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자살유가족 130만명…한국교회에 바라는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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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호프 제12차 정기총회·대담 개최
“유가족 이해 부족…목회자 대상 교육 필요해”
▲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는 28일 삼일교회에서 제12차 정기총회와 세미나를 개최했다. ⓒ데일리굿뉴스
[데일리굿뉴스] 이새은 기자 = 지난 10년 간 누적된 자살 유가족이 130만 명에 이른다. 국내 자살률이 높아지면서 교회 내에도 자살 유가족이 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교회는 아직 자살 유가족에게 위로를 건넬 준비가 돼있지 않다. 이런 가운데 자살 유가족이 교회에 바라는 점이 무엇인지 들어보는 시간이 마련돼 눈길 끈다.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대표 조성돈·라이프호프)는 28일 삼일교회에서 제12차 정기총회와 세미나 및 대담을 개최했다.
이날 강사로 나선 김현섭 에버그린 대표는 ‘자살 이후, 삶의 흔적’을 주제로 자살 현장을 경험한 바를 공유했다. 에버그린은 자살과 고독사로 세상을 떠난 이들의 마지막 장소를 정리하는 특수청소 업체다.
김 대표는 “자살 현장에선 부탄가스와 번개탄, 수면제, 소주병 등이 쉽게 발견되며 자살 사유는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며 “경제난이 심해지고 젊은 층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자살자 수가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자살 방지를 위해 평소 주변사람들에게 관심 갖는 습관을 들이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독교인 자살자가 늘고 있는 만큼 교회 차원의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대표는 “교회에 갑자기 나오지 않거나 연락이 끊긴 사람들을 찾아가고 전화만 하더라도 극단적 선택을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교회는 단순히 자살률 증가에 심각성을 느끼는데서 나아가 자살을 막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는 28일 삼일교회에서 제12차 정기총회와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은 김현섭 에버그린 대표가 강연하는 모습. ⓒ데일리굿뉴스
이날 세 명의 자살 유가족들은 교회에 바라는 점을 나눴다. 이들은 교회 내 목회자들이 유가족에 대해 심도 깊게 이해하고 대처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어머니를 자살로 떠나보낸 소재웅 목사는 “교회에서 자살을 대할 때 조심스럽고 겸손하게 접근해야 한다”면서 “특히 담임목사를 중심으로 목회자들이 자살 유가족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살 유가족 심소영 씨는 “아버지가 자살로 세상을 떠난 후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데 설교자가 자살과 관련해 상처가 돼는 말을 내뱉어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면서 “유가족은 사소한 말 한마디로 큰 상처를 받는데 목회자들은 이 사실을 쉽게 간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살 유가족들은 가족의 자살로 고통 받는 이들이 교회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자살자를 정죄하지 않고 남은 이들을 진심으로 격려하는 건강한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심 씨는 “아버지가 자살한 후 1년동안 정말로 고통스러웠는데 교회에서 성도들이 수군거리는 게 두려워 차마 말도 못 꺼내고 가면을 쓰게 됐다”며 “교회에서 말을 할 수 없으니 교회 밖 자조 모임을 찾아가게 되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회에서 건강하게 자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도록 열린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면서 “교인들이 자살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목회자들은 잘 들어주고 이후 지역사회와 유관기관, 공동체 등의 연계를 통해 지속적인 돌봄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라이프호프는 정기총회에서 유가족 지원캠페인인 ‘2023 부활절, 생명의 꽃을 피우라’를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작년에도 해당 캠페인을 통해 부활절 헌금 1,000만원을 모아 23가구 30여 명의 청소년을 도운 바 있다. 라이프호프는 추후 캠페인 관련 영상자료와 예배자료를 배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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