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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성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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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수일 목사와 함께 하는 주제로 읽는 성경]



    < 1 >


    ‘영성교육’, ‘영성훈련’, ‘영성신학’ 등 ‘영성’(Spirituality)이라는 단어가 요즘처럼 많이 사용되는 경우가 없는 것 같습니다. ‘영성이 훌륭하다’, ‘영성이 깊은 사람이라거나, 없는 사람이다’는 등 많이 말하지만, 정작 ‘영성’이 무엇인지 물으면 분명하게 설명하기가 어려운 단어이지요.


    왜냐하면, 우선 ‘영성’이라는 단어가 성경에 전혀 등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성경에는 ‘영’, ‘혼’, ‘성령’ 등의 단어는 등장하지만, ‘영성’이라는 단어는 사용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영’이라는 단어도 문맥과 시대에 따라 다르게 사용되었습니다.


    우리가 아는대로, ‘영’으로 번역된 히브리어, ‘루아흐’는 다른 단어와 연결 없이 독립적으로 사용될 때, ‘바람’, 혹은 ‘숨’을 뜻합니다.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실 때,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그의 코에 ‘루아흐’를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고 하는데(창 2,7), 새번역은 ‘루아흐’를 ‘생명의 기운’으로 번역했습니다. 그렇다면 호흡하는 인간은 누구나 하나님의 영을 나누어받은 영적 존재이고, 그런 의미에서 영성을 지니고 있는 존재라고 하겠습니다. 영성은 특별히 종교적인 인간에게만 허용된 은사가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부여된 은사라는 것이지요. 다만 그것을 어떻게 경험하고, 어떤 형식으로 표현되느냐의 차이가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히브리어 ‘루아흐’가 헬라어로 ‘프뉴마’로 번역되었는데, ‘영’, ‘영혼’을 의미합니다. 프뉴마도 공기, 숨, 바람의 본래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스토아 철학에서는 ‘우주와 신체 안에 존재하는 생기를 주는 따뜻한 숨’이라는 뜻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래서 프뉴마는 넓은 의미에서 생명의 힘 혹은 생명의 기운을 뜻하는 비종교적 개념으로도 사용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프뉴마는 그 앞에 사용되는 형용사와 함께 ‘거룩한 영’, 또는 ‘악령’이나 ‘귀신’을 가리키는 용도로도 사용되었습니다.


    어쨌든 영성(spirituality)이라는 단어는 직접적으로 성경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이 단어가 유래한 ‘영’(spirit)이라는 단어의 다양성만큼이나 그 의미가 애매하고 다양하게 사용되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크게 보아 영성은 육신이나 물질과 구별되는 개념으로 경건, 금욕주의, 신비 체험 등과 관계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영성 생활’은 하나님과 교제하며 사는 삶을, ‘영성 훈련’이란 기도, 금식, 예배 등 하나님과의 교제를 더 깊게 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하겠습니다. 영성생활이나 영성훈련은 자신을 세속으로부터 구별하여 지키고, 자신이 믿는 종교적 가치를 실천하는 힘을 얻는 과정이자 방법인 것이지요.


    특별히 이런 영성 전통은 5세기경부터 시작된 수도원 운동을 통해 전승되었습니다. 교회가 제도화 되고, 성직계급이 정착되면서, 복음의 정신을 상실한 것에 대한 도전에서 시작된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오늘날 영성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영성훈련이 강조되는 배경에는 교회에 대한 사회적 공신력이 실추되고, 그리스도인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높아진 현실이 있습니다. 교회가 스스로의 가르침을 배신하고, 그리스도인들도 그들이 믿는 예수님처럼 살지 않는 것에 대한 절망 속에서 새로운 희망의 길을 찾기 위해 영성 훈련을 하는 그리스도인들과 공동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 2 >


