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목사의 '특별한 부고'…성도의 삶을 영원한 기록으로 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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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학섭 순천만대대교회 원로목사
성도 120명 부고 기록 책으로 펴내
"성도들의 삶 기록하는 문화 정착되길"

▲지난달 29일 만난 공학섭 순천만대대교회 원로목사. 성도들의 부고를 엮어 '하늘에 새겨진 이름들'을 펴냈다.ⓒ데일리굿뉴스
[데일리굿뉴스] 정원욱 기자 = "'믿음으로 목발을 내던진' 김옥순 집사님은 골반이 상하는 병을 진단받고도 '죽더라도 예배드리다 죽자'는 마음으로 교회당에 나왔다. 어느 날부터 두 개의 목발이 하나가 됐고, 다음엔 지팡이로 바뀌더니 그마저 내려놓게 됐다."
"'병든 자의 이웃' 김덕심 권사님은 심방 연락만 오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열정적이었다. 모든 교인의 집을 자기 집처럼 보살폈고, 교인들을 친형제처럼, 아들딸처럼 여겼다."
"'암송의 대가' 조성귀 장로님은 68세 때 전국 장로연합회 수양회에서 로마서를 암송해 참가자 모두를 놀라게 했다. 지금도 장로님의 깊은 음성, 묵직한 눈빛, 암송의 울림이 많이 그리워진다."
'믿음으로 목발을 내던진', '암송의 대가', '병든 자의 이웃'. 이름 앞에 붙은 한 문장은 한 사람의 신앙과 삶을 압축한다. 공학섭 순천만대대교회 원로목사가 세상을 떠난 성도들을 기억하는 방식이다.
공 목사는 38년 목회 동안 140여 건의 장례를 집례했고, 이 가운데 120명의 삶을 1,000자 안팎의 부고로 남겼다. 이 기록을 엮어 최근 '하늘에 새겨진 이름들'(도서출판 토라)을 펴냈다.

▲전남 순천만대대교회 전경. 공학섭 원로목사는 세상을 떠난 성도 120명의 신앙의 흔적을 담은 부고를 작성했다.(본인 제공)
부고를 쓰기 시작한 건 2020년이다. 코로나19 희생자 부고가 실린 뉴욕타임스(NYT) 1면 기사를 접하면서다. 사망자를 단순한 숫자가 아닌, 한 사람의 한 사람의 생애로 기록한 방식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기사를 보며 '성도의 죽는 것을 여호와께서 귀중히 보신다'는 시편 말씀이 떠올랐다"며 "하나님께서 성도의 죽음을 귀하게 보신다면 교회 역시 그들을 소중히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 목사가 기록한 것은 고인의 사회적 이력이나 성취가 아니었다. 믿음 안에서 남긴 자취였다. 그는 한 문장으로 고인의 삶을 압축한 뒤, 그 안에 담긴 신앙의 흔적을 풀어썼다.
"연약한 인간의 삶이 믿음을 통해 어떻게 아름다워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세상적으로 내세울 것이 적어 보여도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는 소망 가운데 살다 갈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 기록은 남은 가족에게도 위로가 됐다. 공 목사는 "자녀들이 '부모를 이렇게 기억해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많이 했다"며 "부모의 신앙이 얼마나 귀했는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공 목사는 성도들의 삶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이 한국교회의 문화로 자리 잡길 바란다.(본인 제공)
그는 성도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 '교회의 자산'이라고 말한다. "구두로 전해지는 기억은 세월과 함께 희미해지지만 글은 남습니다. 한국교회가 살아 있는 이들에게만 관심을 쏟기보다,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의 신앙 유산을 정리한다면 다음세대에 훌륭한 나침반이 될 것입니다."
공 목사는 이 책이 대대교회의 사례로만 남지 않기를 바랐다. 세상을 떠난 성도들의 삶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이 한국교회 전반의 문화로 자리 잡기를 기대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역사가 죽음과 함께 사라지기보다, 소중한 부분들이 오래 간직되길 바랍니다. 모든 교회가 성도의 죽음을 귀하게 여기고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문화가 정착되길 바랍니다. 하나님 앞에서는 우리 모두가 소중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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