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보다 오래된 예배당들…전쟁·분열·소송 속 250년 신앙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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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예배 공동체 37만 개 ... 건국 전부터 이어진 곳 1% 미만
미국 독립 250주년을 앞두고, 건국 이전부터 예배를 이어온 신앙 공동체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보다 오래된 이 예배 공간들은 단순한 역사 유적이 아니다. 전쟁과 분열, 인구 이동과 법적 갈등을 지나면서도 예배를 멈추지 않은 공동체의 기록이자, 미국 사회가 종교 자유와 다양성을 어떻게 형성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증언이다.
무엇보다 오늘까지 남아 있는 일부 예배당들은 화려한 건축물이나 많은 신도 수 때문이 아니라, 적은 인원이라도 꾸준히 모여 예배를 이어온 공동체의 지속성으로 역사를 이어왔다. 이는 신앙 공동체의 존속이 규모나 외형보다 꾸준한 참여와 헌신에 달려 있음을 보여준다.
종교뉴스서비스(RNS)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종교 회중은 약 37만 개에 이르지만, 1776년 미국 독립 당시부터 존재했던 예배 공동체는 전체의 약 1%에 불과하다.
RNS는 "미국 독립 당시 13개 식민지에는 3228개의 예배당이 있었다. 당시 예배 공동체는 회중교회, 장로교, 침례교, 성공회, 퀘이커, 감리교, 가톨릭, 유대교 등 다양한 전통 안에서 운영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는 내부 갈등, 재정난, 고령화, 전쟁의 여파 등을 견디지 못하고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보스턴 올드 노스 처치의 매슈 카드웰 신부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신앙의 지속은 “크고 화려한 행사”보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인간과 하나님 앞의 존재 의미를 성찰하려는 사람들의 꾸준한 모임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는 어디일까. RNS는 미국의 역사와 함께해 온 대표적 예배 공간들을 소개했다.
▲혁명사의 상징 보스턴 ‘올드 노스 처치’

올드노스처치 전경 [사진 교회 인스타그램 캡처]
1723년 설립된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올드 노스 처치(Old North Church)는 미국 성공회 소속 교회다. 이 교회는 미국 독립전쟁의 시작을 알린 역사적 장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1775년 영국군이 바다를 통해 진격한다는 신호로 교회 첨탑에 두 개의 등불이 걸렸고, 이 장면은 훗날 “육로면 하나, 해로면 둘”이라는 표현으로 미국 독립사의 상징으로 남았다.
올해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 정오 예배에는 10여 명이 참석했다. 2020년부터 교회를 이끌고 있는 카드웰 신부는 관광객이 예배에 함께할 가능성을 고려해 성공회 예배의 기립·착석·무릎 꿇기 절차를 친절히 안내했다.
퓨리턴 전통의 회중교회가 강했던 보스턴에서 영국 국교회 전통의 교회로 출발했던 올드 노스 처치는 오늘날 지역 주민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온 방문객에게도 열려 있는 영적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교회 관계자들은 현재 교회 방문자의 절반가량은 관광객, 나머지는 교인이라고 설명했다. 역사 유적이자 살아 있는 예배 공동체라는 두 정체성을 함께 지켜가고 있는 셈이다.
▲종교 자유의 뿌리 내린 미국 최초 제일침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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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초 침례교회인 '미국 제일침례교회' 전경 [사진 교회 페이스북 캡처]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에 있는 미국 제일침례교회(First Baptist Church in America)는 1638년 설립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침례교회다. 현재는 미국침례교 USA(American Baptist Churches USA)에 속해 있다.
이 교회는 청교도 목사였던 로저 윌리엄스가 교회와 국가의 분리를 주장하다 매사추세츠에서 추방된 뒤 프로비던스에서 세운 공동체에서 출발했다. 윌리엄스는 당시 매사추세츠의 국교적 성격을 가진 회중교회 체제에 반대했고, 신자의 자발적 고백에 따른 침례를 강조했다. 그의 영향으로 로드아일랜드는 특정 종교를 주 종교로 정하지 않는 전통을 갖게 됐다.
교회는 설립 초기부터 분열과 변화의 과정을 겪었지만, 예배와 공적 모임의 공간으로 기능하며 역사를 이어왔다.
