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길 가야 하는 우리, 처음엔 작은 불씨였습니다” > 한국교계뉴스 Korean News | KCMUSA

“먼길 가야 하는 우리, 처음엔 작은 불씨였습니다” > 한국교계뉴스 Korean News

본문 바로가기

한국교계뉴스 Korean News

홈 > 뉴스 > 한국교계뉴스 Korean News

“먼길 가야 하는 우리, 처음엔 작은 불씨였습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뉴스M| 작성일2021-09-17 | 조회조회수 : 2,485회

본문

인터뷰] 대한성공회 여성 사제 1호 민병옥 카타리나 신부 



a2148d529da901522ab03f864ead2cd2_1631897516_7026.jpg
대한성공회 여성 사제 1호 민병옥 카타리나 신부. ⓒ 대한성공회 제공
 


개신교 교파인 대한성공회가 올해로 여성 사제 서품 20주년을 맞았다. 


대한성공회는 2001년 부산교구 민병옥 카타리나 사제 서품을 시작으로 2021년까지 20년 동안 24명의 여성 사제를 배출했다. 2021년 9월 기준 서울, 대전, 부산 등 3개 교구에서 12명의 여성 사제가 사목 활동 중이다.


대한성공회는 여성 사제 서품 20주년을 기려 지난 4일 오후 서울 정동 주교좌성당에서 기념 ‘우리들의 사제’ 감사 성찬례를 드렸다. 


1호 사제 민병옥 신부가 사제 서품을 받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성공회 공동체 안에서 여성 사제 서품이 처음 논의된 시점은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 서울교구 여성부가 서울교구에 ‘여성성직위원회' 결성을 요구했고 이에 1991년 주교자문기구로 위원회가 설치됐다.


1994년 박미현 전도사가 부제성직 고시에 응시해 여성으로선 처음 합격 판정을 받았고 1997년엔 유명희 테레사 전도사가 부제성직고시 응시 8년 만에 합격 판정을 받았다. 1998년엔 여성성직 실현을 위한 1천 명 서명운동이 일었고, 마침내 2001년 첫 여성사제 서품이 이뤄진 것이다. 


민 신부가 신학과정을 마친 시점은 1977년. 사제 서품을 받기까지 24년의 세월을 기다려야 했다. 기다림이 길었던 탓일까? 민 신부는 서품 10년 만인 2011년 정년을 맞아 은퇴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 그리스도교 교회에서 여성 성직은 ‘유리 천장’이다. 국내 최대 보수 장로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합동) 교단은 13일 제106회기 교단 총회에서 여성 안수를 불허했다. 타 교단 실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한성공회 여성 사제 서품 20주년을 맞아 여성 사제 1호인 민병옥 신부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했다. 민 신부는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다. 하지만 건강 상의 이유로 대면 인터뷰 대신 13일 화상과 서면으로 인터뷰를 완성했다. 


- 여성사제 서품 20주년을 맞는다. 어떤 심경인가? 


후배들을 생각하면 나는 문을 연 ‘문열이’였고  작은 촛불이 아니었을까? 이 마음을 졸시 <작은 불씨>에 담았다.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마른 땅에서

풀잎 미소로 버티고서있는  

먼 길 가야하는 우리는

처음엔 작은 불씨였다.”


또 지난 2011년 은퇴했는데, 떠나면서 이렇게 쓰기도 했다. 


“나를 변호하고 싶지만

이제 그럴 수도 없습니다

숙제를 잘못 풀었습니다

복잡함에서 어리석음을 제하면 단순함이 남고  

유능하려는 데서  아집을 제하면

자유함을 얻는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을 가르치고 

나는 하지 않으면서 강요했는지 모릅니다.

