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 이웃종교혐오는 그리스도의 뜻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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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시 사찰 방화에 사과의 뜻 밝혀
▲ 개신교 소속 한 여성이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사찰에 방화를 저질로 충격을 주고 있다. ⓒSBS
지난 10월 14일 아침 7시 20분쯤, 경기도 남양주시 한 사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인명 피해없이 2시간만에 진화되었지만, 자칫 산과 인근 아파트 단지와 요양원이 밀집해 있어 대형 산불과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주민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화재는 목조 건물 1동을 전소(全燒)시켰지만 유형문화재로 등록된 불교 서적들은 화마를 피했다.
개신교 여성의 사찰 방화
하지만 이 화재의 원인 서울에 거주하는 한 40대 여성에 의한 방화로 밝혀졌다. 이 여성은 개신교 소속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체포된 이 여성은 시종일관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또다시 교계는 사회적 지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피해 사찰이 속한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2일 성명을 내고 “개신교는 폭력과 방화를 양산하는 종교가 아닌 화합의 종교로 거듭나라”고 촉구했다. “사회공동체의 안정과 종교 간의 평화를 위해 그동안 한없는 연민과 자비심으로 인내해 온 불교계는 성숙한 시민사회와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고통을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니며 오히려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이웃 종교를 혐오하고 차별하는 행위는 근절되어야
또한 NCCK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목사) 종교간대화위원회(위원장 이정호 신부)도 3일 남양주시 수진사 방화사건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NCCK는 먼저 입장문에서 수진사와 모든 불자, 그리고 인근의 지역 주민 모두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어 이웃종교의 영역을 침범하고 가해하고 지역주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동을 신앙이라는 명분으로 포장하는 현실이 안타까우며 이런 행동은 그리스도의 뜻이 아님을 명백히 밝혔다.
또한 신앙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웃 종교를 혐오하고 차별하며 그 상징을 훼손하는 행동은 근절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NCCK는 한국 기독교가 이웃과 세상을 향해 조건 없이 열린 교회가 되도록 우리 자신들의 신앙의 표현행태를 비판적으로 돌아보고, 사랑으로 정의와 평화를 이루는 일에 전심전력을 다 할 것이라 다짐했다.
다음은 NCCK가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남양주시 수진사 방화사건에 대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입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지난 10월 14일 경기도 남양주 수진사에서 발생한 화재가 기독교 신자의 고의적인 방화라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번 화재로 여러모로 피해를 입은 수진사와 모든 불자들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수진사 인근에 거주하고 계시는 지역주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도 사과드립니다.
수진사는 천마산 도립공원 초입에 자리하고 있으며 아파트 단지와 노인요양원 등이 인접해 있어서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위험한 화재였습니다. 이웃 종교의 영역을 침범하여 가해하고 지역주민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동을 ‘신앙’이라는 명분으로 포장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어떠한 신앙도 이웃의 안전과 평온한 삶을 깨뜨리는 명분이 될 수 없습니다. 방화의 찰나, 그 손으로 주변의 복지시설과 많은 주거시설까지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음을 깨닫지 못하게 한 맹신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합니다.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앙이 아닙니다. 종교의 다름을 떠나 평화적으로 공존해야 할 이웃을 혐오하고 차별하며 위험에 처하게 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뜻이 아닙니다.
지배와 착취, 독점과 사유화의 삶에 몰입했던 인류는 지금 대전환의 기로 위에 서 있습니다. 현재 프랑스와 세계 도처에서 자신의 종교와 문화를 배타적으로 앞세운 독선과 오만이 이웃의 생각과 신앙을 혐오하는 끔찍한 테러행위로 표출되고 있습니다. 종교 간에 평화 없이 세계평화가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코로나19 확산도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고 착취하므로 발생한 생태위기 중의 하나입니다. 지금은 온 인류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분쟁의 중심에 종교가 있다는 불편한 현실과 함께 생태위기 극복을 위해 종교인이 먼저 나서야 한다는 빚진 마음이 커지는 이때, 기독교 신자에 의한 수진사 화재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을 좌절하게 합니다.
신앙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웃 종교를 혐오하고 차별하며 그 상징을 훼손하는 행동은 근절되어야 합니다. 범죄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입니다. 종교적 상징에 대한 방화나 훼손 사건의 대다수가 기독교 신자들에 의한 것이란 사실에 근거하여 극단적으로 퇴행하는 한국 기독교의 현실을 함께 아파하며 회개합니다. 기독교 복음의 핵심은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데 기초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독교가 이웃과 세상을 향해 조건 없이 열린 교회가 되도록 우리 자신들의 신앙의 표현행태를 비판적으로 돌아보고, 사랑으로 정의와 평화를 이루는 일에 전심전력을 다 할 것입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수진사 방화자의 광신적이며 배타적인 신앙행태를 평하기에 앞서, 기독교인이라는 정체성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지체로서, 이번 일로 상심하셨을 모든 불자께, 인근 지역주민들께, 그리고 관련 당국에 다시 한 번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주님의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2020년 11월 2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 이정호
이정훈 기자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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