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기도의 끈 놓지 않을 것"…고통과 희망 예술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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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인질의 무사 귀환 염원
전시회 '사로잡힌 희망'
▲나오미 토르의 '당신을 위한 아네모네' ⓒ데일리굿뉴스
땅 위의 꽃들이 화려하게 붉어질 때,
땅 아래에서는 우리 형제자매들의 피가 호소합니다.
The flowers above are red in their splendor,
below ground the blood of our brothers and sisters calls from the earth.
[데일리굿뉴스] 천보라 기자 = 봄이 되면 붉은 아네모네가 땅을 뒤덮었다. 그래서 '붉은 남쪽'(Darom Adom)이라 불렸다. 그러나 약 9개월 전, 그 땅을 뒤덮은 건 붉은 선혈이었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서 1,200명이 살해되고 251명이 인질로 끌려갔다. 이 중 최소 43명은 사망하고 77명이 생존해 있는 걸로 추정된다.
▲레웃 아시미니의 '이것은 모자가 아닙니다'.ⓒ데일리굿뉴스
하마스에 희생당한 이들을 추모하고 인질들의 무사 귀환을 염원하는 전시회가 내달 1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 은에서 열린다. 주제는 '사로잡힌 희망'(Captives of Hope)이다.
주한이스라엘대사관은 이스라엘이 겪은 테러와 고통을 예술 작품으로 표현해, 인질들을 기억하고 이들이 돌아오길 바라는 의미에서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바락 샤인 주한이스라엘 부대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전시회 작품들은 복수를 의미하지 않고 가자지구의 상황이나 끔찍한 전쟁에서 많은 가자지구 사람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한 묘사를 의미하지도 않는다"며 "우리는 인질들이 풀려나길 바라는 희망과 염원에 사로잡혀 있다"고 전시의 의미를 설명했다.
▲조야 체르카스키의 '납치되는 여성들'. 작품 속 노인(가운데)의 팔에는 홀로코스트 당시 수용소에서 수감자들에게 새겼던 숫자 문신이 있다. ⓒ데일리굿뉴스
이번 전시회에는 아키바 토르 주한이스라엘 대사 부인인 나오미 토르 박사를 포함해 이스라엘 출신 예술가 19명이 참여했다.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인들이 느낀 공포와 고통 등의 감정을 담은 작품 25점을 선보인다.
작품은 단순해 보이지만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가장 큰 피해자인 여성과 아이들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 주를 이룬다. 잔인한 묘사 없이도 그들이 겪었을 참혹한 현실과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3점의 작품과 시로 전시회에 참여한 토르 박사는 "붓과 잉크, 물감으로 이스라엘의 모든 가정을 관통하는 고통의 윤곽을 스케치하려고 여러 번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작업에 임했다"면서 "이것이 예술가로서 해야 할 일이라 여겨졌다. 예술에는 항상 희망의 가능성이 있고, 인질들이 속히 풀려나 내년에는 붉은색이 덜한 행복한 그림, 다양한 색으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샤이리 아타리의 디지털 아트 '무제' ⓒ데일리굿뉴스
작품에 얽힌 특별한 사연도 있다. 샤이리 아타리 감독은 하마스 기습공격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이자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희생자 유가족이다. 아타리 감독의 남편 야하브 위너는 아내와 갓 태어난 딸을 보호하려다 하마스 테러리스트에게 살해당했다. 그는 참사 이후 숨진 남편의 정자로 둘째 아이를 가지려고 시도했으나 안타깝게도 성공하지 못했다.
아타리 감독은 이번 전시회에서 디지털 아트를 통해 야하브를 추모하고 미성년자 인질들의 귀환을 위한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마리안 부의 '마지막 춤'. 여성과 아이들이 당한 참혹한 현실을 보여준다.ⓒ데일리굿뉴스
이날 전시를 관람한 원대한 씨는 "그동안 언론 보도로만 접하다가 예술로 표현된 작품으로 보니까 그분들의 생각과 감정이 더 깊이 있게 전달되고 와닿은 것 같다"며 "여러 작품에서 고통과 절망 등의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나 사태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매라고 밝힌 중년 여성들은 "기교나 테크닉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작품마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가 잘 나타난 것 같다"며 "특히 '마지막 춤'이라는 작품을 보는데 여성들의 고통이 느껴졌다. 부디 한 명의 인질이라도 고통에서 해방되고 살아 돌아올 수 있도록 전쟁이 속히 끝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아비엘 바질의 '무제' ⓒ데일리굿뉴스
샤인 부대사는 이번 전시회가 이스라엘이 어떤 일을 당했고 왜 전쟁이 시작됐는지를 기억하며,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들의 무사 귀환과 자국민 보호를 위한 이스라엘의 노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는 "하마스의 기습공격과 가자 전쟁 이후 보내주신 지원과 기도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이스라엘이 이 위기를 잘 극복하고 인질들이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계속해서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인질의 무사 귀환을 염원하는 전시회 '사로잡힌 희망''은 7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 은에서 진행된다.ⓒ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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