다만 그들을 보면 당신이 나를 사랑하시는 것을 느끼고

내 할일을 깨닫는 것이 

그들이 내 선생님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사역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 1977년 신학과정을 마친 뒤 사제서품까지 24년이 걸렸다. 중도포기를 생각한 적은 없었는지, 그리고 포기하지 않도록 한 원동력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포기하려다 붙들린 적이 있었다. 한 번은 수도회입회를 권고 받고 이에 주교님께 요청드렸는데 적극 말리셨다. 주교님께선 기다리라하셨지만 기다려도 변화는 없었다.


또 한 번은 외국에 나간 친구가 여러 비전을 제시하며 초청해 출국하려고 했다. 그러다 하루는 제대 앞에서 결단 기도하는데 제대의자에 밧줄로 묶여있는 모습이 보여 놀라 포기했다. 하느님이 이런 모습을 보여주셨다고 본다. 


그리고 처음 신학공부 하기 전 다른 직업을 갖고 싶어 기도하다가 받은 말씀이 생각났다. “레위사람들은 너희들과 어울려 한 몫 받지 못한다 야훼를 섬기는 사제직분이 그들의  몫이기 때문이다”는 여호수아서 18장 7절 말씀이다.  


늘 말씀과 기도가 결론이 되어 주었다. 


유교적 시각, 한국 교회 한계 


a2148d529da901522ab03f864ead2cd2_1631897596_3234.jpg
대한성공회는 2001년 부산교구 민병옥 카타리나 사제 서품을 시작으로 2021년까지 20년 동안 24명의 여성 사제를 배출했다. 2021년 9월 기준 서울, 대전, 부산 등 3개 교구에서 12명의 여성 사제가 사목 활동 중이다. 사진 왼쪽부터 다섯 번째는 이경호 의장주교. ⓒ 지유석


- 성공회 교단 안에서 여성 사제가 갖는 위치 혹은 위상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대한성공회 교단도 대한민국 정서를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저 같은 경우 사목활동 10년 동안 개척교회 혹은 건물만 있는 빈 교회에 발령받았다. 가정을 가진 남성 사제를 이런 곳(?)에 보낼 수 있겠냐며 양해하라는 말도 들었다. 


그래도 성공회 교회는 중용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개방적이고 진취적 성향이 있어 변화하는 중이다. 여성사제들을 향한 고의적인 편견이나 제한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인식도 존재한다.    


-  일반 개신교 교단, 특히 보수 성향의 개신교 교단은 여성 목회자 안수를 금기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경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나라 그리스도교가 유교적인 시각으로 교회를 바라본다. 이 점은 한계인지도 모르겠다.  


유다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시대와 율법에 맞지 않고 너무 혁신적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공의로우신 하느님을 믿는다면서 노아 후손의 기록을 핑계 삼아 흑인 노예제를 정당화했던 그리스도교인들도 있었다. 


※ 참고로 구약성서 창세기 9장 20절부터 27절엔 노아가 술에 취해 벌거벗은 채로 잠들은 이야기가 기록돼 있다. 노아의 작은 아들이자 가나안의 조상인 함은 그 모습을 보고 형과 아우에게 알렸다. 노아는 술이 깨어 이를 알고선 “가나안은 저주를 받아 형제들에게 천대받는 종이 되어라”(창세기 9장 25절)고 저주했다. 이 구절은 백인이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정당화하는 구절로 오랫 동안 왜곡돼 왔다. - 글쓴이 


교회의 여성에 대한 편견은 이젠 근거도 없다. 공평·정의·평화의 하느님을 믿으면서 편견 차별 불공정을 주장할 수는 없다. 


- 현재 어떻게 지내시는지, 앞으로 여성 사제의 위상은 어느 정도까지 확장되어야 한다고 보는가?


은퇴 후 십년이 지났다. 은퇴 직후엔 성지순례나 여행을 다녔지만, 올해 구십 오세인 모친을 모시다보니 시간 공간의 자유는 없어졌다. 하지만 역으로 힘을 얻기도 한다. 개인 기도시간도 많아졌다. 


