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가수’ 하춘화 “60년 가수생활, 아버지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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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 최연소로 데뷔…기부 200억 달성
"죽는 날까지 가수로 노래하고파"
▲ 서울 영등포구에 소재한 GOODTV 본사를 방문한 하춘화 씨. ⓒ데일리굿뉴스
1961년, 여섯 살 어린 나이에 데뷔해 국민가수 반열에 오른 하춘화. 하 씨는 지난 60여 년간 8,500회가 넘는 공연과 140여 음반, 2,500여 수록곡을 기록하며 한국 가요계의 역사를 새로 썼다. 하 씨는 최근 서울 영등포구에 소재한 GOODTV 본사를 방문해 지난날을 회고했다.
그의 인생을 반추하면 인생에서 음악은 운명과도 같았다. 하 씨는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면 마치 음악을 하려고 태어난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물론 가수생활을 하면서 힘들기는 했지만 이 길을 선택한 것을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운을 뗐다.
딸만 넷인 집안에서 둘째로 태어난 하 씨는 어려서부터 음악에 두각을 나타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한 번만 듣고도 금방 따라 부를 정도로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음악학원에 등록한 지 반 년 만에 앨범을 낼 정도였다.
‘한국 가요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하 씨는 모든 공을 아버지에게 돌렸다. 말끝마다 4년 전 별세한 부친 故 하종오 씨에 대한 그리움을 쏟아냈다. 여섯 살의 어린 아이를 무대로 이끈 사람도, 생업을 뒤로 하면서까지 헌신적으로 매니저 역할을 담당한 사람도 바로 아버지였다고. 아버지 하종오 씨는 인터넷이 처음 도입되자 ‘하춘화 홈페이지’를 개설해 직접 관리할 정도로 지극정성이었다.
하 씨는 “60년의 시간은 혼자가 아닌 아버지와 함께한 세월”이라며 “아버지께선 ‘자식의 재능을 살려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는 철학으로 묵묵히 뒷바라지 하셨다”고 말했다.
물론 정상까지 오르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시대적으로 대중예술인을 곱게 보지 않는 사회분위기가 깔려있었기 때문. 워낙 어린 나이에 데뷔한 탓에 딸을 앞세워 돈벌이한다는 따가운 눈초리를 받기도 했다.
하 씨는 “지금이야 어린 나이에 방송에 나오는 일이 많아졌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전 세계를 통틀어 내가 최연소 데뷔였다”며 “이제는 웃으면서 말할 수 있지만 당시엔 아버지가 지탄의 대상이 돼 마음이 아팠다”고 회상했다.
▲ 유년시절의 하춘화 씨.
물려받은 나눔의 정신
하춘화 씨는 ‘기부 여왕’으로도 잘 알려져있다. 꾸준한 기부로 대통령 표창부터 옥관문화훈장, 보건복지부 선정 이달의 나눔인상까지 받았다. 누적 기부액만 200억 원이 족히 넘는다.
이렇듯 하 씨가 한평생 나눔을 실천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아버지 덕분이었다. 하 씨의 부친은 어린 딸이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했다. 나눔의 정신은 아버지로부터 딸에게 이어졌고, 하춘화 씨는 장애인, 미혼모, 독거노인 등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가리지 않고 손을 내밀어왔다.
하 씨는 10대 시절에 공연 수익금으로 고향인 전남 영암에 낭주고등학교 설립하기도 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영암 인근엔 학교가 없어서 광주, 목포 등으로 유학가지 않으면 교육 격차가 발생했다. 낭주고등학교는 지금까지도 지역민들에게 ‘하춘화 고등학교’로 통한다.
하 씨는 “개교식에 공연하러갔는데 동네 어르신들이 감격해서 울고 끌어안았던 순간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며 “어려운 사람을 돕는 데 적극적이었던 아버지의 가르침을 따라 지금까지 기부하고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종종 주변에서는 기부할 때 아깝지 않냐고 묻는데 한 번도 내 돈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내 목소리가 나오는 날까지 노래하고 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 1970년대 하춘화 씨의 공연장으로 사용된 보림극장 앞에 대기 줄이 늘어서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후배들을 위한 길을 내다
부친 하종오 씨는 전남 영암군에 국내 최초 '한국 트로트 가요센터'가 세워지는 토대를 마련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전통가요를 보존해 후대를 위해 문화유산을 남기겠다는 취지로 군청에 연구 자료를 기증했다. 센터엔 대중가요의 역사와 전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역사관과 전시실 등이 마련됐다. 건물 한쪽에 마련된 하춘화 단독 전시관에는 음반, 트로피, 무대 의상과 팬레터 등이 담겨있다. 하종오 씨가 50년 이상 소중하게 모아온 자료들이다.
센터는 조만간 아카데미로 확장될 계획이다. 이후엔 트로트 신인가수 등용문·교육기관 역할을 감당하며 창작활동을 돕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하 씨는 “트로트를 사랑하는 전국의 후배들이 훌륭한 가수로 성장하게 돕는 게 마지막 꿈”이라며 “아버지가 그리신 ‘큰 그림’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센터를 통한 인재양성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 한국 트로트 가요센터 개관식. 하춘화 씨가 커팅식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60년 넘게 노래했지만 가수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은 물론이고 노래에 대한 열정도 그대로인 하춘화 씨. 데뷔 65주년 기념행사를 기약하며 수백번도 더 부른 노래지만 마치 처음 부르는 것처럼 연습한다.
그는 “나이를 염두에 두지 않고 매사에 최선을 다한다"며 "스케줄이 없어도 하루 24시간이 모자를 정도다. 팬들의 기대치에 어긋나지 않는 좋은 가수로 죽는 날까지 노래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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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굿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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