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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입은 치유자] 굴곡진 삶 속 희망의 비트…"이해 아닌 믿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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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데일리굿뉴스| 작성일2025-10-07 | 조회조회수 : 13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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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 문화선교사 드러머 리노(Lino Park)

 


편집자 주 = 누군가는 말합니다. 고난은 삶에 드리운 그림자일 뿐이라고.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 고난은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폭풍과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을 딛고 일어나 이웃의 손을 잡아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연재 인터뷰 '상처 입은 치유자'는 깊은 아픔 속에서도 회복과 나눔의 길을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매달 한 명씩, 고난이 빚어낸 따뜻한 빛을 발견해 보시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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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 공연에서 강연 중인 리노 씨.(사진=본인제공)


[데일리굿뉴스] 이새은 기자 = 공연장을 가득 채운 드럼 비트. 거침없이 쏟아지는 리듬이 듣는 이들의 심장을 울리며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파워풀한 연주의 주인공은 드러머 리노(본명 박병기)다. 그는 지난 25일 연예인 자선봉사단 더브릿지(김예분 단장)가 주최한 자선 공연에서 오프닝 무대를 맡았다. 이날 공연은 순직 소방관을 비롯한 소방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한 자리로, 리노 씨는 자작곡 'Light in the Holy Fire'을 처음 선보였다. 불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성령의 불로 표현해 소망을 담아낸 곡이다. 


리허설을 마치고 만난 리노 씨는 "수많은 공연을 해왔지만 무대에 설 때마다 새롭다"며 "특히 오늘처럼 선한 취지의 무대에서는 오히려 제가 더 큰 힘을 얻는다"고 미소 지었다. 


리노 씨는 평창동계올림픽 라이브사이트 피날레 단독공연, 드럼스틱 브랜드 리갈팁이 선정한 아시아인 최초 월드아티스트 50인, 글로벌 악기회사 젠하이저 엠버서더 활동 등 국내외에서 굵직한 이력을 쌓아왔다. 그러나 그의 음악이 울림을 주는 이유는 화려한 이력 뒤 삶의 여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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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교회에서 드럼을 연주하는 리노 씨.(사진=본인제공)


경기도 이천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자란 그는 9살 무렵 시골 교회에 누군가 헌물한 드럼을 독학하며 음악을 시작했다. 그의 어린 시절은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의 폭력과 어머니의 부재로 얼룩져 있었다. 드럼을 두드리며 외로움을 달랬지만 마음속 허기는 채워지지 않았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의료사고로 시신경이 손상돼 한순간에 시력을 잃었고 따돌림까지 당했다. 힘들때마다 그는 음악에 더 깊이 몰두했다.


리노 씨는 "일 년동안 앞이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시간을 보냈다"며 "어느 순간 시력이 서서히 회복되면서 병원에서도 설명하지 못하는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장애인등록증은 이젠 하나님이 살아계신 증명서"라고 고백했다.


기적적으로 시력을 되찾은 그는 스무 살 때 연고 하나 없는 서울로 상경해 음악을 배웠다. 대한민국 1세대 드러머인 신중현·문영배에게 사사받으며 음악의 세계를 넓혔다. 머지않아 국내 최정상 가수들의 세션 드러머로 활동하며 승승장구했다. 유년 시절의 고통을 딛고 이제는 순탄한 앞길만 펼쳐질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너무 쉼없이 달려온 탓일까. 이슬람권 단기선교 중 드럼을 연주하다 다리를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무리하게 사용한 두 발목의 인대와 연골이 파열되는 중상을 입은 것이다. 그는 휠체어와 목발 생활을 하면서 재활치료에 전념했지만 회복은 더뎠다. 부상 이후 무려 7년 재활을 해야했다. 


꿈을 잃자 갑작스런 암흑기가 찾아왔다.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집은 압류됐고, 곁에 있던 이들도 하나둘 떠나갔다. 우울증과 공황장애까지 겹치며 스스로를 해치고 삶을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다. 일반 공연이 아닌 선교지에서 입은 부상이라 원망이 더 컸다. 


리노 씨는 "내가 죽어도 아무도 모를 거라는 생각에 지구에 홀로 남은 것 같았다"며 "자살을 결심하고 실행하려던 순간, 하나님께서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시고 결코 혼자 걷는 길이 아니었다는 감동이 찾아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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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머 리노 씨는 지난 25일 연예인 자선봉사단 더브릿지가 주최한 자선 공연 '2025 소방관 및 순직 소방가족들을 위한 더브릿지 콘서트'에서 오프닝 무대를 맡았다.ⓒ데일리굿뉴스


그때부터 그의 두 번째 인생이 시작됐다. 드럼 스틱을 잡은 지 20년 만에 그는 자기자신이 아닌 '다른 이들을 위한 드러머'로 살기로 결심했다. 빠르고 화려한 테크닉 대신 자신만의 독창적 음악 스타일도 새로 만들었다. 그는 전국 곳곳의 소외 지역과 작은 교회를 찾아가며 무료로 재능을 기부하거나, 소정의 사례만 받고 공연했다.


그 여정에서 연극배우 김미림 씨를 만나 한 달 만에 결혼했고, 3년 뒤 아이를 갖게 됐다. 그러나 임신 23주 만에 조산 위험이 커지며 결국 아이를 사산하는 아픔을 겪었다. 


리노 씨는 "손꼽아 기다리던 아이를 떠나보내며 내 삶의 모든 주권을 다시 한 번 하나님께 맡길 수밖에 없었다"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지만, 이해가 아니라 믿음으로 살겠다고 다짐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지난 2월, 건강이 악화된 아내에게 자신의 신장을 기증하며 또 한 번 믿음을 행동으로 옮겼다. 아내는 과거 언니에게서 신장을 이식받아 생활해 왔지만, 임신과 사산을 겪는 과정에서 면역억제제를 복용하지 못해 기능이 급격히 악화됐다. 응급 투석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리노 씨는 주저 없이 신장이식을 결정했다. 


그는 "혈액형은 달랐지만 적합성 검사를 통해 기증이 가능하다는 결과를 받았다"며 "힘든 시간을 함께 지나온 아내에게 기증할 수 있어 그저 감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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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노 씨와 아내 김미림 씨.(사진=본인제공)


아픔 속에서 '다음세대를 향한 마음'을 품게 됐다는 리노 씨는 이제 영성과 실력을 겸비한 크리스천 아티스트를 키워내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크리스천이 세상에 영향력을 미치려면 먼저 세상 기준에서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영성있는 삶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청소년 멘토링에 힘쓰고 있다. 


그는 "다음세대 숫자가 줄어드는 건 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구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기성세대가 탄탄한 신앙과 실력으로 아이들을 교육한다면 오히려 희망이 있다고 본다"며 "나에게 허락하신 달란트로 문화예술과 기획력을 가지고 믿지 않는 아이들에게 복음의 통로가 될 수 있도록 문화선교사로서 힘 닿는데까지 열심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리노 씨는 삶에 이해되지 않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믿는 사람이든 믿지 않는 사람이든 고난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그러나 다른 점은 고난을 통해 하나님과 더 가까워질 수 있고, 나와 같은 고난을 겪는 자들을 위로할 수 있는 능력을 받게 된다는 점입니다. 충분히 아파하되 낙심에 빠지지 말고 하나님과 가까워지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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