여성사제의 위상이라고 한다면, 앞으로 ‘여성’이라는 단어를 ‘사제’ 앞에 붙일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 개인의 사명과 열성에 따라, 어떠한 역할이든 감당해 낼 것이다. 


지유석 기자

  •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Total 4,593건 133 페이지
  • 고신총회, "인터콥 심각한 이단성 가진 불건전단체" 결의
    CBS노컷뉴스 | 2021-10-01
    2016년 '불건전단체'->'심각한 이단성 가진 불건전단체" 이단 경계수위 높여고신 이대위, 극단적세대주의·666·신사도·백신 음모론 등 8가지 이단성 근거 들어이대위원들, "인터콥 처리 머뭇거리면 교회들 고통 심해져"예장 고신(총회장 강학근) 71회 총회가 열리…
  • 타교단과 보조 맞춰야 한다더니... 거꾸로 가는 예장통합의 이단대처
    CBS노컷뉴스 | 2021-10-01
    이대위 인터콥 참여금지 청원안에 총대들 반발... "1년 더 연구"이대위, 전광훈 목사 이단성 조사 보류.. 총대 반발예장합동, 예장고신은 전 목사에 참여금지 결의예장통합총회 제106회 정기총회가 지난 28일 경기도 파주 한소망교회에서 열렸다.[앵커]예장통합총회의 이단…
  • 교회개혁실천연대, 예장통합 세습허용 개정안 '보류' 비판
    CBS노컷뉴스 | 2021-10-01
    핵심요약예장통합총회, 세습 허용 내용 담은 헌법시행규정 개정안 '보류'교회개혁실천연대, "폐기 아닌 보류 결정…심히 부당""치밀한 계획 세워 재상정할 것 예상…일 년의 말미 악용하지 말라"28일 예장통합총회가 열리고 있는 한소망교회 앞에서 진행된 교회개혁실천연대의 기자…
  • “첫 여성 총회장으로서 역사적 책무 감당할 것”
    뉴스M | 2021-10-01
    김은경 총회장 ‘변화 열망’ 강조, 차별금지법에 대해선 ‘신중’ 한국 개신교 장로교단 사상 처음 여성 총회장에 취임한 한국기독교장로회 김은경 총회장이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포부를 밝혔다. Ⓒ 사진 = 지유석 기자한국기독교장로회 김은경 총회장이 한국 개신교 장로교…
  • 한국 그리스도교 사상 첫 여성 총회장 선출
    뉴스M | 2021-10-01
    기장 총회 김은경 부총회장, 106회기 총회장 취임한국 개신교 사상 첫 여성 교단장이 나왔다. 총회는 28일 오후 충북 청주시 청주제일교회 외 3개 교회에서 제106회기 총회를 열어 김은경 목사(익산노회)를 총회장으로 선출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한국 개신교 사상…
  • 예장 합동측 부총회장 선거, ‘부정선거’ 논란 확산
    기독교신문 | 2021-09-22
    개회 시 총대수와 투표 총대수 256명 차이◇예장 합동측 106회 총회에서 개회 시 총대수와 투표 총대수가 256명이나 차이가 나 부정선거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사진은 회의장 입장 전 방역체크를 하는 모습) 지난 9월 13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측(총회장=배광식목사)…
  • 예장합신, 제106회 총회장 김원광 목사 선출
    기독신문 | 2021-09-21
    "변화된 목회환경 대응토록 연구 및 대책 마련 힘쓴다"21곳서 화상회의…안건 처리 위임 후 4시간만에 마쳐 예장합신 제106회기 총회장에 김원광 목사가 선출됐다. 코로나19 탓에 비대면 화상회의로 진행된 이날 총회는 대부분의 안건 처리를 해당 부서 등에 위임하고 4시간…
  • 총회장 임기 마친 소강석 목사 “끝이 아닌 시작, 공적사역 헌신 선언”
    기독신문 | 2021-09-21
