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리포트①] 평생 목회하며 헌신했는데…준비되지 않은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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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의 은퇴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정작 목회자가 강단을 내려온 뒤의 삶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다. 대규모 은퇴가 시작된 지금, 노후와 주거, 사역의 연속성, 후임 목회자 문제까지 은퇴를 둘러싼 과제가 한꺼번에 드러나고 있다. 본지는 목회자 은퇴의 현실과 새로운 삶, 교회가 준비해야 할 시스템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데일리굿뉴스] 김혜인 기자 = 한국교회에 '대 은퇴 시대'가 시작됐다. 한 세대가 한꺼번에 강단을 내려오고 있지만, 상당수 목회자는 은퇴 이후의 삶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지난 28일 발표한 '한국교회 트렌드 2027'은 '대 은퇴 시대'를 10대 트렌드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앞으로 10년이 한국교회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리더십 교체기가 될 것으로 보고, 목회 승계뿐 아니라 은퇴 이후의 삶까지 준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번 조사는 목회자와 성도 등 3,750명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대규모 은퇴는 교단 통계에서도 예고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은 1955년부터 1964년 사이에 태어난 목회자가 5,507명으로 전체 목회자의 58.2%를 차지한다. 향후 10년 안에 은퇴 연령에 접어들 세대다. 예장합동도 2025년부터 2034년까지 은퇴할 목회자가 7,122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이들 상당수가 노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조사에서 담임목회자의 78.4%는 노후 준비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은퇴가 가까운 60대 목회자도 3분의 2가 준비 부족을 호소했다. 노후 대책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했다는 목회자는 65.1%였고,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있다는 응답은 15.0%였다.
소득 기반 자체가 취약한 영향이 크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의 2023년 조사에서 담임목사의 월평균 사례비는 216만원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목회자에게는 당장의 생계와 함께 노후까지 준비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 목회데이터연구소-기아대책, '한국교회 트렌드 2027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제작한 그래프 ⓒ데일리굿뉴스
교회 규모에 따른 격차도 컸다. '노후 준비가 부족하다'는 응답은 교인 100명 미만 교회 목회자에서 80.0~83.2%에 달했지만, 500명 이상 교회에서는 54.4%였다.
은퇴 후 예우에서도 차이가 뚜렷했다. 전임 목사가 원로목사로 은퇴한 비율은 500명 이상 교회에서는 59.5%였지만, 29명 이하 교회에서는 9.5%에 불과했다. 교회 규모에 따라 목회자의 은퇴 이후 삶에도 상당한 격차가 생기는 셈이다.
주거 문제도 현실적인 부담이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목회자 3명 중 2명(64%)은 은퇴 후 안정적으로 거주할 집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런 현실은 은퇴 후 계획에서도 드러났다. 은퇴 후 '목사 이외에 경제적 수입을 위한 직장이나 사업을 하고 싶다'는 응답은 27.8%였다. '온전히 쉬고 싶다'는 응답은 18.4%에 그쳤다. 목회자 4명 중 1명 이상이 은퇴 후에도 생계를 위해 경제활동을 이어가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은퇴 이후의 경제 문제는 교회 내 갈등 요인으로도 꼽혔다. 목회자의 89%는 은퇴 목회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향후 한국교회 분쟁의 요소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성도들은 은퇴 예우에 반대하는 이유로 "목회자만 예우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 "은퇴 후 생활은 개인이 준비해야 한다"는 점 등을 들었다. 은퇴 준비를 둘러싼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은퇴 시점에 목회자와 교회 간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예장합동 총회에서 '정년 연장안' 투표 결과 발표 중인 모습.ⓒ데일리굿뉴스
문제의 심각성은 지난 9월 열린 주요 교단 총회에서도 확인됐다. 목회자 정년과 은급, 은퇴 목회자의 사역 문제가 잇따라 안건으로 올랐다. 교단마다 선택한 해법은 달랐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이라는 점은 같았다.
예장합동에서는 정년 연장안이 다시 논의됐다. 7개 노회가 연장을 청원했고 정영교 총회장이 75세까지 시무할 수 있는 조건부안까지 제안했지만, 표결에서 찬성 425표, 반대 477표로 부결됐다. 예장합동은 제108회 총회부터 해마다 이 안건을 다뤘으나 한 번도 통과시키지 못했다.
목회자 수급 문제도 함께 제기됐다. 교단의 목회자 양성을 맡은 총신대 박성규 총장은 총회 보고에서 "2038년까지 은퇴 목회자가 8,000명을 넘는 반면 배출되는 목회자는 3,500여 명에 그칠 것"이라며 "2039년에는 총회 내 교회의 절반가량이 담임목사를 구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장고신은 은퇴 이후를 뒷받침하는 은급제도의 재정 안정화에 나섰다. 2027년 1월부터 은급 지급액을 10% 줄이고, 55세 이하 목회자의 은급재단 가입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올해 1월 기준 미가입자는 약 750명, 가입 후 납입을 중단한 목회자도 430여 명이다. 연금 수급자 증가 등으로 재정 부담이 커지면서 지급액 조정과 가입 확대를 통해 은급제도의 안정적인 운영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다.
기장은 65세 이상 은퇴 목회자가 목회자를 구하지 못한 교회에서 80세까지 사역하도록 하는 '은퇴 사역 목사' 제도가 상정됐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대신 목회자 수급과 최저생계 문제를 함께 연구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정년 연장에서 은급제도 개편, 은퇴 목회자의 재사역까지 교단별 접근법은 이 같이 제각각이다. 그만큼 한국교회가 목회자 은퇴 문제에 대한 공통의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는 사이 '대 은퇴'의 현실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목회자는 줄고 고령화는 빨라지는 가운데 작은 교회는 후임자를 구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은퇴를 앞둔 목회자 상당수는 노후를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상황이다. 개신교 300여 개 교단 가운데 연금제도를 운영하는 곳도 주요 교단 10여 곳에 불과해 상당수 목회자는 교단 차원의 노후 안전망에서도 벗어나 있다.
앞으로 은퇴자가 늘어날수록 주거와 생계, 교회와의 관계, 은퇴 이후 사역, 후임 목회자 청빙까지 서로 맞물릴 수밖에 없다. 개별 목회자의 준비를 넘어 교회와 교단 차원의 체계적인 대비가 필요한 이유다.
이에 교계에서는 목회자 은퇴를 개인의 노후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은퇴 전 준비부터 주거와 생계, 은퇴 이후 사역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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