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X] 94세 美 참전용사의 '마지막 선물'… 70년 간직한 한국전쟁 유품 한국인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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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 년간 간직한 안전통행증·빛바랜 사진 위탁… “대한민국이 나를 기억해 주어 고맙다”
미 해병대 출신 잭 플로이드 씨, 미주리 이주 앞두고 이훈구 장로에게 기증
1951년 심리전 안전통행증, 채플 예배 순서지 등 희귀 역사 자료 다수 포함
"대한민국이 나를 아직도 기억해 준다는 것이 무엇보다 고맙습니다."
열아홉 살의 나이에 낯선 이국의 자유를 위해 총을 들었던 미국의 청년은, 94세의 백발노인이 되어서도 가슴속에 품어온 대한민국을 잊지 않았다. 70여 년 동안 소중히 간직해 온 한국전쟁 당시의 희귀 유품과 사진들이 한 한국인 동포의 손을 통해 대한민국의 역사로 남게 됐다.
미국 텍사스 남부에 거주하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잭 플로이드(Jack Floyd·94) 씨가 고령으로 인한 미주리주 이주를 앞두고, 평생을 모아온 전쟁 유품과 사진을 현지 동포인 이훈구 장로(G2G 선교회 대표)에게 기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2년 전 우연한 만남, '평화의 사도' 메달로 이어진 특별한 인연
두 사람의 인연은 약 2년 전, 텍사스 남부에서 26년째 거주 중인 이 장로의 사무실에 플로이드 씨가 우연히 찾아오면서 시작됐다. 대화 중 그가 미 해병대 출신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 장로는 평소 품고 있던 감사의 마음을 실천에 옮겼다. 관련 기관과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1년 전 플로이드 씨에게 대한민국 정부가 수여하는 '평화의 사도(Ambassador for Peace)' 메달을 전달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당시 메달을 목에 건 플로이드 씨는 환한 미소와 함께 고마움을 전했고, 이후 두 사람은 같은 헬스장을 이용하는 이웃이자 자주 안부를 주고받는 세대를 초월한 친구가 됐다.
베일 벗은 70년 전 기록들… '한시조-한핏-한민족' 심리전 전단 눈길
최근 딸이 있는 미주리주로 처소를 옮기게 된 플로이드 씨는 오랫동안 정든 집을 정리하며 가장 먼저 이 장로의 사무실을 찾았다. 그의 손에 들린 오래된 서류파일 속에는 70년간 단 한 번도 버리지 않고 차곡차곡 보관해 온 생생한 역사적 증거들이 담겨 있었다.
공개된 유품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1951년 실제 심리전에 사용된 ‘안전통행증(Safe Conduct Pass)’이다. 북한군과 중공군 병사가 유엔군에 투항할 경우 생명과 안전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귀중한 사료다. 또한, 유엔군이 제작한 한글 전단 중에는 ‘한시조-한핏-한민족!’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적혀 있어, 당시의 치열했던 심리전 상황을 그대로 대변해 준다.
이 밖에도 기증된 물품에는 역사적 가치가 높은 자료들이 가득하다.
1952년 미 해병 제1사단(First Marine Division) 채플 예배 순서지
전사 장병 추모 헌당예배 프로그램
미 해병대 만찬 프로그램 및 식사 메뉴
미 해군의 전통 의식을 기념하는 '적도 통과 증서(Shellback Certificate)'
젊은 해병 시절의 모습과 전우들, 당시 한국의 풍경이 담긴 빛바랜 사진 수십 장
[기념 액자에 담긴 문구]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의 용기와 희생은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이 장로는 평생의 추억을 조건 없이 건넨 플로이드 씨에게 감사의 뜻을 담아, 메달 수여식 사진과 감사의 글을 넣은 '기념 액자'를 제작해 선물했다. 액자를 받아 든 노병은 한동안 말없이 액자를 바라보다가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낡은 종이 아닌 한미 우정의 역사"… 기록과 보존의 과제 남겨
오늘날 대한민국이 누리는 자유와 번영은 플로이드 씨와 같은 유엔군 참전용사들의 피와 땀 위에 세워졌다. 참전용사들이 고령으로 점차 세상을 떠나고 있는 지금, 이들이 간직한 개인의 기억과 자료를 기록·보존하는 작업은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플로이드 씨가 마지막 순간에 건넨 것은 단순한 빛바랜 종이가 아닌,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바친 청춘의 희생과 70년을 이어온 한미 동맹의 살아있는 역사였다.
비록 거리는 멀어지지만 두 사람은 전화와 이메일로 우정을 이어갈 것을 약속했다. 유품을 기증받은 이훈구 장로는 "이번 자료들은 다음 세대에 전해줄 소중한 기록"이라며 "앞으로도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증언과 사진, 유품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일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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