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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 떠난 자리까지 지킨 40년 우정의 기록... "청지기'의 끝나지 않은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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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CMUSA| 작성일2026-02-13 | 조회조회수 : 15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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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캠퍼스에서 시작해 40년... 매달 말씀과 브런치로 교제

시니어 위한 보청기 지원·목회자 배출로 열매 맺어



발렌타인스데이라고 꼭 남녀의 사랑만 있는 것은 아니다. 40년 동안 이어져 온 소그룹 동문회이자 평신도 모임 ‘청지기(Stewards)’는 캠퍼스에서 시작된 우정이 어떻게 삶의 동행으로 자리 잡았는지를 보여준다. 이들의 관계는 감정의 온도보다 책임의 무게로 유지됐고, 친분을 넘어 신뢰로 공동체를 다졌다.


캠퍼스에서 시작된 약속

청지기의 출발은 1986년 캘폴리 포모나(Cal Poly Pomona) 공대 캠퍼스다. 제임스 박, 빅터 최, 매튜 이, 제이 김, 에드윈 강, 켈빈 김, 데이빗 김, 대니얼 김, 피터 김, 김태민, 제니퍼 손. 모두 11명이었다.

 

이들은 대학 시절 성경공부를 함께하며 가까워졌다. 모임을 만든 이유는 단순했다. 크리스천으로서 말씀을 배우고, 남을 섬기는 삶을 살자는 것이었다. 졸업 후에도 학교 크리스천 클럽을 돕기로 뜻을 모았고 선교 활동과 교회 중·고등학생 지도 등으로 실천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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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째 매달 모임을 이어오고 있는 '청지기' 회원들이 빅터 최 회장(앞줄 왼쪽) 자택에 모여 아침 식사를 함께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졸업 이후, 가족 공동체로 확장

‘청지기’라는 이름에는 신앙 안에서 서로를 지키겠다는 다짐도 담겼다. 졸업과 함께 흩어졌지만 모임은 끊기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성격은 자연스럽게 변했다. 초기에는 사명 중심이었다면, 이후에는 삶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로 자리 잡았다. 한때는 자녀들까지 합쳐 40명 가까이 모였다. 단순한 동문 모임을 넘어 가족 단위 공동체로 확장된 시기였다.


변화와 이탈, 그리고 남은 사람들

40년이라는 시간은 기쁨만 남기지 않았다. 창립 모임을 주도하고 이끌었던 데이빗 김 씨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한 명은 이혼과 재혼으로 모습을 감췄고, 또 다른 한 명은 뉴욕으로 이주했다. 최근에는 오랫동안 함께 했던 대니얼 김씨가 텍사스로 거처를 옮겨 현재는 일곱 가정이 청지기를 지키고 있다.


빅터 최 씨는 “다행히 데이빗의 부인 수전 김 씨가 자녀들과 함께 계속 나오고 있어 친구를 잃은 상실감이 조금은 덜하다”고 말했다. 


청지기 모임은 지금도 매달 한 번 모인다. 함께 기도하고 말씀을 나눈 뒤 브런치를 하며 한 달의 삶을 나눈다. 각 가정이 돌아가며 호스트를 맡고 프로그램도 자유롭게 결정한다. 운동을 좋아하는 이들은 피클볼을 하고, “치매 예방”이라며 카드놀이를 할 때도 있다. 웃음 섞인 농담이지만 결국 중요한 건 ‘함께 있음’이다. 


회장은 1~2년 단위로 돌아가며 맡는다. 올해 회장을 맡은 최씨는 “거창한 의무는 없지만 맡은 만큼 모임을 잘 이끌어가려고 모두 함께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벌써 올 한해 계획을 다 세웠다. 청지기라는 이름에 걸맞게 유스 콘퍼런스, 캘폴리 리유니온, 선교사 후원 외에도 서머 패밀리 트립도 계획 중이다. 그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귀하다”며 “모교 캠퍼스를 다시 찾고, 게티 등 남가주 문화시설을 함께 다니며 가능한 한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다”고 밝혔다. 


