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한국서 내집 같은 교회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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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과 남한 성도 함께 예수 공동체 이뤄
▲서울 노원구 북부중앙교회의 예배 모습(사진제공=북부중앙교회)
교회 한쪽에 마련된 주방에서 밥물 끓는 소리와 함께 구수한 냄새가 새어나온다. 소탈한 차림의 부부가 주방 안쪽 방으로 안내하며 바구니에 한 가득 담은 귤과 보리차를 건넨다. 옆에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젊은 남성이 소박하지만 정성스레 차려진 밥상 앞에 앉아 식사를 한다. 이들은 서울 북부중앙교회 담임목사 부부와 전도사다. 지난 15일 교회 문을 들어서자마자 받은 첫인상은 평범한 가정집을 방문한 듯한 따뜻함이었다.
겉만 봐서는 모르지만 김강오 목사는 탈북민이다. 교회서는 탈북민 성도 22명과 남한 성도 7명이 함께 예배한다.
김 목사는 2003년 중국으로 탈북해 남한 선교사를 통해 처음으로 복음을 접했다. 이후 강제로 북송됐을 당시 무사히 살아나갈 수만 있다면 남은 인생을 하나님께 몽땅 바치겠다고 약속했다.
4개월 뒤인 2004년 12월 말 김 목사는 거짓말처럼 한국에 들어왔다. 하지만 감사도 잠시, 편해진 일상에 젖어 목회에 대한 마음은 온데간데 없이 자유로운 남한 생활을 즐겼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 한 구석에서는 서원기도에 대한 불편함이 커지기 시작했다. 김 목사는 도망치는 마음으로 아내와 함께 2005년 노르웨이로 떠났다. 그럼에도 불편한 마음은 계속됐다.
김 목사는 "기도만 하면 마음의 부담이 느껴져 하염없이 눈물만 났다"며 "지구상 어딜 가도 하나님이 따라올 것만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원망하는 마음이 컸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하나님 앞에 손들고 나가야 겠다는 마음이 섰다"고 말했다.
10년이 넘는 방황 끝에 2017년 목회를 시작했다. 탈북민 5명과 함께 가정예배부터 드렸다. 하지만 석달이 채 안 돼 주민 민원으로 쫓겨나고 나중에는 성도가 운영하는 가게를 주말에만 빌려 예배했다. 이마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임대 기간이 만료돼 성도들의 집을 돌며 예배를 이어갔다. 목사 부부 모두 탈북민이라 연고가 없어 주위 도움을 받기도 쉽지 않았다.
이곳저곳을 전전하다 올해 8월 얻은 새 보금자리는 40평 규모의 지하 1층 공간이다. 순탄치 않은 과정을 지나온 만큼 목사 부부와 성도들에게는 매우 특별한 곳일 수밖에 없다. 이사부터 청소, 인테리어, 리모델링까지 모두 성도들의 손을 거쳤다. 의자와 드럼, 커피 자판기 등 교회 비품도 성도들이 십시일반 모아 마련했다.
▲서울 노원구 북부중앙교회 이전을 돕는 성도들(사진제공=북부중앙교회)
김 목사는 “공간이 마련됐을 때 기쁘기에 앞서 어떻게 비용을 감당할지 두려움이 컸다”면서 “하지만 걱정과 달리 여름휴가를 반납하면서까지 돕는 성도들을 보며 미안하면서도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시간을 함께 지나오다 보니 어느새 성도들 모두 한 식구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부중앙교회 공동체는 명절에도 교회에 모여 다 같이 시간을 보낸다. 탈북민 성도 대부분이 명절을 함께 쇨 친인척이 없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성도들이 내집 드나들듯 퇴근 후 교회에 들려 저녁을 먹고 간다. 길거리 전도도 성도들이 직접 준비해 매주 나간다. 평신도 사역을 위한 제자훈련, 매월 마지막 주 북한 선교를 향한 기도회도 지속하고 있다.
김 목사는 “가정과 같은 교회로 세워가는 것이 우리 교회 모토”라며 “교회는 성도 몇 명이 모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한 두명이라도 믿음으로 세워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하나님의 일을 하고 사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면서도 탈북민 목회의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지난해 어느 통계에 따르면 탈북민 교회 전체 목회자 중 71%가 100만 원 이하의 사례를 받고 있다.
김 목사는 “100만 원은 고사하고 사례비 만 원조차 받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전국 60여 탈북민 교회 목회자들 모두 열악한 상황에서도 사명감 하나로 헌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탈북민 교회마저 이 땅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교단을 비롯해 한국교회가 많은 관심과 동역의 손길을 내밀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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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굿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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