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종기 목사의 성경과 정치신학] IV. 세속도시에 대한 대안, 하나님의 도성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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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1장에서 6장에 이르는 대서사는 창조와 타락 그리고 홍수 심판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제공한다. 아울러 이 서사는 하나님의 원래 계획, 인간을 포함하여 구성되는 하나님의 가족을 지으셔서 하나님의 천상 회의와 인간의 지상 회의를 결합하여, 영계와 물질계를 다스리려는 하나님의 계획이 어떻게 거부되고 파괴되는가를 보여준다. 에덴에서 계획되었던 하나님의 도성은 지상에 먼저 펼쳐지는 가인의 에녹성으로 왜곡된다. 하나님의 도성은 에녹성, 곧 어거스틴의 말 한 바 “땅의 도성”으로 대치된다.
가인의 후예와 셋의 후예는 4장과 5장에 이르는 대조적 족보로 분화된다. 창세기 4장에서는 땅의 도성이 먼저 소개되고 이어 4장의 마지막과 5장에 걸쳐 죽은 아벨을 대신하는 셋이 에노스를 낳으므로 믿음의 족보가 이어진다. 하나님의 도성을 재건하려는 계획은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더라”(창 4:25)는 말씀으로 늦게, 그리고 미약하게 시작된다. 아담, 셋과 에노스로 이어지는 족보는 믿음의 족보이다. 이들은 하나님의 형상을 동사적으로 드러내는 대안적인 공동체의 건설을 추구하며, 이 공동체는 바로 하나님의 도성을 이루려는 단초이다. 이는 하나님께서 처음부터 가지셨던 신정의 이상, 곧 “제사장적 왕”의 공동체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1. 신정의 이상, 하나님의 산.
에덴동산은 하나님이 계획하신 이상향이다. 에덴동산은 하나님이 조성하신 거룩한 산으로 하나님의 임재가 있는 곳이다. 하나님께서 거니시는 하나님의 장소적 임재가 있다는 것은 성전이 가진 특징이다. 이 성전에는 하나님의 권위, 즉 언약의 유지와 파괴를 가늠하는 생명과와 선악과가 있었고, 축복과 저주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인간의 자유가 있었다. 이 아름다운 장소는 성전의 의미가 있지만, 인간의 지평에서 보면 최초의 인간 부부가 가정을 이룬 더할 나위 없는 기쁨으로 충만한 환경이었다. ‘선악과를 먹지 않음’이라는 언약이 유지되기만 하면, 이 가정의 미래는 씨족, 부족, 민족과 열방을 향하여 열려있는 세상의 중심이 되는 원형적 장소이다.
또한 하나님의 언약 아래에서 이 장소는 시간의 경과에 따라 온 지구를 덮게 되는 하나님의 임재와 기쁨의 공간이었다. 에덴은 하나님과 인간이 함께 거주하는 아름다운 도시로 발전되며, 결국은 모든 세상의 도시를 대표하는 열방의 수도가 되는 장소이다. 에덴에는 고귀한 부의 원천이 될 보석과 금이 있으며, 열방으로 생명의 물을 흘려 내보내는 원천을 가진 거룩한 산이다. 그리하여 이 장소는 어머니 된 도시로써, 대도시인 메가폴리스(megapolis), 초대형 도시인 메타폴리스(metapolis), 핵심 도시인 메트로폴리스(metropolis)가 되는 장소였다. [Meridith Kline, God, Heaven and Har Magedon, 이수영 역, 『하나님 나라의 도래』, 131.]
그러나 에덴은 숨겨졌고, 에녹성이 나타났다. 이 에녹성에 대한 하나님의 대안은 잃어버린 에덴을 다시 지상에 세우려는 것이다. 그것은 거룩한 산 에덴을 대신하는 “하나님의 산” 혹은 왕이신 하나님의 어전회의가 펼쳐지는 “총회의 산”이다. 메리디스 클라인은 가인의 후손으로 대표되는 세속도시 에녹성에 필적하는 하나님의 도성으로서 하나님의 “총회의 산” 혹은 “집회의 산”이라는 의미의 “하르 마게돈”이라는 성경신학적 개념을 제시함으로 대안적 도시의 신정정치를 제시한다.