각자의 자리에서 이어지는 섬김

강의를 들으러, 성경공부를 하러 캠퍼스를 누비던 청년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전문인으로 성장했다.


제임스 박 씨는 오렌지카운티에서 변호사이자 공인회계사(CPA)로 이름을 알렸다. 매튜 이 씨는 항공우주 엔지니어가 되어 노스롭 항공회사에 입사했다. 반면 연방항공우주국(NASA)에서 근무하던 제이 김 씨는 소명을 받아 신학교에 진학했고, 현재는 임마누엘감리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 켈빈 김 씨는 보청기 사업을 운영하면서 틈틈이 시니어 봉사를 이어가고 있고, 에드윈 강 씨는 뉴욕라이프 매니저로 활동 중이다. 상업용 건물 매니지먼트 사업을 하던 대니얼 김 씨는 텍사스 샌안토니오로 이주했지만, 모임을 위해 남가주를 종종 찾는다.


떠난 친구의 사업을 지켜낸 청지기 정신

암으로 세상을 떠난 데이빗 김 씨는 빅터 최 회장, 대니얼 김 씨와 함께 '피코글래스'라는 비즈니스를 운영했다. 친구가 떠난 뒤 두 사람은 고민하다 사업을 정리하지 않고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16년 만에 김 씨의 아들에게 운영권을 넘겼다.


빅터 최 회장은 “그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무탈하게 잘 운영해 넘길 수 있어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제임스 박 씨는 처음에는 친구 간 동업을 반대했다고 털어놨다. “변호사로서 결말이 나쁜 동업 케이스도 많이 봤고 그것 때문에 우리의 우정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는 박씨는 “친구들이 좋은 선례를 남긴 것 같아 기쁘고 감사하다”고 평가했다.


상실을 지나 다시 서다

빅터 최 회장 부부도 아픔을 겪었다. 2008년 두 살배기 막내딸 에린을 사고로 잃은 것이다. 그러나 뇌사 판정을 받은 딸의 각막을 기증했고, 이후 한인 커뮤니티를 대표해 장기기증 서약 캠페인에도 앞장섰다.


최 회장은 “내게 말하지 않아도 친구들이 함께 울고 기도해준다는 걸 알기에 큰 힘이 됐다”며 “무엇보다 하나님 사랑 안에서 맺어진 우정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부인 제니퍼 씨는 이후 딸의 이름을 딴 비영리 장학재단을 설립했다. 그는 “처음에는 딸 또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며 많이 울었지만, 이제는 씩씩해진 것 같다. 감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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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4일 새해 첫 모임을 가진 청지기 멤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켈빈·제니퍼 김 부부, 빅터·제니퍼 최 부부, 제이·아이린 김 목사 부부, 제임스·웬디 박 부부, 매튜·레지나 이 부부, 에드윈·레이첼 강 부부 


서로 포기하지 않는 청지기들의 우정

시간은 흘렀지만 관계는 더 단단해졌다.


제이 김 목사는 “젊은 시절 함께 기도하고 고민했던 친구들이 지금도 곁에 있다는 것이 큰 힘”이라며 “목회 현장에서도 이 우정이 균형을 잡아준다”고 했다.


매튜 이 씨는 “직장과 가정의 여러 고비 속에서도 곁에 남아 있던 사람들이 바로 이 친구들”이라며 친구들을 바라봤다.


에드윈 강 씨는 “우리가 지키려 한 것은 돈이 아니라 관계였다”며 “우리는 대단한 일을 한 게 아니라, 서로를 포기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들의 배우자들 역시 함께 모이다 보니 같은 우정을 쌓고 있다. 아이린 김씨는 "청지기라는 모임에 남편과 함께 참석하면서 자연스럽게 같이 우정을 쌓은 것 같다"며 "함께 하는 시간이 소중하고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회가 될 때마다 발렌타인데이도 함께 한다는 이들 청지기 멤버들은 말한다. 사랑은 꼭 연인 사이에만 머물지 않는다고. 40년을 함께 걸어오며 서로를 붙든 우정 역시, 충분히 사랑의 이름으로 불릴 만하다고.


글·사진= 니콜 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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