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관통한 신대원 기간 목회 실습 못했지만 “이 또한 주님이 예비한 여정… 위기 헤쳐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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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시대 신학대학원 졸업 풍경
최가온(왼쪽 두 번째) 전도사를 비롯한 신학대학원 졸업생들이 17일 서울 강북구 한신대 서울캠퍼스 교정에서 사모를 본떠 만든 석사모를 하늘로 던지고 있다. 신석현 인턴기자
“하나 둘 셋!” 영하 5도의 추운 날씨에도 신학대학원 졸업생들이 던져올린 석사모는 하늘을 향해 힘차게 떠올랐다. 사모(紗帽)와 두루마기를 본떠 만든 한신대 신대원의 석사모와 가운을 입은 졸업생들의 얼굴에는 기쁨과 설렘이 교차했다. 고난을 상징하는 보라색 띠는 목회를 택한 이들의 만만치 않은 미래를 예고하는 듯했다.
17일 서울 강북구 한신대(총장 강성영) 서울 캠퍼스에서 만난 최가온(29) 전도사에게 지난 2년간의 신대원 생활은 기대와 실망, 소망이 롤러코스터처럼 펼쳐진 시간이었다. 신학도로서 학부 4년을 지나오는 동안 뚜렷한 목회 지향점을 찾지 못했던 그는 미래 목회에 대한 불안한 안개를 걷어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로 신대원 진학을 결정했다. 하지만 신대원생으로서 첫발을 내디딘 그가 맞닥뜨린 건 코로나 팬데믹이었다.
최 전도사는 “2년 동안 학교에서 수업을 들은 건 단 3주뿐이었다. 찬양 사역에 관심이 커 함께 예배하는 활동을 기대했는데 졸업하는 날까지 채플실엔 한 번도 들어가 보지 못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가장 큰 아쉬움은 관계와 경험에 대한 것이었다.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예비 목회자로서의 현실적인 고민을 털어놓을 동기도, 조언을 구할 선배도 만나기 어려웠고 1년에 한 번 경험할 수 있는 일주일의 현장 목회 실습은 강의로 대체됐다. 최 전도사는 “코로나로 교회가 문을 닫고, 교회를 향한 지탄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지인들로부터 ‘졸업해도 설 자리가 없는 거 아니냐’는 우려를 전해 들었을 땐 정말 가슴이 답답했다”고 회상했다.
이종탄(30) 전도사는 지난 15일 총신대(총장 이재서) 신대원 학위수여식 현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동기들과 인사를 나누느라 분주했다고 전했다. 그는 “학위수여식 현장에 졸업생 100여명이 참석했는데 그중 절반을 2년여 만에 만났다”며 “대부분 수업이 녹화 영상으로 진행돼 동기들 얼굴을 볼 수가 없었던 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같은 날 감리교신학대(총장 이후정)에서 석사모를 쓴 유규현(27) 전도사도 신대원 시절 내내 온라인으로만 수강했다. 유 전도사는 “교수님을 직접 대면한 게 아니어서 가끔은 전화로 수업을 듣는 느낌까지 받았다. 온라인 수업의 한계점이 너무 많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졸업생들은 코로나 시대를 관통해 온 신대원 시절을 하나님이 예비해 둔 특별한 여정으로 여기고 있었다. 최 전도사는 “신대원 과정이 예비목회자로서의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의 사역 현장에서도 숱한 위기와 어려움을 겪을 텐데 유연하고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든다”고 고백했다.
오는 6월 강도사 고시를 치르는 이 전도사는 향후 교회 개척을 비전으로 품고 카페 아르바이트와 바리스타 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유 전도사는 지난 주일(13일)부터 단독 목회를 시작했다. 코로나로 목회 상황이 더 불안정해진 만큼 규모가 큰 교회에서의 전도사 생활을 고민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유 전도사는 “출석 성도가 2~3명밖에 안 되는 작은 공동체이지만 ‘하나님께서 보내는 곳으로 가자’는 소명이 맞닿아 있는 곳이기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최기영 강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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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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