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 LA 카운티, 병원비 빚 사전에 막는다...재정지원 자동심사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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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신청 안 해도 지원자격 자동 확인...내년 1 월 가동 목표
카운티 주민 80만 명 의료 부채... 매년 수 억 달러 예방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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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카운티 내 모든 병원이 환자의 재정지원 자격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을 지원한 나만 샤 박사. 저소득 가정이 감당하기 어려운 병원비로 빚더미에 오르는 것을 막는 것이 목표다 (사진: 로런 저스티스/KFF Health News·Tradeoffs)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빚을 떠안는 주민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LA 카운티가 저소득 환자의 재정지원 자격을 자동으로 확인하는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환자가 병원비 청구서를 받은 뒤 재정지원을 찾아 신청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병원이 미리 지원 자격을 확인해 감당하기 어려운 의료비가 빚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LA 카운티 공공보건국에 따르면 카운티 내에서 의료비 청구서를 감당하지 못하는 주민은 약 80만 명에 달한다. 전국적으로는 약 1억 명의 성인이 어떤 형태로든 의료부채를 안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LA 카운티의 의료부채 대책을 이끌고 있는 나만 샤 공공보건국 의사 겸 역학자는 새 시스템이 정착되면 카운티에서 매년 수 억달러 규모의 의료부채 발생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샤 박사는 “의료부채가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며 “병원비를 내기 위해 신용카드 빚을 지고 높은 이자 부담까지 떠안으면서 빈곤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비 부담 때문에 처방약 구입을 포기하거나 필요한 진료를 미루는 경우도 발생한다. 결국 경제적 어려움이 건강 악화로 이어지는 셈이다.
병원들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병원비 감면 등 재정지원 프로그램, 이른바 ‘자선진료(charity care)’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환자는 이러한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복잡한 신청 절차 때문에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전국에서 환자의 병원 재정지원 신청을 돕는 비영리단체 달러 포(Dollar For)의 재러드 워커 설립자는 “많은 환자가 재정지원 제도가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 병원을 이용하고 나온다”고 말했다.
병원 역시 회수 가능성이 낮은 의료비를 받아내기 위해 추심 절차를 밟으면서 적지 않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환자가 신청하기 전에 지원 여부 판단
LA 카운티가 추진하는 핵심 대책은 ‘추정 자격 심사(presumptive eligibility)’ 제도다.
환자가 별도의 재정지원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더라도 병원이 이용 가능한 자료를 토대로 소득 수준 등을 확인해 지원 대상 여부를 미리 판단하는 방식이다.
일부 병원에서는 이미 신용정보 등 공개 자료를 활용하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이 같은 심사를 하고 있다.
샤 박사에 따르면 자동 심사 시스템을 도입한 일부 병원의 경우 환자에게 제공하는 재정지원 규모가 최대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주도 의료부채 예방을 위한 제도 강화에 나섰다. 지난해 제정된 주법에 따라 가주 내 모든 병원은 내년 7 월까지 환자를 대상으로 추정 자격 심사를 실시해야 한다.
문제는 비용이다. 관련 시스템을 자체 구축하고 운영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들어 특히 규모가 작은 병원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현재 LA 카운티 병원 가운데 이 같은 시스템을 사용하는 곳은 약 5곳 중 1곳에 불과하다.
이에 LA 카운티 공공보건국은 병원과 의료기관, 보험사를 연결해 공동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재정난을 겪고 있는 카운티 정부가 직접 구축비를 부담하는 대신 민관 협력을 통해 비용을 낮추고 참여 병원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샤 박사는 “정부가 항상 모든 일을 직접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여러 기관이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당초 카운티의 의료부채 대책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던 남가주병원협회도 병원 재정지원 프로그램을 개선하는 것이 병원 측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상당수 병원이 실제로 회수하기 어려운 의료비를 받아내기 위해 추심에 비용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폴 영 남가주병원협회 수석부회장은 “병원비 청구 절차는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남가주병원협회는 회원 병원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자동심사 시스템을 공동 구매하기로 했다. 여러 병원이 시스템을 함께 구입해 개별 병원의 비용 부담을 낮추는 방식이다.
영 부회장은 이를 대량 구매를 통해 가격을 낮추는 ‘코스트코 모델’에 비유했다.
LA 카운티에서 250 만명이 넘는 저소득 주민의 메디케이드 의료보장을 담당하는 비영리 건강보험사 LA 케어(L.A. Care)도 시스템 구축을 위해 200 만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멜라니 폰테스 레이너 LA 케어 전략기획 책임자는 “더 많은 주민이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라며 “LA 카운티 전체의 의료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88개 병원 중 얼마나 참여할지가 관건
관계 기관들은 내년 1월 새 시스템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운영비를 어떻게 마련할지, 또 LA 카운티 내 88개 병원 가운데 실제 몇 곳이 참여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환자의 소득을 보다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자료 확보도 과제다.
현재 일부 자동심사 시스템은 환자의 추정 소득을 이용하지만, 관계 기관들은 앞으로 캘리포니아주가 보유한 세금 기록과 시스템을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세금 자료가 활용되면 환자의 실제 소득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해 지원 대상자를 가려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달러 포의 워커는 “더 나은 자선진료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LA 카운티 병원들이 새로운 방식을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샤 박사는 자동심사 제도만으로 의료부채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의료부채가 천식이나 흡연보다 더 많은 LA 카운티 주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개인의 경제 문제를 넘어 공공보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샤 박사는 매주 LA 샌퍼낸도밸리의 공공 클리닉에서 결핵 환자들을 진료한다. 감염병이 확산된 뒤 대응하는 대신 조기에 발견해 확산을 막는 공공보건의 전통적인 예방 원칙을 의료부채에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예방은 우리가 가장 잘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병원이 환자들을 의료부채로 인한 경제적·건강상 피해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다루는 트레이드오프스(Tradeoffs)와 KFF 헬스뉴스의 공동 탐사보도 시리즈 ‘히든 헬프(Hidden Help)’의 일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