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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아픔 잊고 그만하랄 때까지 사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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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데일리굿뉴스| 작성일1969-12-31 | 조회조회수 : 1,31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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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십자가의 길, 일본을 가다] 에필로그 ① - 서울일본인교회 요시다 고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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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고조 목사는 많은 일본인에게 한일 역사를 알리는 데 힘써 왔다. 사진은 탑골공원에서 일본교회 목사와 성도들을 안내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서울일본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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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일본인교회 담임 요시다 고조 목사. 1981년 사죄화 화해의 선교사로 한국에 파송됐다.ⓒ데일리굿뉴스

 

일본은 나라의 부흥만을 생각하면 안 됩니다.


먼저 이웃나라 피해국에 저질렀던 큰 죄를 인정하고


하나님 앞에서 회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런데 일본은 지금까지 과거의 죄를 인정하거나 회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데일리굿뉴스] 천보라 기자 = 43년째 일제의 만행을 사죄하고 있는 서울일본인교회 요시다 고조(83) 목사의 말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요시다 목사는 1981년 '사죄와 화해'라는 소명을 갖고 한국에 정착했다. 강산이 네 번 바뀌고도 남을 시간. 불혹의 목사는 어느덧 백발이 성성한 여든셋의 노인이 됐다. 그러나 그의 소명과 한국을 향한 사랑은 나이가 들어도 변함없다.


요시다 목사는 소학교 시절 우연히 주일학교를 찾았다가 교회에 다니게 됐다. 중학교 때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나 복음의 진리를 깨닫고 목사가 되기로 했다. 그는 도쿄의 한 신학교를 졸업한 후 고향인 나고야로 돌아가 목회에 나섰다. 평생 나고야에서 목회하며 일본의 복음화를 위해 살아갈 계획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인생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1974년 교회에서 처음으로 여름휴가를 받았습니다. 마침 서울에서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주최로 '엑스플로74'(EXPLO 74, 한국교회 부흥의 기폭제가 된 선교대회)가 열린다고 해서 한국에 처음으로 방문했죠. 여의도 광장의 광경은 충격과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뜨거운 신앙 열정에 큰 도전과 은혜를 받았습니다."


한국은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내며 기독교 강국으로 부상했다. 반면 한국보다 먼저 복음이 들어온 일본은 영적 불모지가 됐다. 요시다 목사는 한일이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지만 복음에서 큰 차이가 나는 원인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1974년부터 1~2년에 한 번씩 한국을 찾아 한국교회와 성지 등을 답사하며 공부했다. 자연스럽게 한일 과거사 문제를 접하게 됐다. 제암리 학살 사건 등 일본의 죄상을 처음 마주하게 된 것도 이때였다.


"한일 관계를 위해 개인적으로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기도하는데 하나님께서 일본이 경제적으로 선진국이지만 영적으로는 후진국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깨닫게 하셨습니다. 일본은 아시아 각국을 침략하고 핍박했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한반도를 분단시켰습니다. 게다가 신사참배 등 우상숭배를 강요하며 하나님을 대적하는 이중삼중의 큰 죄를 저질습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제대로 회개하고 사죄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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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고조 목사(아래 왼쪽)가 제암리 3.1운동 순국기념관에서 일본교회 목사, 성도들과 함께 하고 있다.(사진제공=서울일본인교회) 


더 이상 이전처럼 살 수는 없었다.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인정하고 회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채 자국의 부흥만을 생각해선 안 됐다. 먼저 일본 기독교계가 하나님과 한국 등 피해국 앞에서 일본의 잘못을 회개하고 사죄해야 했다. 1~2년 안에 끝날 일이 아니었다. 진정한 사죄는 피해자가 이제 됐다고 할 때까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한국에서 한국인들과 함께 살며 겸손한 마음으로 그들을 섬기고 지속적으로 사죄하는 자세가 필요했다.


이를 두고 기도하던 중에 서울일본인교회에서 일한친선선교협력회(한일친선선교협력회)의 모리야마 사토시 목사에게 일본인 목사를 보내달라는 요청이 왔다. 당시 서울에는 한국인과 결혼한 일본인 여성(재한일본인 처)이 많았다. 이들 상당수는 기구한 삶을 살고 있었다. 교회는 1975년 재한일본인 처를 비롯 재한일본인을 위해 일본어를 할 줄 아는 한국인 목회자들이 일본어 예배를 인도하면서 시작됐다.


