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수백만 기독교인, 분쟁·종교 박해로 삶의 터전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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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18개국 기독교인 박해 실태 조사
10개국서 상황 악화해

▲이슬람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은 모잠비크 펨바 교구 메자 지역의 성 루이 드 몽포르 가톨릭 본당.(사진출처=Aid to the Church in Need)
[데일리굿뉴스] 박애리 기자 = 전 세계 수백만 명의 기독교인이 분쟁과 극단주의, 종교적 동기에 따른 폭력으로 고향을 떠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로 인해 오랜 역사를 지닌 기독교 공동체의 존립마저 위협받고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가톨릭 구호단체 '고통받는교회돕기'(Aid to the Church in Need·ACN)는 최근 보고서 '박해받고 잊힌 사람들인가?'를 통해 "중국과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등 조사 대상 18개국 가운데 10개국에서 기독교인들의 상황이 악화됐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전반적인 상황이 개선된 국가는 한 곳도 없었다.
2024년 8월부터 2026년 6월까지의 상황을 다룬 이번 보고서는 ACN이 기독교인들의 처지를 특별히 우려하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종교 박해와 인권 침해 실태를 조사한 내용이다.
보고서는 "수백만 명의 기독교인이 분쟁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피란 행렬에 포함돼 있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종교적 동기에 따른 것"이라며 "이러한 현상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여러 국가의 광범위한 지역을 위험지대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폭력과 강제 이주가 두드러졌다. ACN은 기독교인에 대한 공격과 주민들의 피란이 이어지면서 일부 지역의 종교 구성 자체가 바뀔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국내 실향민이 350만 명을 넘는 가운데 기독교인이 최소 100만 명 포함된 것으로 보고서는 추산했다. 북부와 중부 벨트 지역을 중심으로 무장 강도단과 일부 민족 무장세력,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의 공격을 피해 공동체 전체가 고향을 떠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지리아 북부 자리아 인근 마을에 살던 33세 남성 솔로몬 아코 씨는 무장세력에 납치돼 신앙을 포기하라는 강요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그들은 즉시 우리에게 개종을 요구했고, 우리가 거부하자 폭행하기 시작했다. 채찍으로 때렸고, 다리에 쇠사슬을 채웠으며 발목에는 족쇄를 채웠다"고 무장세력들의 만행을 폭로했다.
부르키나파소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이 국토의 최소 40%를 장악한 것으로 보고됐다. ACN은 기독교인들이 복장 규정 등 이슬람식 관습을 따르도록 강요받고 있으며, 일부는 재판 절차 없이 처형됐다고 밝혔다. 인접국 말리와 모잠비크에서도 기독교 공동체를 겨냥한 살해와 납치, 교회 파괴가 이어지고 있다.
중동의 전통적인 기독교 중심지에서도 기독교 공동체의 존속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리아의 기독교인 인구는 2011년 이후 8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보고됐다. 현지 교회 지도자들은 기독교 공동체가 존립 자체를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다마스쿠스의 성 엘리아스 교회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로 23명이 숨지고 65명이 다친 사건도 주요 사례로 언급했다.
극단주의 무장세력의 폭력뿐 아니라 권위주의 정부의 종교 탄압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중국에서는 지하교회에 대한 압박이 강화돼 신자 구금과 교회 폐쇄가 이어지고 있으며, 종교 교육과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통제도 엄격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란에서는 12개월 동안 기독교인 체포 건수가 두 배로 증가했다.
니카라과 정부는 성직자 체포와 추방, 교회 기관 압수, 성직자 서품 제한 등을 통해 종교계에 대한 탄압을 확대해 왔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종교적 민족주의 역시 주요 우려 사항으로 꼽혔다. 인도에서는 2025년 반기독교 폭력 사건이 700건 넘게 보고됐으며, 보고서는 주 정부 차원의 개종 금지법 확산이 공격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파키스탄에서는 기독교 소녀와 젊은 여성의 납치와 강제 개종, 강제 결혼이 계속되고 있으며, 신성모독 혐의를 둘러싼 불안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기독교인을 향한 적대 행위가 종교적 적대감만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민족 정체성, 자원 접근성, 빈곤, 정치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서구 사회의 종교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반기독교적 적대감이 다른 요인에 가려져 축소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로 인해 인권 상황에 대한 왜곡된 이해가 이미 심각한 박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ACN 영국 지부의 언론·공공업무 책임자인 존 폰티펙스 씨는 이번 보고서가 기독교 박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대응 실패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박해받고 잊힌 사람들인가?' 보고서를 처음 발표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기독교인에 대한 억압은 여전히 세계가 외면하는 인권 참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해는 공동체 전체를 고향에서 내몰고 지역의 종교 인구 구성을 바꾸는 주요 요인이 됐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며 "국제사회가 행동에 나서도록 하려면 얼마나 더 많은 희생이 필요한가? 우리는 박해받는 형제자매들을 위해 무엇을 할 준비가 돼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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