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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 목사 그루밍 의혹' 그룹홈에 딸 맡긴 엄마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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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뉴스앤조이| 작성일2020-12-16 | 조회조회수 : 3,90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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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박 목사 신고했지만 아이 말만 믿고 수사 종결…현행법상 아이가 원하지 않으면 가정 복귀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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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씨는 7주째 남양주시청 앞에서 시위 중이다. 그간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편집국장] '내 딸 내놔'라는 짧은 문구에는 어떤 긴 사연이 담겨 있을까. 유 아무개 씨는 벌써 7주째 남양주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매일 출근 시간부터 퇴근 시간까지, 하루 8시간 이상 한다. 점심은 거른다. 청사 앞은 트인 광장이라 바람길이다. 몇 주 사이 바람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체감온도가 영하 10도를 밑도는 12월 14일에도 유 씨는 피켓 앞에 서 있었다. 잠깐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귀가 빨개지고 발끝이 시렸다.


유 씨는 남양주 ㄱ그룹홈을 최초로 신고한 사람이다. ㄱ그룹홈 사건은 올해 8월 이를 인지한 ㄱ교회가 적극 대응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됐다. 하지만 유 씨는 벌써 2년 전 ㄱ그룹홈 전 원장 박 아무개 목사(55)의 과도한 스킨십을 신고한 바 있다. 현재 남양주시청이 박 목사의 성추행 및 아동들과의 음주(아동 학대) 등의 혐의를 인정해 ㄱ그룹홈을 폐쇄하고 경찰에 고발한 것을 보며, 유 씨는 반갑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다.


유 씨의 싸움은 2018년 3월, 당시 초등학생이던 딸 B를 ㄱ그룹홈에 맡기면서 시작됐다. 박 목사의 스킨십과 그루밍을 의심하게 되기까지는 몇 달 걸리지 않았다. 그는 아이를 가정에 복귀시켜 달라고 신청했으나, 아이가 복귀를 거부하는 상황이 됐다. 유 씨는 아이가 그루밍당해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생각하지만, 이를 증명할 길이 없다. 1인 시위는 지금 그가 딸을 찾기 위해 할 수 있는 전부다.


입맞춤도 '애정 표현'이라는 딸

성추행 가해자 위해 탄원서 제출

그루밍, 의심에서 확신으로


유 씨는 딸 B를 ㄱ그룹홈에 맡길 때, 박 목사와의 면담 자리를 기억하고 있다. 박 목사가 옆에 한 입소 아동을 앉혀 놓고 면담 시간 20~30분 내내 팔과 등을 어루만졌다고 했다. 이상한 느낌을 받았지만, 딸과 같이 살 형편이 안 돼 B를 ㄱ그룹홈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몇 달 후 유 씨의 다른 딸이 B 휴대폰에서 박 목사와 B가 입맞춤하고 있는 사진을 봤다. 유 씨는 이 일로 B와 이야기했는데, 딸이 이를 '애정 표현'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모습을 보고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다.


그는 박 목사의 스킨십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고, 남양주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현장 조사까지 진행했지만, 박 목사가 B를 성추행했다는 증거가 없고 무엇보다 B를 비롯한 입소 아동들이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며 문제가 없다고 보고했다. 경찰도 이를 받아들여 수사를 종료했다. 유 씨는 딸과 아이들이 박 목사에게 그루밍당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좀 더 조사해 달라고 했지만, 이후로 조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딸을 ㄱ그룹홈에 계속 둘 수는 없었다. 유 씨는 2019년 1월 남양주시청에 B를 원가정으로 복귀시켜 달라고 신청했다. 보호 조치 중인 아이는 원가정에서 학대를 받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이가 원하지 않으면 복귀가 어렵다. B는 복귀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고, 원장 박 목사는 물론 아동보호전문기관도 B가 원하지 않는다고 하니 원가정에 복귀시킬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시청은 복귀 불가를 처분했다. 유 씨는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같은 이유로 기각됐다.


유 씨가 딸의 그루밍을 확신하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다. 사실 B는 ㄱ그룹홈 입소 직전, 아버지(유 씨 전 남편)에게 당한 성추행을 고소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B가 가해자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작년 1월과 5월 두 번이나 재판부에 제출한 것이다. 탄원인은 박 목사였고, 탄원서 내부에 B의 자필 기록이 있는 형태였다. B는 "아빠의 스킨십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아빠를 신고할 생각은 없었다", "아빠가 감옥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썼다.


유 씨는 탄원서를 보고 복장이 뒤집혔다. 탄원서 제출 전 박 목사가 가해자를 직접 만났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는 딸이 탄원서를 제출한 것은 박 목사 때문이라고 확신했다. 판결문에도 "탄원서에 기재된 피해자의 진술은 박 목사에 의해 유도되거나 오염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나온다. 가해자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유 씨는 탄원서 때문에 감형됐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박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B가 탄원서 쓰기를 원해서 쓰게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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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씨 전 남편의 친족 성추행 판결문 일부. 재판부는 B의 탄원서를 그대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B가 처벌을 바라진 않는다는 점은 가해자에게 유리한 정황으로 봤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학대 안 한 부모가 가정 복귀 원해도

현행법상 아이 원하지 않으면 방법 없어

경기도 "제도 개선 보건복지부에 건의"


가정 복귀 신청이 무산되고, 딸의 안전을 확신할 수 없는 시간이 1년 넘게 흘렀다.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은 건 올해 8월. ㄱ그룹홈에 있다가 퇴소한 학생 A가 박 목사의 성추행을 폭로했고, ㄱ교회가 조사를 시작하면서 여러 관계자에게 증언들을 확보해 수사기관과 시청에 신고했다. 증언 중에는 박 목사가 B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과 유 씨에 대한 험담을 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유 씨가 2년 넘게 주장해 왔던 박 목사의 성추행과 그루밍이 점점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유 씨는 자신이 2년 전 박 목사를 신고하고 딸의 가정 복귀를 신청했을 때,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시청과 아동보호전문기관, 경찰을 규탄한다. 그때 제대로 조사했다면 적어도 지난 2년간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의심이 가는 여러 정황이 있어도, 아직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아이 말만 믿고 피해가 없다고 결론 내린 것은 아동 학대 방치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건이 터지면서 B는 다른 그룹홈에 가게 됐지만, 유 씨는 박 목사가 여전히 ㄱ그룹홈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는 증언을 들으며 불안해한다. 딸은 계속해서 가정 복귀를 원하지 않고 있다. 다른 ㄱ그룹홈 아이들과 함께 '우리는 성추행당하지 않았다'고 박 목사와 종사자들을 옹호하는 상태다. 유 씨는 딸이 수년간 그루밍당해 정상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딸과 박 목사의 완전한 분리, 그루밍 사건 전문가가 참여하는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남양주시청은 현행법상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여성아동과 한 직원은 12월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보호 조치 아동의 경우 가정에서 학대받은 케이스가 많아, 다시 가정에 복귀하는 데는 당사자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 B가 가고 싶지 않다고 하면 시가 강제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유 씨가 학대 가해자가 아니어도 현행법상 어쩔 수 없다고 했다. B의 그루밍 의혹에 대해서도 "전문가 의견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 의견이 어떤 효력이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경기도청은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아동돌봄과 한 직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유 씨처럼 학대 가해자가 아닌 경우, 부모만 원해도 원가정 복귀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에 건의했다. 이번 주 중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을 다시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로그램을 하고 난 후에도 아이가 복귀를 원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지만, 이런 경우 일단 프로그램 참여는 시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건복지부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회신이 있을 것이다. 필요하면 보건복지부에 방문하는 등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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