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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기독역사여행] “지식 없는 민족 미래 없다”… 한글 목사, 인재를 세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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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국민일보| 작성일2020-07-03 | 조회조회수 : 3,83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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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영주시 내성천 옆 이전·복원된 내매교회 부설 옛 내명학교. 영주댐 개발로 내매교회가 수몰되면서 교회와 학교 건물이 300m 위 지점으로 옮겼다. 110여년 된 3칸 학교 건물은 교회 사택 등으로 사용됐다. 아래 사진은 문화재 전문가 등이 실측하는 장면이다. 영주시와 한국관광협동조합 등이 순례길 조성을 타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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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땡볕이 교회 마당에 쏟아졌다. 하지만 하늘과 강과 숲이 어우러진 교회 풍경은 저마다의 가슴에 평안을 안겨 주었다. 지난 19일 오후 경북 영주시 평은면 내매마을 내매교회(윤재현 목사)에서다.

    이날 윤재현 목사는 한국관광협동조합 팸투어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교회역사를 소개했다. 참가자 대부분이 비그리스도인이었는데도 성도의 환대에 반해 “귀한 곳에 초대해 주셔서 도리어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예배당 장의자에 처음 앉아 본다는 이들도 있었다. 개폐가 원활한 접이문 본당이었다. 이 세련된 예배당은 지난해 여름 헌당됐다. 본당과 부속 건물을 각기 ‘강신명·강진구홀’로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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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매교회 인근 예수 제자 ‘도마 바위’설을 설명하는 윤재현 목사.

    강신명(1909~1985·전 서울 새문안교회 담임) 목사는 장신대 설립을 주도한 교육자이기도 하다. ‘반도체 신화’를 일군 강진구 장로(1927~2017·전 삼성전자 회장)는 내매교회 출신으로 이곳에서 기독교교육을 받았다. 영과 육의 양식으로 대한민국의 ‘오늘’을 있게 한 상징적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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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병주 목사 (1882~1955)

    이들의 선대가 강병주(1882~1955) 목사이다. 강병주는 친척 강재원을 받들어 1906년 내매교회를 설립한 7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교회 부설 내명학교 초대교장으로 한국 대표 교단 총회장 2인 등 수많은 목회자를 길러냈다. 평양신학교를 나온 순교자 강문구(1910~1950) 목사도 이곳에서 배우고 자랐다.

    내매마을은 앞으로는 낙동강 지류 내성천, 뒤로는 험준한 태백산맥으로 막힌 진주강씨 집성촌이었다. 폐쇄적 집성촌의 성격상 복음이 전해지기 쉽지 않았다. 강재원이 대구읍에 갔다가 베어드(1862~1931·한국명 배위량) 선교사에게 전도받아 고향에서 예배를 보았듯이 강병주 역시 성령의 역사로 회심했다. 열다섯 나이에 결혼한 강병주는 후사가 없자 불공을 드리러 해인사로 가던 중 어느 주막에서 일본군에 희생되는 의병을 보면서 그저 살기 위해 몸을 숨겼다. 그는 담장 밑에 숨어 “하나님, 살려 주시면 예수 믿겠습니다”라고 절박한 기도를 했다.

    그 후 강병주는 신앙 안에서 성장했다. 그리고 ‘지식 없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내명학교 설립을 제안, 초대 교장을 맡았다. 근대 보통학교였다.

    ‘나는 나의 선친이 세운 학교로 초립동들이 찾아와 입학하고 상투를 자르는 것을 보았다. …막상 상투가 앞에 툭 떨어질 때 나이가 든 사람은 눈물을 글썽거렸고 조금 어린 새서방들은 그야말로 닭똥 같은 눈물방울을 떨어뜨렸다.’(‘강신명 신앙저작집’ 중·198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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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병주 목사 부부 가족사진. 모자 쓴 이가 각기 강신명(왼쪽)·신정 형제로 훗날 목사가 된다.

    그 학교는 강씨문중이 땅을 팔아 재원을 댄 측면 1칸 반, 정면 3칸 초가였다. 문중 원로들은 강병주 등의 근대교육 주장에 반쯤 넘어왔는데 워낙 보수성이 강해 제사(祭舍)를 짓자는 측과 소송까지 가서 얻어낸 결과가 초미니 3칸 학교였다.

