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없으면 아이도"…반복되는 '자녀 살해 후 자살'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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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72명 사망…학대 사망 30% 차지
"자녀는 소유물 아닌 독립된 주체"

▲지난 18일 30대 아버지와 어린 자녀 4명 등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해당 세대 현관 전경.(사진출처=연합뉴스)
[데일리굿뉴스] 이새은 기자 = 울산에서 어린 4남매가 30대 아버지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계기로, 이른바 '자녀 살해 후 자살'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제도 전반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히 부모의 비극적 선택으로 보거나 동정론적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아동학대로 규정하고 대응 체계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20일 세이브더칠드런과 인하대학교 산학협력단이 보건복지부 '아동학대 연차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자녀 살해 후 자살'로 목숨을 잃은 아동은 총 72명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9명에서 2023년 23명으로 늘어나며 4년 사이 2.5배 이상 증가했다. 이 유형은 전체 아동학대 사망 사건의 약 30% 수준을 꾸준히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8일 울산 사건 역시 생활고와 양육 부담 속에서 아버지가 극단적 선택을 하며, 초등학생부터 생후 5개월 영아까지 자녀 4명의 생명을 함께 앗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까지도 '자녀 살해 후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되는 일가족 사망 사건이 전국에서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경기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남성이 9살 아들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같은 달 경북 경산에서도 10대 자녀를 포함해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비극의 배경에 자녀를 독립된 존재가 아닌 부모의 소유물처럼 여기는 왜곡된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관련 연구에서 "자녀살해 후 자살 사건은 극단적 형태의 아동학대이며, 아동의 생명권과 기본권을 침해하는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이런 사건에 '동반자살', '일가족 자살' 같은 용어를 사용하며 가해자인 부모를 온정적 시각으로 바라봤기 때문에 아동학대라는 본질이 가려졌다"고 지적했다.
장화정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부모는 자신이 죽으면 아이가 고생할 것이며 가더라도 자식들을 거둬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자녀를 소유물로 보는 전형적인 인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보는 인식 개선이 최우선"이라고 덧붙였다.
강미정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정책팀장은 "자녀 살해 후 자살은 '내가 없으면 아이가 살지 못한다'는 부모의 왜곡된 이타주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며 "국가의 지원이나 사회적 안전망이 우리 가족, 우리 아이를 지켜주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도 하나의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 위기 신호가 있었음에도 '명확한 학대 정황이 없다'는 이유로 대응이 이뤄지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복지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일반적인 학대와 달리 사건이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특성이 있는 만큼, 부모 위기 상황에서 아동의 안전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별도의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
장 교수는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아동을 위해 국가의 책임 있는 개입이 필요하다"며 "위기 가정에는 신청 여부와 관계없이 돌봄과 가사 지원을 신속히 투입하는 통합 서비스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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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굿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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