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국제고 기적 뒤엔 '간절한 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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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수 전 교토국제고 교장 인터뷰
'야구부 살리기' 주력…환경 개선 힘써
"매 시합마다 선수 이름 놓고 기도"

▲제106회 교토부대회 우승 당시 교토국제고 선수들.(교토국제고 제공)
[데일리굿뉴스] 정원욱 기자 = 재일한국계 교토국제고가 제106회 일본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에서 우승을 거뒀다. 전교생 160여 명의 작은 외국계 고교가 일본 최고 스포츠 행사에서 정상에 선 것은 단연 화제였다.
박경수(65) 전 일본 교토국제고 교장은 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해낸 제자들의 노력과 성공을 자랑스러워하면서 “실력 외엔 달리 기댈 것이 없었다. 매 시합 학생들이 부상 없이 펄펄 날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밝혔다.
2017년부터 올 3월까지 교장으로 재임했던 박 전 교장은 우승의 ‘숨은 공신’으로 꼽힌다.
그는 60여 명까지 급감한 학생 수를 늘리기 위해 ‘야구부 살리기’에 주력했고, ‘고시엔 출전’을 목표 삼았다. 학교와 학생들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었다. 이제는 야구부 덕분에 학교가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전 교장은 “학생과 학교를 살릴 수 있는 ‘키’는 야구였다”면서 “일본에서 인기인 고교야구로 유명해지면 학생 모집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고시엔 우승이란 비전을 가지고 계획을 차례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었다. 교실을 증축하고 체육관, 화장실 등을 새로 교체했다. 야구부에 전문 조리사도 고용해 아침 식사로 빵 대신 밥을 제공했다. 학업이 뒤처지지 않도록 방과후 교실도 운영했다. 빠듯한 학교 예산을 쪼개서 훈련 장비를 비롯 야구부 버스 교체까지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자 학생들의 의욕이 솟구쳤다.
그럼에도 야구부 선발 기준은 엄격히 했다. 박 전 교장은 “근성 넘치고 학습 능력을 갖춘 학생을 야구부원으로 선발했다”면서 “직원들과 이사 회의 우려도 있었지만, 결국 야구에 진심인 우수한 인재를 받아들여 학교가 성장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2022년 제94회 선발고시엔 장행회에서 격려사를 전하는 박 전 교장.(본인 제공)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박 전 교장의 재임 동안 교토국제고는 고시엔 출전 5회(1회는 코로나19 감염으로 사퇴)·본선 4강 진출을 일궈냈다.
“2021년을 잊지 못합니다. 고시엔에 처음 진출해 본선 4강에 오르고 한국어 교가가 NHK에 방영된 해입니다.”
매 경기 교토국제고가 승리할 때마다 일본 전역에는 한국어 교가가 울려 퍼졌다. 재일 동포들은 함께 기뻐했고 야구부를 지원하는 손길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고시엔 진출을 비난하던 이들의 시선이 변했다. 우려가 격려로 바뀐 것이다.
“운으로 고시엔에 진출했다며 적대시하던 이들도 진출을 거듭하자 우리를 응원해 줬습니다. 교토 택시기사조차 교토국제고를 몰라 근처 학교 이름을 말하던 슬픈 과거는 이제 눈 녹듯 사라졌지요.”
야구부는 고시엔에 이어 진학·취업률 부문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한·일 명문대 진학과 전액 장학생·특대생 입학, 프로야구단 입단, 경찰 및 소방관 취업 등 재일한국계 학교로서는 쉽지 않은 결과를 쌓고 있다.
그는 “나를 교토국제학교장으로 보내신 이는 하나님”이라며 신앙인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교토국제고 설립을 주도한 조선인교육연구회는 교토교회 장로들이 주축이었다. 박 전 교장은 재임 당시 교토국제고를 미션스쿨이라고 늘 강조해 왔다.
그는 시합마다 갈멜산에서 기도했던 엘리야를 생각하며 두 손을 모았다. 지난달 고시엔 우승 후에도 교토국제고의 우승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먼저 영광을 돌렸다. 박 전 교장은 “하나님께서는 부르짖으면 응답하시고 내가 알지 못하는 크고 은밀한 일을 보여주신다”며 감사했다.
“선수들이 부상 없이 펄펄 날 수 있도록 늘 뒤에서 기도합니다. 우리 선수 눈에 야구공이 크게 보이고, 선호하는 코스로 공이 들어오길 기도로 응원합니다. 매 시합 타석에 선 선수들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2021년 제103회 고시엔 준결승전 응원 당시 박 전 교장.(본인 제공)
박 전 교장은 현재 교육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학교와 학생에 대한 사랑은 여전했다. 그는 “학생들이 ‘이치닌마에(一人前·한 사람이 사회에서 할당된 몫을 다하는 것)’ 인재로 성장해 ‘역시, 교토국제고에 오길 잘했다’고 고백하게 되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학교는 한일 차세대 리더들의 화합 교육의 성공적 예”라며 “학생들이 한일 가교역할을 하는 국제인으로 성장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교토국제고가 고시엔에서 활약할 때마다 한국에서는 다른 무엇보다 ‘한국어 교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박 전 교장은 감사를 표하면서도 교가 너머를 봐달라고 당부했다.
“교토국제고는 한국학교이면서 일본학교입니다. 양국 학생이 함께 배우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한국어와 K팝이 좋고 야구가 하고 싶어 모인 학생들입니다. 일제 시절 홋카이도 탄광에서 28세에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로 인해 어머니께서 힘들게 사신 것을 생각하면 저 역시 일본에 대해 할 말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양국이 화합하며 지내길 바랍니다. 과거는 분명히 기억하되, 앞을 바라봐야 합니다. 양국의 미래세대를 키우는 교육자로서 더욱 이런 생각이 듭니다.”
건강 악화로 올 3월에 퇴임한 박 전 교장이지만 학교를 위한 기도는 멈추지 않았다. 이제 그는 교토국제고의 봄 고시엔 우승을 위해 다시금 하나님 앞에 두 손을 모을 예정이다. 수없이 반복했던 기도를 계속 이어가려 한다.
“주님, 실력 외엔 달리 기댈 것이 없습니다. 매 시합 학생들이 부상 없이 활약하기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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