    2011년 초봄. 내매교회를 처음 방문했을 때 옛 내명학교 3칸 건물은 곳곳에 비가 새는 사택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가난해서 살아남은 건물’이었다. 당시 영주댐 공사로 은빛 모래 강 내성천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100여년 전통의 내매교회 또한 수몰 직전이었다. 그런데 강병주가 가나다라를 가르치던 그 학교가 반듯하게 이전·복원돼 있었다. 어린 시절 이곳에서 자란 눈 밝은 문화재 전문가가 건축물 가치를 알아보고 실측 등을 거쳐 이전 예배당 옆에 복원해 놓았다. 윤 목사는 “사람의 힘으로는 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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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접이문을 활용해 개방성을 높인 신축 내매교회. 한옥이 내명학교다.

    1919년. 늦깎이 평양신학교 신학생이 된 강병주는 방학 때 고향 교회에서 봉사하고 서울을 거쳐 평양으로 가던 중 서울 3·1운동에 참여했다가 체포된다. 그리고 대구형무소에서 8개월간 모진 학대를 받아 쇠잔한 채 출소해 고향 기차역 평은역에 내린다.

    “강 목사님이 리어카(손수레)에 실려(집까지) 왔대요. 뼈만 남아 돌아왔다고 우리 할아버지가 카대요. 그라고 순사들이 동네에 들어와 청년들 다 잡아갔다대요. 그때 우리 할아버지도 잡혀가 욕봤다 카대요. 저 밑에 신천거리에서부터 리어카로 실어오는데 애먹었다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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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어드 선교사 등이 개척한 내매교회 초기 사진으로 추정.

    이 교회 강록구(90) 원로장로 얘기다. 그렇게 단단해진 강병주는 1922년 목사 안수를 받고 풍기교회로 부임 영신학교를 세웠다. 앞서 내매교회와 영주읍교회 조사로 부임하기도 했다. 또 안동 경안학교 교장 등을 역임하며 교육에 힘썼다. 서울에선 옛 성결학교 터에 동흥실업학교를 설립했다. 그는 사람을 모아 예수 안에서 거듭나도록 가르치고, 그렇게 배운 이들에게 농촌계몽운동에 힘쓸 것을 당부했다. 경기도 고양시 삼애학원(현 연세대 삼애캠퍼스) 설립자 배민수(1896~1968) 목사가 그의 농촌운동 제자이다.

    ‘아버지는 뽕나무를 심고 양잠을 하게 하고 와공을 불러다 기와를 구워 지붕 개량 사업을 벌였다. 농한기에는 젊은이들에게 새끼꼬기와 가마니 치는 부업을 권장했다. …야산을 개발하여 유실수도 심게 했다.’(‘강신명 신앙저작집’ 중)

    강병주는 경안노회(경북 북부권역 대상) 농촌부 총무로 “농촌 생활로 그리스도인의 생활을 표현하려면 노동의 시종마다 기도할 것”(경안노회록 1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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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과 금강산 수학여행. 뒷줄 맨 오른쪽이 강병주 목사다. 일제강점기 사진으로 추정.

    또한 그는 ‘한글 목사’였다. 한글학자 최현배 선생이 ‘기독교와 한글’(‘신학논단’ 1962)이라는 글을 통해 “성경 공부는 가지가지로 진행되었으니… 교회에서 차린 각급 학교에서 한글로 된 성경과 각종 교재로 가르쳤다. …장로교파 강병주 목사는 항상 한글운동을 교리 전도와 함께했기 때문에 한글 목사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할 정도였다. 실제 그는 성경과 찬송가를 새 맞춤법으로 고쳐 쓰게 하는 등 학계가 인정하는 한글학자였다.

    신앙은 삶의 문제를 도외시하지 않는 것. 강병주가 추구했던 신앙적 가치는 수몰 직전의 우리 삶에 구원 방주와 같은 힘을 갖게 한다.


    국민일보 영주=글·사진 전정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jh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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