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종기 목사의 성경과 정치신학] 제2장 “하나님의 아들들”의 타락과 대홍수 –7
페이지 정보
본문
3. 하나님의 아들들과 네피림에 대한 구약의 함축
위에서 중근동의 고고학적 문서나 전승이 보여준 것은 천상적 존재와 인간 여인의 결합으로 태어난 잡종에 대한 다양한 언급이다. 이러한 기록은 창세기 6:1-4이 말하는 하나님의 아들들이라는 천상의 존재와 사람의 딸들이라는 지상적 존재 사이에서 태어난 네피림을 설명하는 공통적 배경이 된다. 그렇다면 유대 전승과 그 핵심인 성경 안에도 창세기 6:1-4의 네피림에 대한 논지가 내포되어 있는가를 우리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함의는 구약과 그 번역본 70인역(LXX)의 역사, 제2 성전 시대의 문서들, 그리고 신약 안에 있는 가르침 등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창세기 6장은 하나님의 통치를 거부하고 자신의 위치를 떠난 천사에 대한 언급이 대홍수 이전에 있었던 것처럼 이후에도 계속될 수 있다는 여운을 남긴다. 홍수 이후에도 네피림의 존재가 지속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 언급은 다음과 같다. “당시에 땅에는 네피림이 있었고 그 후에도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에게로 들어와 자식을 낳았으니 그들은 용사라 고대에 명성이 있는 사람들이었더라”(창 6:4).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의 후손인 네피림이 홍수 이전에 있었다는 주장은 이해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하나님의 아들들은 홍수 이후에도 사람의 딸들에게 들어가 자식 곧 네피림을 낳았다는 의미로 자연스럽게 문맥을 따라 해석할 수 있다. 민수기 13:32-33은 창세기의 기록과 일치하는 대홍수 이후의 거인에 대한 기록으로 네피림의 자손을 언급한다. “거기서 네피림 후손인 아낙 자손의 거인들을 보았나니 우리는 스스로 보기에도 메뚜기 같으니 그들이 보기에도 그와 같았을 것이니라”(민 13:33). 거인에 대한 기록은 홍수 이전 세상의 종말을 가져온 이유 중의 하나로 그려지지만, 홍수 이후 가나안 땅을 정복하는 목표 중의 하나는 그곳의 저항하는 거주민을 쫓아내는 것과 함께 네피림의 후손인 거인들을 진멸하여야 하는 것이다.
네피림의 후손으로 불리는 거인의 존재는 모세오경은 물론이고 구약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먼저 거인을 지칭하는 다양한 이름은 다음과 같다. 무엇보다도 많이 거론되는 이름은 “르바임”이다(창 14:5, 15:20; 신 2:11, 3:11; 수 12:4, 13:12, 17:15). [“르바임 족속의 남은 자는 바산 왕 옥뿐이었으며 그의 침상은 철 침상이라 아직도 암논 족속의 랍바에 있지 아니하냐 그것을 사람의 보통 규빗으로 재면 그 길이가 아홉 규빗이요 너비가 네 규빗이니라”(신 3:11). 르바임은 거인족을 가르치는 말로 해석된다.]
바산 왕 옥으로 대표되는 르바임 족속의 왕은 요단강 동편에 사는 거인이었다. 르바임이라는 이름과 함께 사용된 “에밈”과 “삼숨밈”이란 거인족도 아낙 족속처럼 강하고 장대하였다고 신명기 2:10-11, 2:19-21은 증언한다. “에밈”은 르바임 족속을 모압에서 부르는 것이라고 하며, 삼숨밈은 암몬 자손이 동일한 거인 족속을 부르는 다른 명칭처럼 보인다. 아낙 자손도 “아나킴”으로 불리는 네피림의 후손인데, 이들은 노아의 아들, 함의 후손이자 그의 아들 가나안의 후손 중에서 나온 거인이다. 이 거인들은 이집트를 나와 가데스바네아에서 가나안을 정찰한 12명의 정찰대 중 10명의 부정적인 보고를 통해 나타난다.
그들은 큰 체구로 온 이스라엘을 경악시키고 절망하게 만든 장대한 자들이다. 갈렙과 옷니엘 그리고 유다 지파는 헤브론, 곧 기럇 아르바 지역에 사는 거인들인 아낙의 자손 세새, 아히만과 달매와 싸워 이기고 성읍을 정복한다(수 14:15). 이처럼 거인과 싸워 이긴 출애굽의 역사를 회고하면서, 선지자 아모스는 이스라엘이 가나안에서 멸한 아모리 사람들이 “키는 백향목 높이와 같고 강하기는 상수리 나무와 같았다”고 하며 그들이 강한 거인이었다고 말한다(암 2:9).