클라인의 “하르 마게돈”은 세대주의자들이 므깃도 평원에서 종말적 선과 악의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아마겟돈 전쟁”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클라인에 의하면, 세속적이고 세대주의적 발상인 아마겟돈 전쟁은 환상적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므깃도 평지의 종말론적인 전쟁, 곧 아마게돈 전쟁이라고 잘못 해석되어온 계시록 16장의 해석은 하나님의 총회의 산, 곧 “하르 마게돈”이라는 우주론적이고 종말론적인 거대서사의 구조로 재해석되어야 한다. 이는 “하르 마게돈”의 성경신학적 패러다임, 즉 에덴에서 아라랏산과 시내산, 시온산, 그리고 새 예루살렘에 이르는 영적 전쟁의 패러다임으로 재조정되어야 한다고 클라인은 주장한다. [Kline, God, Heaven and Har Magedon, 이수영 역, 『하나님 나라의 도래』, 7-8.]
에덴은 인간을 포함한 총회의 산, “하르 마게돈”이다. 이 에덴에서 행해진 사탄의 속임수와 반역은 외견상 사탄의 승리로 보였다. 그러나 그곳에서 시작된 전쟁은 종결되지 않았다. 하나님 자신의 임재의 장소였던 총회의 산에서 자신의 신정에 도전받으신 하나님은 사탄에게 오히려 종국적인 패배를 선포하였다(창 3:14-15).
하나님의 형상이자 하나님의 가족으로 불림을 받은 아담과 이브는 당시의 전쟁에서 패배하였으나, 하나님의 계획은 취소되지 않았다. 오히려 “옛 뱀”으로 침투한 사탄은 하나님께 패배당함으로 저주를 얻으리라고 선언된다. 뱀은 여인의 후손을 통하여 결정적인 패배에 이를 것이다. 그렇지만, 그 여인의 후손이 오기 전에도 사탄이 종으로 삼으려 했던 인간은 하나님의 “총회의 산”을 회복하려는 여호와 하나님과 그의 종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도전받을 것이 고지된다. [Kline, God, Heaven and Har Magedon, 이수영 역, 『하나님 나라의 도래』, 107-109.]
여기서 우리는 “우주적 지정학”(cosmic-geopolitics)이라는 개념을 연상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세상은 하나님의 땅이며, 하나님의 통치 아래에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특정한 장소에 임재하시고 그 임재를 통하여 하나님 백성의 총회를 구성하신다. 하나님의 총회의 산은 세상의 수많은 산과 지형 중에서 먼저 거룩한 산, 높은 산 위에 임재하시고 그곳에서 하나님의 백성을 만나고 양육시킨다.
하나님의 산은 지리적으로 가장 높은 산은 아닐지라도 하나님의 임재가 있음으로 거룩한 산이 된다. 그 산은 하나님의 통치가 있는 산으로서 성전이 되며, 지리적일 뿐아니라 영적으로도 중요한 산이 된다. 도시의 지구라트(ziggurat)은 인간이 만든 거룩한 산의 모형으로 그들이 믿는 신을 이끌어 내려오게 하는 인위적으로 설정된 거룩한 장소에 세워진 성탑(聖塔)이다. 필자는 하이저의 “우주적 지리학”을 정치신학적으로 재해석하여 “우주적 지정학”으로 바꾸어 표현하였다.
하나님의 이러한 영적이고, 우주적인 지정학은 다시 신명기 32장 8절에 의하면, 하나님의 아들들로 명명되는 영적인 존재들에 의하여 각 민족이 지원받고, “하나님이 지정한 곳” 예루살렘은 하나님 자신 혹은 하나님의 대천사 미가엘을 통하여 보호받을 것임을 드러내신다. 이에 대하여 마이클 하이저는 클라인의 총회의 산, 하르 마게돈을 해석하며 “우주적 지형학”(cosmic-geography)이라는 용어를 주조하여 언급한다. [Heiser, Unseen Realm, 『보이지 않는 세계』, 202-203.]
이는 하나님께서 사람의 영혼뿐 아니라 하나님의 총회가 열리는 우주적 영적 장소와 천상의 존재들에 이르기까지 그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계심을 보여주는 것이다. <계속>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 목사, KCMUSA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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