현재의 예배당은 1770년대 세워진 조지안 양식 건물로, 당시 뉴잉글랜드 지역 침례교회로서는 이례적으로 첨탑과 종을 갖춘 화려한 건축물이었다. 초기에는 즉흥성과 성령의 인도를 중시하는 전통 때문에 회중 찬송이 금지되기도 했으나, 1771년 새 목회자 존 매닝이 찬송을 도입한 뒤 교인들의 논의를 거쳐 정착됐다.
이 교회는 미국 침례교 역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의 현장이기도 했다. 1845년 이곳에서 열린 삼년총회에서는 노예를 소유한 선교사를 파송할 수 있는지를 두고 북부와 남부 침례교인들이 갈라섰고, 그 직후 조지아주 오거스타에서 남침례회가 창립됐다.
오늘날 교회는 노숙인 등을 위한 생필품 지원과 브라운대 졸업 관련 예식, 이민자·난민이 운영하는 지역 식당 후원 등 지역사회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263년 역사 품은 유대교 회당 ‘투로 시나고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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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로 시나고그 내부 모습 [사진 투로 시나고그 웹사이트 캡처]
로드아일랜드주 뉴포트의 투로 시나고그(Touro Synagogue)는 1763년 봉헌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현존 유대교 회당이다. 정통 유대교 전통에 속한 이 회당은 식민지 시절 정부 청사였던 올드 콜로니 하우스에서 가까운 곳에 세워졌다. 당시 회당을 세운 유대인 공동체에는 유럽의 종교 박해를 피해 온 스페인·포르투갈계 세파르디 유대인들이 포함돼 있었다.
투로 시나고그는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과 주고받은 서신으로도 유명하다. 1790년 회당 지도자였던 모지스 세이사스는 워싱턴에게 편지를 보내 편견과 박해를 허용하지 않는 정부를 칭송했고, 워싱턴은 답신에서 그 표현을 되받아 미국 종교 자유의 상징적 문장으로 남겼다.
이 회당의 역사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독립전쟁 이후 뉴포트가 경제적·물리적으로 큰 타격을 입고 유대인 다수가 떠나면서 수십 년간 대부분 문을 닫았다. 이후 뉴욕의 세파르디 회중인 쉬어리스 이스라엘이 건물과 유물을 보존했고, 19세기 말 동유럽계 아슈케나지 유대인들이 지역에 정착하면서 회당 예배가 재개됐다.
최근에는 건물 사용권과 유물 소유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도 겪었다. 2012년부터 건물 임차 회중과 소유 회중 사이에 은제 장식물을 둘러싼 갈등이 법정으로 이어졌고, 2025년 로드아일랜드주 대법원 결정으로 기존 임차 회중이 퇴거했다. 이후 새 회중인 아하바트 이스라엘이 뉴욕 소재 소유 회중과 임대 계약을 맺고 예배를 계속하고 있다.
회당 관계자들은 “기적은 건물이 아니라, 263년이 지난 지금도 이곳에서 예배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3층 와인잔 설교단 지킨 뉴포트 트리니티 처치
뉴포트의 트리니티 처치(Trinity Church)는 1698년경 시작된 성공회 교회로, 현재 건물은 1726년에 완공됐다. 이 교회는 중앙 통로에 서 있는 3층 구조의 ‘와인잔 설교단’으로 유명하다.
다른 오래된 교회들이 성찬 예식이 잘 보이도록 설교단 위치를 옮긴 것과 달리, 트리니티 처치는 역사적 설교단을 원래 자리에 보존하고 있다.
트리니티 처치는 조지 워싱턴,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등 역사적 인물들이 방문한 장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교회의 오래된 나무 좌석은 한때 교인들이 좌석을 구매해야 했고, 노예 신분의 유색인과 원주민들이 발코니의 좁은 좌석으로 밀려났던 차별의 역사도 품고 있다.
이러한 관행은 19세기에 사라졌지만, 교회는 오늘날에도 과거의 배타적 이미지를 벗고 누구에게나 열린 공동체가 되기 위한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8월 부임한 메건 켈리 브라우어 사제는 매달 두 차례 지역 주민을 위한 식사를 제공하고, 봄에는 어린 자녀를 둔 가족을 위한 음악교육 프로그램에 잔디 공간을 개방하고 있다. 가을에는 호박밭 행사를 통해 지역 비영리단체를 지원하는 등 교회가 “특정한 사람만 올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을 깨뜨리는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니콜 장 기자


