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의 문턱에서]⑤ "이단의 정치 결탁 고리…끊지 않으면 또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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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월간 현대종교 이사장)
기술과 제도, 가치의 축이 동시에 이동하고 있다. 그야말로 대전환의 시대다.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나 그 속도에 비해 의미를 가늠하는 논의는 여전히 더디다. 본지는 신년기획 '전환의 문턱에서'를 통해 한국 사회가 마주한 핵심 의제들을 종합적으로 살피고, 그 변화가 교회와 신앙 공동체에 던지는 질문을 묻고자 한다. 변화의 파도 한가운데서, 우리가 감당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다시 확인하려는 시도다.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본인 제공)
[데일리굿뉴스] 최상경 기자 = 통일교와 신천지를 둘러싼 정교유착 의혹이 한 달 넘게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교유착의 폐해를 너무 오래 방치했다"며 엄단을 지시했고, 김민석 국무총리도 "이단·사이비는 척결해야 할 사회악"이라고 규정했다. 오래 묵은 문제가 이제야 수면 위로 떠오른 셈이다.
국내 이단·사이비 연구 권위자인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는 이를 두고 "새로 생긴 일이 아니라, 그동안 감춰졌던 일들이 더 이상 숨겨지지 않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온라인 환경의 저장성과 확산력 속에서 과거의 거래와 연계 의혹이 SNS와 유튜브, 언론을 통해 빠르게 재조명되고 있고, 정치 양극화와 사회적 감수성의 변화가 맞물리며 이단 단체의 위법 행위에 대한 거부감도 한층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단·사이비의 정치 개입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탁 교수는 "시대와 정권에 따라 방식은 달라졌지만, 정치권과의 결탁 구조는 반복돼 왔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교에 대해 "종교적 목적 달성을 위해 자금을 수단화하고, 이를 통해 권력에 접근한 뒤 특혜를 확보해 온 전형적인 기업형 이단"이라며 "각 분야로 영향력을 확산하기 위해 정치권의 지원과 특혜가 필요했고, 한국 뿐만 아니라 1960년대부터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도 유사한 전략을 구사해 왔다"고 밝혔다.
반면 신천지에 대해서는 "자금력보다 신도 교육과 조직 동원력, 체계화된 보안과 비밀 유지 시스템을 통해, 가정과 교회와 사회의 불신과 균열을 초래해 왔다"면서 "이 전략이 정당에까지 확장돼 조직적으로 활동하며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그 대가로 정치적 혜택을 누려왔다는 의혹이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교와 신천지가 정치권에 영향을 끼쳤다는 내용의 '정교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경찰 합동수사본부 김태훈 본부장이 서울고검으로 출근하고 있다. ⓒ데일리굿뉴스
최근 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탁 교수는 일정 부분 필요성을 인정했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과 신천지, 2022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암살 사건과 통일교, 2023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공개 이후 불거진 JMS 논란, 2024년 인천 여고생 사망 사건과 박옥수 구원파까지, 이단·사이비 문제는 이미 교회 울타리를 넘어 사회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다만 그는 국가 권력의 무분별한 종교 개입에 대해서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인류 역사상 종교의 자유에 대한 국가 개입을 허락하지 않았던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이단·사이비 폐해를 한국교회와 사회가 심각하게 경험하고 있지만 국가 권력의 무분별한 개입은 언제든지 부메랑이 돼 건전한 종교를 향할 수 있습니다."
정교분리 원칙 위반 시 법인 설립 허가 취소와 잔여 재산 국고 귀속을 명시한 민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에서 우려를 표했다.
탁 교수는 법제화보다 '현장 중심 대응'을 강조했다. 아베 전 총리 사건 이후 일본 정부가 통일교 피해자 구제를 위해 운영 중인 상담·신고 센터 사례를 들며, 예방 및 피해 회복에 초점을 둔 지역 단위 대응 체계를 제안했다. 이단 전문가와 상담가, 변호사, 공무원이 참여하는 지역 기반 대처 센터를 전국 교회연합회를 중심으로 구축하자는 구상이다.
"이단 피해는 지역에서 발생하고, 회복도 지역 공동체 안에서 이뤄집니다. 법보다 사람이 먼저입니다. 실효성에 초점을 둔 대응이 더 절실합니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이단 내부의 균열 가능성을 언급했다. 통일교는 한학자 총재가 대외적 사법 리스크와 내부 후계 구도 문제에 직면해 있고, 신천지 역시 신도 이탈과 핵심 간부들의 이탈 조짐 속에 조직 분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특검 수사가 정치적 타협 속에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며 사회와 교회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주문했다.
탁 교수는 이단·사이비 문제가 사회적 현안으로 떠오른 지금, 한국교회의 책임이 어느 때보다 무겁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단·사이비 문제는 호기심 어린 이슈로 소비한 뒤 쉽게 잊어버리기를 반복해 왔다"며 "이번만큼은 같은 과오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단 대처는 가정과 교회를 넘어 사회를 지키는 일"이라며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의 거룩한 책무"라고 덧붙였다.
이단이 최신 트렌드와 기술을 활용해 진화하는 만큼, 초교파적 연합 대응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내놨다. 그는 "AI를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미혹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교단 중심의 선언적 대응을 넘어, 지역 중심의 초교파적 연합 이단 대처 전문기관을 설립·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탁 교수는 끝으로 "이단 문제를 교회의 교리 논쟁이 아니라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하는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며 "반복되는 사태 앞에서 더 이상 망각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 소극적 대처가 아닌 담대하고 거침없는 응전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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