공을 위한 정치적 작용을 하는 것입니다.    


보다 적극적인 정치적 행동을 지향하는 기독교인들은 이런 중간적인 입장이 지나치게 미온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바컴이 제시하는 입장은 바울이 가졌던 입장과 많이 유사합니다. 바울은 당시의 사회 문화에서는 혁명적인 가치들이 교회 안에 이뤄지게 하였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는 여성과 남성, 주인과 노예의 사회계급적 차이가 사라진다는 선언은 문자그대로 사회혁명적인 일입니다. 그러나 그는 이것을 교회자체가 정치적 실체가 됨을 통해 이루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와 같은 접근을 신약학자인 Kavin Rowe는 “깊은 곳에서의 변혁”이라고 부르기도 하였습니다.  


바컴의 해석은 보다 파격적인 방식으로 성경본문을 해체함을 통해 힘과 권력의 문제를 파헤지고자 하는 사람들, 그리고 보다 직접적인 교회의 정치적 행동들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지나치게 온건하다고 여겨질 수 있고, 반대로 그 동안 성경을 정치적으로 보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는 성경이 담고 있는 “진보적” 메시지에 부담을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큰 스펙트럼 가운데서 만약 성경문서의 integrity를 유지하면서도 성경이 담고 있는 정치와 권력, 억압의 문제를 듣고자 하고, 성경의 메타내러티브 가운데서도 구체적이고 다양한 역사적 소리를 듣는 방법을 발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바컴의 책은 매우 중요하고 지속적인 도움을 줄 것입니다.  


신용길 박사(풀러신학대학원 신약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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