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 카드로 진로상담?…'무속 문화' 학교까지 퍼졌다
페이지 정보
본문
심리 상담사·교사, 상담 도구로 타로·걱정인형 활용
"청소년기 특성상 무속신앙 의존성 높아져"
▲ 타로 카드. (사진출처=클립아트코리아)
"반 편성에서 친한 친구들과 떨어져 고민이 많구나. 앞에 놓인 타로카드 중에 3장을 뽑아볼래? 선생님이 마음을 읽어볼게."
초·중·고등학교에서 타로 카드를 하나의 상담 기법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영화 '파묘' 등의 인기로 무속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공교육에까지 무속 문화가 확산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교내 상담 기구인 위(Wee)클래스에서 전문 상담사가 타로카드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위클래스는 몇 해 전부터 상담교사들의 연수 과정에 타로 강의나 관련 프로그램을 넣는 등 타로 상담을 적극 독려해 왔다. 타로 상담은 전문 상담사뿐 아니라 일반 교사까지 할 수 있다.
전국 교육지원청 곳곳에는 교사를 대상으로 한 타로 강의가 진행 중이다. 희망자는 누구라도 타로카드 다루는 방법을 배우고 학생들에게 곧바로 실시할 수 있다. 자아 탐색에 관심이 많은 아동·청소년기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아 교사 입장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 타로 상담을 몇 번만 하면 그 뒤에도 학생들이 면담을 계속 요청해 올 정도로 반응이 좋다.
6년 전부터 타로 상담을 해 온 창문여고 신 모 교사는 "7년 전 교원 연수에서 타로카드 상담법을 배웠다"며 "학생들이 평소 교사에게 속마음을 표현하기 어려워하는데 타로 상담으로 아이들과 친근하게 소통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타로카드 뿐만 아니라 과테말라에서 전해진 무속신앙 '걱정 인형'도 상담 도구로 활용되는 추세다. 머리 아래에 베고 자면 염려가 사라진다는 걱정 인형은 특히 초등학교 교사들이 많이 애용한다.
정혜영 서울교사노동조합 대변인은 "초등학교 저학년과 상담할 때 걱정인형을 같이 만들곤 한다"면서 "걱정인형을 활용하면 학생들의 현재 고민과 걱정을 쉽게 들을 수 있고 학생과 더 빨리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울산광역시에 소재한 한 중학교 위(Wee)클래스에서 학생들이 타로 카페를 운영하는 모습. (사진출처=홈페이지 캡쳐)
전문가들은 이러한 점술 도구를 활용한 상담 기법이 학생들의 이목을 끌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직 미성숙한 아동·청소년이 운세에 과도하게 맹신하거나 집착하는 행동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성장기 무속 문화에 너무 친숙해 지다보면 비과학적 수단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
곽은진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청년상담센터 위드 소장은 "자아 정체성이 형성되지 않은 어린 나이에 무속 문화에 계속적으로 노출되면 자신에게 놓인 상황을 무속적인 관점으로 해석하려는 관성이 생길 수 있다"며 "특히 공신력 있는 어른인 교사나 상담가가 지도할 경우 이를 무조건적으로 믿게 될 위험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무속 문화가 팽배해지면 다음세대 신앙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마포구에 있는 한 중형교회에서 사역하는 김모 전도사는 "아직까지 관련된 문제로 질문한 중고등부 학생들은 없었지만 앞으로 충분히 문제가 될 부분이라 생각한다"며 "아이들의 신앙의 근본이 흔들릴 수 있다. 학교에서 타로 상담이 과학적인 근거나 검증된 방법론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형 성결대학교 박사는 "최근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개신교인 청년들의 45%가 점과 사주·타로를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급격히 변화는 사회와 그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다음세대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새은 기자
관련링크
-
데일리굿뉴스 제공
[원문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