    소강석 목사 “하나님 은혜로 총회장직 수행, 연합과 공적사역에 헌신 다짐”새에덴교회 19일 소강석 총회장 퇴임감사 및 공적사역 비전선포 예배 거행 “지난 1년 하나님의 은혜와 부르심으로, 성도들의 기도와 헌신으로 총회장직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총회장 직무를 마무리한…
  • 배우 이광기 "아이티의 눈물, 온 땅의 꽃으로 피어나길"
    데일리굿뉴스 | 2021-09-21
    ▲배우 이광기 집사 ⓒ데일리굿뉴스눈물이 메마르지 않는 곳, 서반구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아이티다. 최근 아이티에 또 다시 비극이 덮쳤다. 지난 7월 대통령 암살에 이어 지난달에는 규모 7.2 강진으로 1만 명 넘게 다치고, 2,2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세계 각국이…
  • “하나 되어 함께 가는 교단 만들겠습니다”
    국민일보 | 2021-09-21
    예장합동 신임 총회장 배광식 목사 인터뷰배광식 예장합동 총회장이 지난 14일 울산 대암교회에서 새 회기 교단 운영 방안을 밝히고 있다. 울산=신석현 인턴기자배광식(67)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신임 총회장은 ‘함께’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교회…
  • ‘용문산기도원 구국제단에 관한 역사적 고찰’ 학술세미나 열려
    크리스챤연합신문 | 2021-09-17
    김명구 박명수 박사, 나운몽 신앙유형과 초기 생애에 대한 연구 발제 재단법인 기독교대한감리회 애향숙이 6일 서울 광화문 감리회관에서 ‘용문산기도원 구국제단에 관한 역사적 고찰’을 주제로 용문산기도원 제4회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이날 세미나에는 월남시민문화연구소 소장 김…
  • 개혁 106회 총회 개최, 백석과의 합동전권위 구성키로
    크리스챤연합신문 | 2021-09-17
    총회장 조경삼 목사 추대, 부총회장 김운복 목사 선출 예장개혁 제106회 총회가 ‘새 시대를 선도하는 총회’를 주제로 13일 예원교회에서 개최되어 총회장에 조경삼 목사를 추대하고 부총회장에 김운복 목사를 선출하는 한편 주요 안건을 처리했다.이번 개혁총회는 부총회장 선거…
  • 예장합동 교인 수 17만 3378명 감소
    뉴스파워 | 2021-09-17
    2012년 299만 4873명이었던 예장합동 교인 수는 8년만에 61만 2069명 감소 예장통합 교단의 교인 수가 2020년 말 239만 2,919명으로 전년도 비해 11만 4066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국내 최대 교단인 예장합동(총회장 배광식 목사) 교단도 …
  • 현대종교 기자 폭행한 사이비 단체 교도…"죽이러 왔다”
    데일리굿뉴스 | 2021-09-17
    사이비 단체를 취재한 전문매체 기자가 단체 교도로부터 폭행을 당한 사실이 알려졌다. 교주 허태기를 추종하는 사이비 단체로 알려진 피복음교회의 한 교도가 벌인 일이다. ▲현대종교 A 기자를 폭행하고 있는 피복음교회 교도(사진제공=현대종교)지난 10일 사이비 단체로 알려진…
  • 이단 하나님의교회 종교부지 고가 매입…이유는?
    데일리굿뉴스 | 2021-09-17
    ▲수원 호매실지구에 들어선 이단 하나님의교회@데일리굿뉴스국내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옛 안상홍증인회)의 확장세가 심상치 않다. 최근 들어 서울을 비롯해 6대 광역시는 물론 중소도시까지 세를 넓히고 있는 것. 하나님의교회 측에 따르면…

검색


KCMUSA,680 Wilshire Pl. #419, Los Angeles,CA 90005
Tel. 213.365.9188 E-mail: kcmusa@kcmusa.org
Copyright ⓒ 2003-2020 KCMUSA.org.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