거인과의 전쟁은 다윗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지속되었고 종결되었다. 왕정 시대의 초기 사울의 시대에 다윗은 블레셋 도시 가드 출신인 골리앗을 무찌른다. 블레셋 사람들은 크레테(갑돌)에서 넘어온 종족으로서 지중해 변 레반트에 살던 종족이다. 이들은 먼저 유대 지파의 다윗에 의하여, 그리고 다윗의 신하들에 의하여 차례로 죽는다. 골리앗의 동생인 라흐미와 장대한 다른 거인 이스비브놉, 삽, 그리고 손가락 발가락이 여섯씩인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거인이 모두 진멸된다(삼하 21:16-22, 대상 20:4-8). [Dennis Lindsay, Giants, Fallen Angels and the Return of the Nephilim (Dallas: Destiny Image, 2018), 17-23.] 이로써 가나안의 살던 거인 종족은 다윗과 그의 신하들에 의하여 모두 제거된다.
타락한 “하나님의 아들들”의 후손에 대한 언급은 출애굽에서 다윗 왕조에 이르는 시간에 걸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가서와 예언서에서도 언급되어 있다. 먼저 하나님이 창조하신 천군이라는 영적 존재는 인간의 문명을 지키고 유실을 막기 위해서 어떤 민족과 국가의 배후에서 하나님의 뜻을 집행하는 천사로 지음을 받았다는 점이다. 신명기 32:8에서는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께서 민족들에게 기업을 나누시고 인종을 따라 그것을 분배하실 때, “하나님의 아들들의 수효대로”(according to the number of the sons of God, ESV, RSV) 백성들의 경계를 정하여 주셨다는 것이다. 이는 하나님의 어전회의에 참석하는 강력한 천사들이 민족의 배후에 존재하며, 하나님의 섭리와 뜻을 실행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성경에 등장하는 “하나님의 아들들”은 하나님께서 부여하시는 “영적 지정학”(spiritual geopolitics)을 형성하는 특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하나님의 아들들의 역할은 시편 29:1과 시편 82편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언급된다. 시편 29:1에서 “너희 권능있는 자들”(개역개정)은 히브리 원어에 따라 “너희 하나님의 아들들”(브네이 엘림, 영어로 sons of God 혹은 sons of might)로 번역될 수 있다. 시편 29편의 하나님의 아들들이라는 천상의 존재들을 언급하지만, 이러한 “하나님의 아들들”이 마땅히 여호와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한다는 가르침을 보여준다. 시편 82편도 이와 같은 연장선에 있다. 여기서 나오는 4번의 “엘로힘”의 용법은 첫째 하나님 여호와, 둘째는 여호와의 명령을 따라 활동하는 강력한 하늘의 천군 천사의 의미로 사용되며, 셋째로는 예수님의 의미 부여처럼 인간으로서 말씀을 받아 지도적 역할을 담당하는 군주 혹은 재판관의 의미도 있다(요 10:34-39, 출 21:6, 22:8-9, 28). [“엘로힘”이라는 구약의 명칭이 어떻게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는지 다음을 참고하라. Heiser, The Unseen Realm, 손현선 역, 『보이지 않는 세계』, 53-55.]
초자연적 천군들의 가장 구체적인 역할을 드러내는 성경의 가르침은 다니엘서에 등장한다. 다니엘 10장에서는 기도를 시작한 다니엘에게 응답하기 위하여 하나님의 소식을 가진 천사가 등장하고 이 천사가 “바사국의 군주”(단 10:13, the prince of Persia)라는 영적 존재의 방해에 부딪혀 21일 동안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거론한다. 페르시아의 제국의 배후에 존재하는 강력한 영적 존재는 “헬라군 군주”(단 10:20, the prince of Greece)에 의하여 대치될 것이 예언된다.
이러한 언급들은 인간의 역사에 개입하는 하나님의 아들들이 영적인 존재인 것과 하나님의 명령을 받드는 강력한 천사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이들은 아직도 영적인 지정학을 형성하여 하나님의 명령을 받들고, 또한 타락한 천사로서 지금도 일정한 영역에서 권세를 가진 존재로서 열국을 진동하며 하나님의 통치를 거부하는 흑암의 존재이다. 이들은 홍수를 전후하여 성적으로 인간을 타락시키고 하나님의 자녀들을 유전적으로 부패시킨 장본인이다. <계속>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 목사, KCMUSA 이사장)
- 이전글[김광현 목사 자서전 “이 풍랑 인연하여서”] 3. 치안유지회와 인민위원회 25.04.10
- 다음글[민종기 목사의 성경과 정치신학] 제2장 “하나님의 아들들”의 타락과 대홍수 –6 25.0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