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더 아름다운 곳"…공주의 밤, 기독교 역사를 따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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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기독교 역사해설 프로그램 '신실한 밤'
"교회사·근현대사 흔적 곳곳에"

▲공주제일교회 기독교박물관. 수원 이남 최초의 감리교회다.ⓒ데일리굿뉴스
[데일리굿뉴스] 정원욱 기자 =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 밤, 공주 제민천을 따라 걷다 보니 붉은 벽돌로 지어진 오래된 교회가 보였다. 지금은 공주기독교박물관이 된 '공주제일교회'다.
선교사 헌신 깃든 '공주제일교회'

▲지난 16일 공주 기독교박물관에서 열린 기독교 역사해설 프로그램 '신실한 밤' 현장.ⓒ데일리굿뉴스
16일 교회에서는 공주시와 공주문화재단이 마련한 역사해설 프로그램인 '신실한 밤'이 진행됐다. 충청권에서 유일하게 야간관광 특화도시에 선정된 공주시는 많은 관광객이 시의 아름다운 밤을 즐기고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역관광산업을 추진 중에 있다.
그중에서도 시는 높은 가치를 담고 있는 기독교 역사와 유적에 주목했다.

▲1979년 고 이남규 선생이 제작한 강단 전면의 스테인드 글라스. 오른쪽부터 성부·성자·성령을 상징한다.ⓒ데일리굿뉴스
공주제일교회 안으로 들어서자 전시 공간이 눈에 띄었다. 교회를 비롯한 공주의 기독교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었다. 이날 프로그램을 진행한 박보영 기독교박물관 부관장은 이렇게 운을 뗐다.
"공주는 1932년 충남도청이 대전으로 가기 전까지 충청도의 중심지였어요. 자연스레 초기 선교의 중심지가 됐습니다. 특히 공주제일교회는 한국 기독교의 역사와 전통이 흐르는 곳입니다…"
공주제일교회는 공주지역에서 제일 먼저 세워진 최초의 감리교회다. 충청지역 감리교 선교의 중심지였던 공주 선교부의 중심역할을 했으며, 현재 가장 오래된 공주제일교회 건물은 1930년에 건축됐고, 한국전쟁 당시 상당 부분 파손됐다가 교인들의 힘으로 재건됐다.
건물 보수 당시 벽체, 굴뚝 등을 그대로 보존하는 등 그 흔적들이 잘 남아있어 교회 건축사적으로 높은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2011년 등록문화재(제472호)로 지정됐다.

▲6·25전쟁 당시 상층부가 파괴된 예배당.ⓒ데일리굿뉴스
공주제일교회는 학교, 병원, 유치원 등을 운영하며 다방면에 걸쳐 근대화의 선구적 역할을 했다. 수많은 선교사의 헌신이 깃들어있는 곳이기도 하다.
의료 선교사 윌리엄 맥길(William B. McGill)은 이용주 전도사와 영명동산 근처 초가집에 진료실과 예배실을 마련해 주민들을 보살폈다. 로버트 샤프(Robert Arther Sharp) 선교사와 사애리시 샤프(Alice H. Sharp) 선교사 부부는 맥길 선교사의 뒤를 이어 영명학원과 영아관을 운영하며 인재양성과 사회봉사에 힘썼다. 1923년 방은두(N. Found) 선교사는 보딩 선교사와 함께 '방은두 병원'이라고도 불린 '공주 기독의료원'을 세워 활발하게 의료선교를 펼쳤다.
박 부관장은 "선교사들의 봉사와 헌신은 공주를 향한 사랑을 보여준다"며 "이는 곧 사회선교를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파하려 했던 증거"라고 강조했다.
복음이 맺은 열매들

▲지하에 마련된 역사기념관.ⓒ데일리굿뉴스
교회 지하에는 다양한 사진과 함께 선교사들의 유품, 교회 서류 등 역사 자료가 잘 보존돼 있었다. 유관순 열사가 사용했던 그릇까지 보관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공주제일교회는 유관순 열사가 다닌 교회로도 유명하다. 당시 유관순은 교회를 맡고 있던 사애리시 선교사의 제안으로 교회의 영명학교(당시 명선 혹은 명설)에서 공부도 했다.
박 부관장은 "유 열사는 이화학당으로 전학가서도 모교인 영명여학교에 찾아 서울 이야기를 들려주고 교사들의 가르침을 받았다"면서 "영명학교에서의 배움이 유관순의 독립정신과 민족의식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전했다.

▲민족 저항시인 이상화의 가족사진.ⓒ데일리굿뉴스
유관순 열사 외에도 공주제일교회 목사였던 신홍식, 현석칠, 김찬흥 목사는 독립운동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신홍식 목사는 3·1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기독교 대표로, 목사로서는 처음으로 3·1운동의 참여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뿐만 아니라 부흥운동의 주역으로 활약하며 충청지역 초기 교회 형성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공주제일교회는 또 청록파 시인 박목월과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지은 민족 저항시인 이상화가 결혼식을 올린 장소로 잘 알려져 있다.
교회사·한국 근현대사 녹아있는 '기독교 순례길'

▲중학동 구 선교사 가옥.ⓒ데일리굿뉴스
공주제일교회 외에도 공주에는 교회사를 비롯해 우리나라 근현대사가 응축된 역사가 곳곳에 스며있다.
옛 영아원이었던 공주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을 지나면 4.1공주읍만세운동 거리가 나온다. 오르막을 3분 정도 걸어 영명고등학교를 따라 걷다보니 유관순과 샤프 선교사 부부 동상이 보였다. 지역 복음화를 위해 헌신했던 선교사들의 옛 가옥과 묘역도 인근에 자리해 있었다.
박 부관장은 "공주에는 기독교 역사 유적은 많지만 그 가치에 비해 관리가 소홀한 부분이 없지 않다"며 "먼 이국땅에서 선교에 힘쓰다 운명하신 선교사들의 흔적이 쓸쓸하게 방치돼 있다. 믿음의 선배들 덕분에 복음을 알게 된 우리가 이들의 헌신을 잊지 않고 역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사애리시·샤프·유관순 동상.ⓒ데일리굿뉴스
공주시는 기독교적으로 역사적 의미가 깊은 장소들을 보수·개선해 '공주 기독교 순례길'을 만들 계획이다.
박 부관장은 끝으로 "충청지역 초기 선교의 공헌을 잊지 않으려면 공주 기독교 유적에 대한 한국교회와 지자체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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