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조롱이 놀이가 된 교실…"교회가 먼저 존중의 언어 가르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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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롱 응원'이 드러낸 학교의 언어문화
온라인 '밈'·유행어 무분별한 소비
"존중의 언어 가르치는 교육 필요"

▲ 6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광주제일고등학교·배재고등학교 학생들이 참배하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데일리굿뉴스] 이새은 기자 = 고교 야구장에서 나온 조롱성 응원 구호가 징계와 경찰 수사로까지 이어지면서 학교 현장에 퍼진 조롱 문화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온라인 유행어와 혐오 표현이 놀이처럼 소비되는 가운데, 다음세대에게 존중의 언어를 가르치는 교육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논란은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배재고와 광주제일고의 경기에서 불거졌다. 당시 배재고 야구부 일부 학생들은 광주와 5·18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응원 구호를 외쳤다.
사건이 알려지자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배재고 야구부에 전국대회 출전정지 6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관련 고발장이 접수되면서 경찰도 학생들의 모욕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과 지도자, 학부모, 교직원 등 86명은 지난 6일 광주일고를 찾아 공식 사과했다. 야구부 주장과 감독은 광주일고 학생과 학부모, 광주시민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배재고 야구부 감독은 "선수들의 지역 비하 응원은 무엇으로도 변명할 수 없는 잘못임을 인정한다"며 "학생들을 잘 이끌고 가르쳐야 할 지도자로서 책임이 가장 크기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6일 광주제일고등학교 강당에서 배재고등학교 교장이 사과문을 낭독하다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하지만 이번 일을 특정 학교 학생들의 일탈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모와 장애, 출신 지역 등을 희화화하는 표현이 온라인에서 '밈'과 유행어로 소비되면서 학교 현장까지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다양성연구소가 지난해 전국 초·중·고 교사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이러한 현실이 확인됐다. 응답자의 68%는 5~6년 전보다 학교에서 혐오 표현을 더 자주 접한다고 답했다.
교사들이 꼽은 주요 원인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영향'(30%)이었다. 이어 '친구와 주변 사람들이 사용해서'(27%), '어떤 표현이 혐오인지 잘 몰라서'(21%) 순이었다. 학생들이 뜻과 맥락을 충분히 알지 못한 채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표현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를 인식하고 있어도 학교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학교에서 혐오 표현을 목격했을 때 '항상 대응한다'고 답한 교사는 14%에 그쳤다. 민원 부담과 대응 지침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은 "교사들은 아이들의 혐오 표현 사용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지만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다음세대 교육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학생들이 역사적 비극을 조롱의 언어로 소비하게 된 배경에는 우리 사회 어른들이 만든 혐오와 분열의 문화가 있다"며 "학교와 선배들, 한국교회를 포함한 어른들이 먼저 책임을 통감하고 참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의 본질은 처벌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깨닫고 바르게 성장하도록 돕는 돌봄과 회복에 있다"면서 "이번 사태가 혐오와 배제의 문화를 청산하고 존중과 평화의 가치를 바로 세우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 이종화 목사)도 7일 성명을 내고 "5·18민주화운동을 비롯한 민주주의 역사 교육을 강화해 청소년들이 역사의 아픔을 놀이와 조롱의 소재로 삼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잘못을 저지른 학생들이 진정한 반성을 통해 성장의 기회를 얻고, 상처 입은 광주제일고 학생들도 위로받는 회복의 과정이 되길 바란다. 이 사안이 분열이 아닌 성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교회가 다음세대에게 존중의 언어와 공감의 가치를 먼저 가르쳐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혐오 표현을 단순히 금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일상에서 접하는 언어와 온라인 문화를 성경적 가치관으로 분별하도록 돕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상진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소장은 "교회학교는 성경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말고 학생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온라인 콘텐츠, 또래문화를 함께 살펴야 한다"며 "유행하는 표현을 무분별하게 따라 하지 않고, 그 말이 끼칠 영향력을 판단하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쟁 중심 사회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조롱과 공격적인 언어로 표출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며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의 언어문화를 성찰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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