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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목사 자서전 “이 풍랑 인연하여서”] 2. 나의 갇힘과 놓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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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광현 목사| 작성일2025-04-01 | 조회조회수 : 42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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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조바심  


일제말 시국이 점점 불안해짐에 따라, 날로 위기감이 심해졌다. 아무래도 마지막에는 일인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반드시 저들이 점찍어 놓은 인사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일경들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았다. 당시 안동읍에서 잡아넣는다면 그게 누구일까? 세 사람이 머리에 떠올랐다. 영어를 잘하고 전 성소병원에 근무하던 의사 백태성 씨와 홍업회사와 식량영단장으로 있는 김중학 씨, 그리고 목사인 나였다. 


그때부터 나는 설교 후엔 반드시 원고를 태워 버렸다. 언젠가 가택 수색을 당하게 될 때를 대비해 문제를 일으킬 자료를 미리 없애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을 백•김 양씨에게도 알려 주었다. 들은 말이나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의하자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생각한 대로 처음엔 백씨가, 다음에 김씨가 헌병대로 연행되어 가서 곤욕을 치렀다. 두 분이 나를 매우 예우한 것도 이런 연유가 아니었나 싶다. 두 분의 일이 있고 보니 이제 다음은 내 차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나는 서울이나 대구로 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세 동향이나 정보 듣기에 신경을 썼다. 


안동으로 온 뒤에 참배하러 나오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은 없다. 그러나 문제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내가 안동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교회에서도 일어를 사용해 달라는 주문이 있었다. 나는 당장에 전면적으로 실시하기는 어려우니 우선 강습을 시키게 사설 강습회 개설 허가를 내어 달라고 했다. 있던 사설 강습회도 폐지하던 판에 그들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허가를 내주었다. 강습회는 일반의 호응이 좋았다. 


한참 쇠붙이 공출 문제가 있었을 때였다. 우리 교회 2층 노대의 난간은 돌기둥에 쇠살창으로 두른 것이었다. 그 쇠들을 전부 두드려 뭉쳐 봐야 얼마 되지도 않는 것이다. 그러나 무기가 달리던 일제는 그것도 내놓으라고 했다. 나는 “순종은 하겠지만 그것을 뜯어버리면 위험하고 미관상 흉하니 시멘트를 배급해 주면 그것으로 적당히 대체해 보겠노라”고 했다. 시멘트 구하기가 매우 어려울 때였지만 그들은 배급표를 끊어 주었다. 그러나 그 후 우리 교회에 군부대가 들어오게 되어서, 결국 그것을 타 놓고도 쓰지 못하고 광복이 되었다. 


1945년 2월 우리 교회당은 일본 육군에 정발되었다. 일본 본토에서 온 부대가 들게 된 것이다. 새로 편성한 부대인지 모두가 나이 든 사람들이었다. 우리 교회는 비어 있던 동산선교부 건물을 쓰게 되었다. 


어느 날 부대장이 나를 좀 보자고 했다. 그의 집무실로 가니 장교 몇 명과 함께 둘러앉아 있다가 내게 말했다. 교회 지붕 위에 돌로 십자 표지를 한 것이 있는데, 지금은 군영으로 쓰고 있으니 군영 표지인 별을 세우게, 십자 표지를 철거하도록 허락해 달라는 것이다. 싱가포르 함락 협약 그림에서 야마시다(山下奉文) 장군의 막료 한 사람이 영국 장군 퍼시발에게 그렇게 했듯, 내게 팔꿈치를 들이대며 윽박질렀다. 


나는 우습기도 했지만 꾹 참고 엄숙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물론 그렇게 하셔야죠. 그러나 언제까지 전쟁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전쟁이 끝난 다음에는 이곳을 다시 교회당으로 써야 할 것이니 십자가를 아예 없앨 것이 아니라 십자 표지에 나무로 별을 크게 만들어 씌우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는 생각해 보겠다고 하더니, 끝내 그렇게 하지도 못하고 종전을 맞게 되었다. 


그해 8월이었다. 하루는 읍장이 찾아와서 군대에서 적산으로 몰려 있는 동산선교부도 쓰게 되었으니, 임시로 쓰는 예배처를 옮길 준비를 하라고 했다. 그리고 내가 사는 집도 군영 안에 있어 피차 쓰기에 불편하다고 부대에서 말하니, 그것도 옮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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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광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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