"한국인 목사 모두 각자 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데다 대부분 연로하셔서 한 분 두 분 은퇴하신 거예요. 더 이상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 대표 목사께서 도쿄에 계신 모리야마 목사께 직접 찾아와 파송을 간절히 부탁하신 거죠. 모리야마 목사께서 전화로 이런 상황을 이야기하시는데 하나님이 이제 한국으로 건너갈 때가 됐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한국으로 오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요시다 목사가 당시 목회하던 나고야 교회는 막 새 예배당을 짓고 제2의 부흥을 위해 본격적으로 전도와 선교 활동에 힘쓰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담임목사가 교회를 떠나 한국을 섬기러 간다고 하니 성도들의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주변에서는 반대의 목소리도 나왔다. 요시다 목사의 누나는 '해코지 당할 수 있다'며 만류했다. 그는 한국을 섬기는 것이 한국에 대한 사죄인 동시에 하나님께 회개하는 길임을 설명했다.


요시다 목사는 1981년 아내와 어린 두 딸을 데리고 사죄와 화해의 선교사로 한국땅을 밟았다. 한일친선선교협력회(일본명 일한친선선교협력회)가 파송한 첫 번째 선교사였다. 교회는 예배당이 없어 종로에 위치한 연동교회 교육관을 빌려 예배를 드렸다. 일본인교회지만 성도 비율은 일본인보다 한국인이 더 많았다. 대부분 일본어를 배우는 예비 선교사들이었다. 요시다 목사는 일본 선교에 관심 갖고 함께 기도해주는 한국인 성도들에게서 오히려 사랑과 은혜를 받았다.


교회는 사죄와 화해의 장이 됐다. 요시다 목사는 성도들이 일본인도 한국인도 아닌 하나님의 자녀이자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과거사에 대해서는 한국인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일본인들에게는 반성을 촉구했다. 성도들도 서로 간의 문화적 차이를 뛰어넘어 참된 교회 공동체를 이뤄갔다. 덕분에 이주민교회라는 특수성에도 한때 성도가 100여 명에 달하기도 했다.


사역은 교회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요시다 목사는 한일 관계의 큰 문제 중 하나가 많은 일본인이 한일 역사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는 한국의 역사 현장 견학이나 스터디 투어, 강연 등을 진행해 일본인들에게 역사를 바로 알리는데 힘썼다. 독도 영유권과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의 문제에도 발 벗고 나섰다. 과거사를 부정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진정한 사죄와 배상 등을 촉구했다. 심지어 일본 총리에게 항의 서한까지 보냈다. 여담이지만, 40년 전 일본 공영방송 NHK가 한글강좌 프로그램을 만든 것도 요시다 목사의 서한 덕분이었다.


사죄와 화해의 사역은 요시다 목사의 딸인 히라시마 노리코 전도사와 사위 히라시마 노조미 목사로 이어지고 있다. 히라시마 목사는 20대 신학생 시절 한국에 방문해 요시다 목사의 사명을 처음 듣게 됐고 그때 차세대로서 공동의 사명을 이어가라는 부르심을 받았다. 히라시마 목사와 전도사는 2014년 요시다 목사에 이어 두 번째 사죄와 화해의 선교사로 한국에 파송됐다. 요시다 목사의 둘째 딸과 사위 역시 현재 교회에서 사역 중이다. 


요시다 목사가 한국에 파송돼 사역한 지 어느덧 43년이 됐다. '사죄를 언제까지 할 거냐'며 만류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는 한국이 아픔을 잊고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계속해서 자신에게 주어진 사역을 감당할 계획이다. 하나님의 은혜로 그의 사역을 이어갈 두 번째 사죄와 화해의 선교사도 준비된 만큼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사죄와 화해의 사역을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불투명해져 버린 한일 관계에서 그의 사역이 꺼지지 않는 내일의 희망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저의 소망은 한국과 일본, 한국과 북한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원수된 것을 소멸하고 화목케 되는 것, 나아가 선교적으로는 일본과 통일된 한반도가 복음화되어 양국이 동역자로서 세계 복음화를 위해 협력하고 함께 나아가는 겁니다. 이 두 가지 제목을 놓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와 성도들께도 화목으로 쓰일 역사를 위해 기도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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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고등학생들이 역사 현장을 안내해 준 요시다 목사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적은 태극기 (사진제공=서울일본인교회)


천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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