    그래서 그랬을 것입니다만, 오래 전 문화비평가인 김용호 교수는 영성의 전통이 종교라는 제도 안에서 전문화됨으로써, 영성이 성직 계급의 전유물처럼 되어 맹신과 노예적 타성을 퍼뜨렸다고 비판했습니다. 영성은 사실 모든 삶의 영역에서 구현되어야 하는데, 종교지도자들이 신비적 현상 속에서 일탈적 영성만을 추구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제도 종교 속에서 영성을 찾는 일은 진흙탕 속에서 진주를 찾는 일만큼 어려워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영성에 대한 희미한 흔적만 남았을 뿐 정작 영성 자체는 경험하기 어렵게 된 제도종교에 대한 비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도종교가 독점해온 영성이란 것이 결국 신비적, 일탈적 영성이거나, 교권주의를 뒷받침하는 도구, 아니면 인간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은 것이지요.


    그러나 그의 비판은 첨단의 기술문명과 세속화 시대, 이른바 후기 종교시대에서도 영성에 대한 추구가 지속되고 있으며, 오히려 더욱 간절해진 현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시대가 요청하는 영성은 일상생활과 분리되지 않은 영성, 성속(聖俗)이 결합한 영성이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종교가 진정한 영성을 찾는 이들에게 만족할만한 답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다른 대안을 찾는다는 것입니다. 일종의 사이비 종교이지요. ‘뉴 에이지’부터 ‘마약’에 이르기까지 충족되지 않은 정신적 공백을 메꾸는 대체 종교라고 하겠습니다.


    이런 영적 가치의 아노미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 저는 종교가 저마다의 영성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일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영성교육은 영성의 ‘총체성’(육체와 정신의 일치), 영성의 ‘실천성’(말과 행동의 일치), 영성의 ‘일상성’(성과 속의 일치), 영성의 ‘역사성’(초월과 역사의 일치)을 추구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영성은 훈련되어야 합니다. 몸과 마음을 일치시키는 훈련과 영성은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하나님을 경험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비우는 과정이 영성이지만, 몸과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훈련 없이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몸의 절제된 훈련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절제와 훈련이 없는 영성은 쉽게 끓는 냄비와 같은 ‘값싼 은혜일 것입니다.


    개신교 신학자인 김경재 교수님은 ‘영성은 지(知), 정(情), 의(意)를 통합 총괄하는 인간 존재의 본바탕이며, 인간성 안에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며, 마음이 자신의 존재의 근거인 하나님과의 교류, 합일, 동역을 체험하는 영혼의 핵이요, 영성훈련은 본질적으로 성화의 과정이며, 영성은 인간 영혼의 독특한 고백이 아니라, 삶의 현실과 역사 현실을 포괄하여야 하며, 영성의 사회적 차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영성은 우리 존재가 우리보다 더 큰 존재에 속해 있다는 것, 그 큰 존재와의 교제 속에서 그 큰 존재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온 몸으로, 우리 몸과 영으로 체험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체험은 산 위에 머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시 산 아래로 내려오기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예수님은 베드로와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을 따로 데리고서 높은 산에 올라가셨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보는 앞에서 주님의 모습이 변했습니다. 그의 얼굴은 해와 같이 빛나고, 옷은 빛과 같이 희게 되었지요. 그리고 모세와 엘리야가 그들에게 나타나더니 예수님과 더불어 말을 나누었다고 합니다. 놀라고 흥분한 제자들이 말했습니다. “선생님, 우리가 여기에 있는 것이 좋습니다. 원하시면, 제가 여기에다가 초막을 셋 지어서, 하나에는 선생님을, 하나에는 모세를, 하나에는 엘리야를 모시도록 하겠습니다.”(마 17,1-4)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영적 체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베드로와 제자들은 그래서 산 위에 초막을 짓고 머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산 아래로 내려오셔야 했습니다(마 17,9).


    그렇습니다. 영적 체험, 영성 훈련은 산 위에 머물기 위해서가 아니라, 산 아래로, 다시 세상 한 복판으로 들어가기 위해 주어지고, 또 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영성 공동체는 세상 안에 있으나 세상에 속하지는 않은 신앙 공동체이지요. 한국교회가 그런 영성공동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채수일 목사(경동교회)


    에큐메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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